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명소 | ‘사무라이의 시대’에서의 임진왜란
22-10-26 09:1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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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의 시대’에서의 임진왜란
지난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사무라이의 시대’라는 시리즈를 봤다. 6부작으로 일본 전국시대 중 ‘오다 노부나가 – 토요토미 히데요시 – 도쿠가와 이예야스’에 이르는 시대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한다. 극히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수준이어서 뒤로 갈수록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가장 흥미로운 일본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다큐멘터리 형식이라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설명하는 것도 많이 등장한다. 서양인들에게 특이해 보여서인지, 할복자살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들이 있다.
특히 임진왜란(정유재란 포함)에 대해선 우리가 배운 것과 다르거나 잘못된 내용도 나온다.
우선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위대한 인물로 묘사한다. 일본을 120년 만에 통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임진왜란(정유재란 포함)을 일으킨 못된 지도자로 알고 있다. 실제 일본 내에서도 조선 정벌에 대해 모두 반대했지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혼자 밀어붙였다. 수십만의 사무라이들을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사무라이의 시대’에선 임진왜란을 짧게 묘사한다.
바다를 건너야 하므로 군수품 조달과 병참이 어렵기 때문에, 임진왜란에 대해 처음부터 승산이 없었던 전쟁으로 소개된다. 일본군이 처음엔 평양까지 진격하였지만 곧 전국에서 발생한 의병들로 인해 병참에 애를 먹었는데, 조선에서 나온 이름은 곽재우가 유일하다. 마치 곽재우와 그의 의병들만이 일본군을 막은 것처럼 설명한다. 심지어 곽재우가 남강 전투에서 조선의 첫 승을 거뒀다고 한다. 남강이라면 진주의 남강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남강 전투 즉 진주성 전투(진주대첩)는 곽재우가 아니라 김시민 목사가 이끈 승리였다. 게다가 일본군의 군수물자 수송 차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조선 수군이나 이순신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세계적 석학인 것처럼 등장한 사람들이 이렇게 엉터리로 설명을 한 걸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어쨌든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성격이 하도 이상해져서, 듣기 싫은 얘기를 하면 바로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조선에서 잘 싸우고 있다는 보고만 해야 했다. 우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조선에서 철군하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배웠지만, 실은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죽을 때까지 일본군들이 잘 싸우고 있는 줄 알았다. 그의 사후 부하들이 토요토미의 유언으로 포장해 철군을 명령했을 뿐이다.
요약하면 임진왜란은 일본이 원래 승리하기 어려웠던 전쟁을 억지로 하다가 물러난 것처럼 간단히 설명한다. 즉 외국이나 일본에선 임진왜란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피해를 입고 고초를 당한 것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역사적 관점을 바꿔, ‘(임금은 한심했지만) 당당하게 일본군을 패퇴시킨 민족’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시리즈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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