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 박사
한국남 박사요즘은 일반인들도 카메라 앞에서 말을 참 잘한다. 학교에서 발표와 토론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하고, 동영상 촬영에 익숙해진 탓이다. 운동 선수들도 인터뷰를 하면 조리있게 말을 잘한다.예전엔 야구 해설을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아닌, 허구연이나 하일성 같은 사람들이 했다. 그것도 당시엔 말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프로야구에서 갓 은퇴한 선수들이 바로 해설을 맡기도 한다.필자가 어렸을 때엔 방송에 아무나 나가는 게 아니었다. 연예인 아니면 아나운서 정도만 출연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TV에 종종 출연해, 사람들을 웃긴 적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남 의학박사였다. 소란스럽거나 달변은 아니지만, 조용히 위트 있는 말로 사람들을 웃겼다. 의사라고 하면 대개 근엄한 이미지이지만, 한 박사는 지금으로 치면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였다.어느 날 사회자가 한 박사에게 물었다.“사람들을 웃기는 요령이 뭔가요?”한국남 박사의 대답은 의외였다.“남을 웃기려면, 내가 웃으면 안됩니다”응? 한 박사가 정말 그랬다. 남들은 깔깔거리며 웃는데 정작 본인은 늘 담담한 표정이었다.어린 마음에도 그 말이 가슴에 꽂혔나 보다.그래서 그 다음부턴 필자도 농담할 때 진지한 표정으로 했다.그런데 아무나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필자가 늘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 보니, 듣는 사람들은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을 못 했다. 필자는 당연히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던졌지만, 상대가 웃기는커녕 한심하단 표정으로 보는 게 아닌가?사람들은 각자 웃음 포인트가 다른가 보다.사실 방송인들이 본인이 웃으면서도 남을 웃기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그렇다.갑자기 한국남 박사의 근황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봤다.1929년 평안남도 출생이란 것 말고는 정보가 없다. (사망 연도가 없으니 살아 계신지 모르겠다)참고로 한 박사는 산부인과 전문의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1984 강남지하상가
1984 강남지하상가40년 전인 1984년 9월 1일부터 약 3일간 큰 홍수가 서울을 덮쳤다. 이른바 ’1984년 서울대홍수‘다.그 때가 주말이어서 필자가 집에 있었는데, 하루종일 나오는 재난 방송에 공포심을 느끼기도 했다.우선 망원동일대와 풍남동 일대 등 낮은 지역에선 1층까지 물에 잠겼다.필자가 사는 아파트와 동네는 침수되지 않았지만, 남의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소양강댐이 붕괴되어 서울이 물바다가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웬만한 동네의 1층까지 물이 찰 것이란 예보였다. 필자의 집은 2층이었는데, 혹시 몰라서 아랫쪽에 있던 서랍이나 물건들을 모두 소파 위로 옮기기도 했다. 다행히도 비가 그치며 큰 걱정은 거기까지로 끝났다.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기록하며 그친 가을비 물난리에 뒷처리가 문제였다.그런데 화제가 된 침수 지역이 있었다. 바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꽤 길고 넓은 지하상가다. 주로 패션 액세서리를 판매한다.상인들이 급히 대피하면서 물건들을 챙겼는데, 마네킹이 입던 옷까지 홀랑 벗겨가서 민망한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일부 양식(?)있는 상인들은 비닐봉지로 몸을 가려주고 떠나기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요즘은 마네킹을 추상적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시엔 사람과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했다)그런데 그 상인들에게 문제는 침수된 상품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였다.상인들은 젖었지만 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싸게 팔기로 하고, 지상 여기저기에서 침수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장기(?)인 ‘어려울 때 돕자’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정말 진흙이 묻거나 젖은 상품들이었다.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이번엔 우리나라 ‘상인’들의 장기(?)인 ‘무조건 팔고 보자’가 등장했다. 지하상가 상인도 아니고 침수된 상품도 아닌, 엉터리 상품을 파는 잡상인들이 등장한 것이다. ㅠ.ㅠ하지만 이런 악성 상행위는 오래가지 못했다.지하상가가 정상 운영되면서 진짜 지하상가 상인들은 지하로 내려가고, 가짜 지하상인들만 지상에 남았기 때문이다.(그래도 거기서 물건을 사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방송의 위력과 책임감
방송의 위력과 책임감요즘 횡단보도를 건너다보면, 차들이 정지선을 잘 지키며 얌전하게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약 3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한땐 차가 빨간불에 일단 정차했다가도 인도의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면, 횡단보도를 슬금슬금 가로질러 앞으로 나가 다시 정차하는 게 효율적이고 매너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도 사라졌다.사실 운전할 때 정지선을 잘 지키게 된 것엔 한 방송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 바로 약 30년 전인 1996년 방송되었던 ‘양심냉장고’ 덕이다.당시 일요일을 책임진다고 할만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의 사회로 이경규와 노사연 등이 출연했었다. 이경규는 ‘이경규가 간다’라는 코너를 맡고 있었는데, 이는 오락물을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한 당시로선 신선한 발상이었다.운전자들이 하도 신호와 정지선을 지키지 않자, 잘 지킨 운전자에게 ‘양심냉장고’를 선물했다.첫 방송에선 새벽에 이면도로에 있는 신호등과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았는데, 처음 제대로 찾은 운전자를 만나보니 장애를 가진 사람이어서(사진) ‘조작 시비’까지 일기도 했었다.한번은 넓은 도로를 미리 예고하고 제작했는데, 일부 무리의 운전자들이 합심(?)해 작전을 짜며 양심냉장고에 도전했으나 무위로 끝난 경우도 있었다.이 코너가 인기를 끌자 어떤 지방방송에선 이를 흉내 내, 똑같은 방식으로 ‘양심밥솥’을 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었다.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은 당연하게 정지선을 잘 지킨다.이는 방송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그만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신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윤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윤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반면 국민의 힘은 109석 확보에 그쳤고 야권은 190석을 확보했다. 여권 입장에선 간신히 개헌과 대통령 거부권 그리고 탄핵을 지킨 수준이다. ‘정권 심판론’이 국민의 뜻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동안 윤 대통령의 실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내가 해도 저보단 잘하겠다’라며 비판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유의 무식과 오만으로 제갈길을 갔다. 경제가 엉망이라 국민들이 도탄에 빠져 신음해도, ‘세계적으로 다 어렵다’며 딴 세상 소리를 해 댔다. 우리나라만 외교 무대에서 헛발질을 하며 소외되는 것을 못 느꼈고, 의대 정원 확대 방식도 초등학생 수준보다 못하다. 사실 이번 선거 결과는 예상했던 바이다. 아니 어떤 전문가는 국민의힘이 100석도 못 얻고 윤대통령은 탄핵 당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보다 지역 비례 합해 두 석을 더 얻었으니 성공’이라 생각하지 않을까?‘100석 미만’이란 최악을 면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할까?탄핵 당할 걱정에서 벗어나 속이 시원할까?윤대통령은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면서, 심판을 왜 당해야 하는지는 알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하지만, 안 바뀔 것’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사람은 타고난 성품을 바꾸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생각과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선 국민의힘이 100석도 못 얻었어야 했다. 윤 대통령에겐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로 심판했어야 했다.앞으로 3년이나 남은 대통령 임기 기간동안 국민들은 또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어쩌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 복이 지지리도 없게 되었을까?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나훈아와 남진
나훈아와 남진‘가황(歌皇)’(누가 붙여준 별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언론에선 그렇게 불렀다) 가수 나훈아(77·본명 최홍기)가 데뷔 58년만에 '마지막 콘서트' 계획을 발표하며 사실상 가요계 은퇴를 시사했다.나훈아는 27일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긴 세월 저를 아끼고 응원해줬던 분들의 박수와 갈채는 제게 자신감을 더하게 해줬고, 이유가 있고 없고 저를 미워하고 나무라고 꾸짖어 주셨던 분들은 오히려 오만과 자만에 빠질뻔한 저에게 회초리가 되어 다시금 겸손과 분발을 일깨워줬다"며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고 적었다.참 말도 잘한다. 하긴 수 많은 명곡들의 작사 작곡까지 했으니...어쨌든 가요계에서 ‘라이벌’ 하면 이 둘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남진과 나훈아다.나훈아는 1947년생으로 1966년 <천리길>로 데뷔했다.남진은 1945년생으로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했다.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시기에 대뷔해, 조금 과장을 섞으면 70년대 한국 가요계를 한때 반분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 당시엔 남진이 더 인기가 있었다. 원래 영화배우를 준비하던 만큼, 잘생긴 외모에 쇼맨십도 꽤 있었다. ‘동양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며 엘비스 흉내를 내기도 했었다.그러던 중 1971년 나훈아가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배후에 남진”을 얘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나훈아는 1976년 7살 연상의 탑 여배우 김지미와의 동거를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6년 후 결별함)2008년에 “야쿠자에게 성기 절단을 당했다”는 루머가 돌자 나훈아는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해선, 테이블 위에 올라가 “바지를 30초간 내려 보일까요?”하며 루머를 한방에 잠재우기도 했다.나훈아가 1987년 발표했던 ‘땡벌’을 가수 강진이 찾아와 자신이 부르도록 허락해 줄 것을 애걸하자 선뜻 허락했고, 그 하나로 강진은 평생 먹고 살게 되었다.나훈아는 싱어송라이터(발표곡 중 30% 정도가 자작곡이라고 함)이면서도 신비주의를 고집한 가수다. 필자가 알기엔 광고 한번 출연하지 않았고,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까지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터프한 외모에 체력관리도 잘해, 나이에 비해 언제나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마지막 공연에선 티켓 구하기가 아주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반면 남진은 80년대 이후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금은 대형 단독 공연은 꿈도 못 꾸고, 전립선 건강식품 광고에도 출연하고 있다.한때 라이벌이었던 두 가수의 노년은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마동석 유감
마동석 유감 10일 BC카드가 작년 10월에서 올해 3월 결제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결제 금액은 138.8%, 결제 건수는 130.6%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결제 금액이 2.5%, 결제 건수가 1.1% 줄어들었다. 요즘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업계가 난리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국내로 진입하면서 저가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만간 쿠팡 빼고는 다 망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 때문에 필자도 2년 정도 하던 해외구매대행업을 올해부터 손 떼었고, 필자와 비슷한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주범(?)인 알리익스프레스의 광고 모델이 바로 배우 마동석이다. 마동석이 누구인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이자 제작자에, 헐리우드 작품 ‘이터널스’에 출연한 국제적 배우다. 게다가 출연료 기준 우리나라 3대 배우(이정재, 송강호, 마동석) 중 한 사람이다. 이 정도면 소위 ‘국민 배우’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상남자 스타일에 코믹한 연기를 하는 마동석을 좋아하고, 그가 나오는 영화를 거의 모두 봤다.그런데 이렇게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있는 배우가, 굳이 한국 기업들을 괴롭히고 많은 국민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광고 모델을 하고 싶었을까? 이번엔 마동석을 검색해 봤다.18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미국 국적을 얻고, 복싱을 배우고 웨이트 트레이너로 활동했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만 31살에 늦게 배우가 됐고 인기를 얻자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는데, 미국 국적도 갖고 있어 이중국적자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배우가 나라까지 생각하며 활동을 해야 한다는 건 꼰대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으로 돈을 엄청나게 벌고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면, 애국심까지는 몰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엄청난 모델료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마동석이 ‘돈만 아는 얍삽한 배우’로 여겨지면서, 그에게 괜시리 섭섭해지는 건 필자의 옹졸함때문일까? 곧 개봉할 마동석 주연 제작의 <범죄도시4>를 볼까 말까 고민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