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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1984 강남지하상가

24-04-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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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강남지하상가


40년 전인 1984년 9월 1일부터 약 3일간 큰 홍수가 서울을 덮쳤다. 이른바 ’1984년 서울대홍수‘다.

그 때가 주말이어서 필자가 집에 있었는데, 하루종일 나오는 재난 방송에 공포심을 느끼기도 했다.


우선 망원동일대와 풍남동 일대 등 낮은 지역에선 1층까지 물에 잠겼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와 동네는 침수되지 않았지만, 남의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소양강댐이 붕괴되어 서울이 물바다가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웬만한 동네의 1층까지 물이 찰 것이란 예보였다. 필자의 집은 2층이었는데, 혹시 몰라서 아랫쪽에 있던 서랍이나 물건들을 모두 소파 위로 옮기기도 했다. 다행히도 비가 그치며 큰 걱정은 거기까지로 끝났다.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기록하며 그친 가을비 물난리에 뒷처리가 문제였다.

그런데 화제가 된 침수 지역이 있었다. 바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꽤 길고 넓은 지하상가다. 주로 패션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상인들이 급히 대피하면서 물건들을 챙겼는데, 마네킹이 입던 옷까지 홀랑 벗겨가서 민망한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일부 양식(?)있는 상인들은 비닐봉지로 몸을 가려주고 떠나기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요즘은 마네킹을 추상적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시엔 사람과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상인들에게 문제는 침수된 상품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였다.

상인들은 젖었지만 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싸게 팔기로 하고, 지상 여기저기에서 침수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장기(?)인 ‘어려울 때 돕자’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정말 진흙이 묻거나 젖은 상품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이번엔 우리나라 ‘상인’들의 장기(?)인 ‘무조건 팔고 보자’가 등장했다. 지하상가 상인도 아니고 침수된 상품도 아닌, 엉터리 상품을 파는 잡상인들이 등장한 것이다. ㅠ.ㅠ


하지만 이런 악성 상행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하상가가 정상 운영되면서 진짜 지하상가 상인들은 지하로 내려가고, 가짜 지하상인들만 지상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기서 물건을 사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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