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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TV편성표가 사라지고 있다

신문에서 TV편성표가 사라지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적, 추석이나 설 연휴엔 신문에 TV특집편성표가 별도로 있었다. 그러면 빨간 펜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에 동그라미를 쳤다. 주로 ‘특선 영화’가 인기였다.   TV 편성표는 신문 맨 뒷면에 있었다. 그러다가 케이블TV가 생기자 편성표는 한 면을 모두 차지하게 되면서, 내지로 옮겨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TV를 보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신문 보는 사람 역시 크게 줄었다. 또한 플랫폼에서 편성표를 불 수 있기 때문에, 편성표를 보려고 굳이 신문을 펼칠 필요도 없어졌다. 신문 광고도 크게 줄면서 신문 지면도 줄었다. TV 편성표를 비싼 지면에 굳이 실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신문 지면의 터줏대감이었던 TV 편성표가 미디어 환경 변화(OTT, 유튜브 중심)와 종이 신문 제작비용 부담으로 인해 빠르게 퇴장하고 있다.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 6개사는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완전히 제외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4개사는 아직 편성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역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위주로 대폭 축소해 게재한다.   해외 언론들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미국 최고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2020년 9월을 기점으로 81년간 이어오던 지면 TV 편성표를 전면 폐지했다.   사실 신문사들은 수년 전부터 편성표 폐지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검색이 서툰 골수 고령층 독자들의 항의와 절독 협박이 워낙 거세어, '폐지했다가 슬그머니 다시 부활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2026년 현재는 고령층마저 유튜브나 스마트TV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신문사들이 마침내 완전히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나마 고령층 독자가 많은 보수 신문 4개사만 아직 편성표를 유지하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TV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축복받은 한국인 유전자

축복받은 한국인 유전자   외국인 특히 백인이나 흑인들이 한국에 와서 ‘기분 좋게’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여름에 승객이 많은 지하철을 탔는데, 역한 땀냄새가 나지 않아서다. 이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올리브영에서 데오드란트(겨드랑이 냄새 제거제)를 사려는데, 구석에서 힘들게 겨우 찾고 보니 가격이 엄청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겨드랑이에서 나는 냄새 즉 암내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사람의 겨드랑이에 집중된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와 만나 분해되면서, 특유의 시큼하고 지독한 암내(액취증)를 풍기게 된다. 이 아포크린샘의 분비 활성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ABCC11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는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고 한다.우성인 대립유전자 G의 경우, 아포크린샘 분비가 활발하여 땀 냄새가 강하게 난다. 하지만 열성인 대립유전자 A의 경우, 아포크린샘 분비가 극도로 적어 땀 냄새가 거의 안 난다.중요한 건 한국인들은 거의 100%가 A 타입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냄새가 안 나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멀어질수록 냄새 날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지도 참고)* 냄새 안 나는 A 유전자 보유 비율: 중국인 약 80% ~ 90%, 일본인 약 70% ~ 80%, 동남아시아 약 30% ~ 60%, 북중남미 원주민들 약 30% ~ 50%, 유럽 및 아프리카계 약 1% ~ 3% 미만)   지도를 잘 보니 “어떻게 이렇 수가 있지? 정말 기가 막힌다”라느 말이 절로 나온다. 한국인 자체로 ‘축복받은 신체’이자, 자랑스런 유전자다.   이렇게 된 이유를 제미나이에게 물었다.약 3만~4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인류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추운 북방을 통과했다. 극도로 추운 환경에서는 몸의 열을 보존하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분비물이 많은 아포크린샘의 활동을 줄이는 것이 유리했다. 겨드랑이나 몸에 땀이 많이 나면, 그 땀이 얼어붙으면서 치명적인 동상에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땀과 냄새 유전자(G 타입)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도태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고, 반면 땀과 냄새가 안 나는 유전자(A 타입)를 가진 극소수의 사람들이 살아남아 동북아시아 지역에 자리를 잡고 번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이렇게 한반도로 들어온 초기 정착민 집단(창시자 집단)이 유독 이 A 타입 유전자를 순도 높게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내려 왔다고 한다.(‘한국인은 북방계와 남방계의 이주민들로 이루어졌다고 배웠는데?’라고 물으니, 제미나이는 ‘유전적 대융합’에 의해 우성이지만 소수였던 남방계의 '땀 냄새 유전자(G)'만 싹 걸러져 소멸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시베리아와 만주에 사는 사람들도 한국인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만주는 중국인과 시베리아는 러시아인과 섞이며, 냄새가 안 나는 A 타입 비율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만은 한반도의 지리적으로 닫힌 구조로 인해, 다른 민족들과 섞이지 않고 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반도 안에 갇혀서, 좋은 점도 있다는 건 처음이다.요즘 국제결혼이 증가추세인데, 배우자에게서 냄새가 나는 지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냄새나는 유전자가 우성이므로, 2세 역시 냄새날 확률이 높다. 평생 같이 살다 보면, 냄새에 익숙해지겠지만...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기도용 구슬

기도용 구슬   필자가 어렸을 때 TV에서 성당의 모습이 나왔는데, 어떤 교인이 묵주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천주교에서 염주를 들고 있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염주는 알았는데, 묵주를 몰라서 생긴 의문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종교는 다른 종교를 배척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종교는 경쟁관계다. 이중 국적은 있어도 이중 종교는 없다. 따라서 모든 종교가 말로는 사랑과 포용을 외치지만, 실상은 서로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종교 때문에 전쟁을 하거나, 원수처럼 싸우고 탄압하고 죽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하거나 다투는 상황에서도, 다른 종교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슬 여러 개를 한 줄로 이은 ‘기도용 구슬(Prayer beads)’이다. 이를 불교에선 ‘염주’, 이슬람교에선 '미스바하(Misbaha)', 기독교에선 ‘묵주’라고 한다. 불교의 염주는 고대 힌두교에서 사용하던 ‘자파 말라(Japa Mala)’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모두 기도 횟수를 세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기도용 구슬이 다른 종교로 전파된 과정을 알아봤다.기원전 8세기 경, 고대 인도 힌두교에서 만트라(진언)를 반복해서 외울 때 그 횟수를 잊지 않기 위해 씨앗이나 나무토막을 꿰어 사용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후 인도의 힌두교 문화권에서 탄생한 불교가 이 도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불교가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면서 '108번뇌' 같은 의미가 덧입혀져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108개)가 되었다.99개(33개의 간이형도 있음)의 알을 가진 이슬람교의 미스바하는 8~9세기경 불교와 힌두교가 성행하던 인도/중앙아시아 지역과의 무역 교류를 통해 넘어온 것으로 추정한다.가톨릭에선 초기 기독교 수도사들은 밧줄에 매듭을 지어 기도 횟수를 셋다고 한다. 이후 십자군 전쟁 시기 전후인 중세 11~13세기경 구슬을 꿰어 만든 묵주의 형태가 이슬람에서 도입되었다고 추정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종교 때문에 죽어라 싸우던 적의 종교에서 배워온 것이다. 59개 구슬을 사용한다.   현재의 한국은 여러 종교가 섞여 있어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로운 아주 특이한 나라다. (통일교나 신천지, JMS 등은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인들은 ‘슬기롭게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대화방에서 종교 얘기를 하는 걸 절대 금기시한다. 이렇듯 타인의 종교를 존중해주다 보니, 지금의 결과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염주와 묵주를 흔히, 그리고 간혹 미스바하도 한 자리에서 평화롭게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자리양보

자리양보   며칠 전에 종로5가에서 대학로를 지나는 버스를 탔다. 마침 뒤쪽에 자리가 비어서 앉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탔는데, 그중 80 정도 연세가 돼 보이시는 분이 저 앞에 섰다.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필자가 그 할머니 다음으로 나이가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리 오시라 해서 자리를 양보하고, 그 할머니가 계셨던 자리쯤에 섰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죄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요즘 젊은이들 다 그렇지, 뭐’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정류장인 대학로에서 그 젊은이들이 모두 우르르 내리는 것 아닌가?순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차피 다음 또는 다다음에 내릴 건데, 조금 일찍 일어나서 노인에게 양보하면 얼마나 보기도 좋고 본인도 뿌듯할까?   필자만 해도 국민(초등)학교 때부터, 어른들에게 자리 양보해야 한다고 배웠다. 지금으로 치면 노약자/어린이에 속할 나이였지만, 당시엔 9살짜리 어린이가 50대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노인이 앞에 서면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차라리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 건지, 젊은이들이 배려심이나 예의가 없는 건지,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다. 자리 양보하는 경우를 점점 보기 어렵다.   물론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요즘은 자기만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걸 바라는 마음도 많이 줄었다.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어차피 곧 내릴 건데 좀 일찍 일어나 양보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휴대폰에 정신을 팔려서 그렇다는 변론도 한다.글쎄...다수의 젊은이들이 노인이 옆에 선 것도 모를 만큼 휴대폰에만 빠져서 집중하다가, 내릴 때가 되니 모두 정확히 알아서 내린다?필자도 버스에서 휴대폰을 보지만, 사람들이 계속 부딪히며 가다 서다 반복하는 버스의 속성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모를 모시지만, 처음 자식들과는 따로 사는 세대.노인들에게 자리 양보하지만, 젊은이에게 자리 양보 받을 수도 생각도 없는 세대.바로 필자가 속한 베이비붐 세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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