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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정리’하는 날
‘옷장 정리’하는 날 지난 일요일 아내가 혼자 옷장 정리를 했다. 마치고 난 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밀린 숙제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라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옷이 많다. 과거 언젠가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내가 미국 LA를 갔었는데, 옷이 별로 없더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치하는 거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는 잘 모르고 한 얘기다. 미국 LA는 지중해성기후라 추운 날이 별로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대륙성기후라 4계절이 뚜렷하다, 계절별로 옷이 필요하니, 옷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엔 대부분 단벌신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치하고 거리가 먼’ 필자만 해도 옷이 참 많다. 남방셔츠를 예를 들면 추운 겨울용, 겨울 내지 봄 가을용, 얇은 긴팔, 반팔 등 여러 종류에 각각 다른 디자인의 옷이 몇 벌씩 있으니, 남방셔츠만 족히 십 여 벌은 된다. 옷이 많아지다 보니 요즘 신축 주택엔 드레스룸용 방이 따로 있다. 하지만 방이 아주 크지 않으면, 옷장처럼 환절기마다 옷 정리를 해야 하긴 마찬가지다. 옷장 정리는 계절에 맞게 입을 옷을 꺼내 옷장이나 행거에 걸고, 철 지난 옷들은 박스나 가방에 담아 따로 보관하는 방식이다. 옷장 등의 꼭대기나 구석에 있는 박스 같은 걸 들었다 놨다, 꺼내고 담는 일이 결코 수월하진 않다. 게다가 일 년에 사계절이 있으니 옷장 정리도 일 년에 네 번이나 해야 한다. 아내가 ‘하기 싫은 숙제’ 같다는 게 틀린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니, 옷장 정리를 하고 나면 꼭 버리는 옷이 한 보따리가 나온다.모두 언젠가 돈 주고 샀던 옷인데... 아까워 죽겠다.하지만 낡고 한물간 옷을 이고 지고 살 수는 없는 법, 낑낑 들고 나가 헌 옷 수거함에 넣어 버린다. 옷장 정리를 하고 나면 옷에서 나온 먼지 떄문에 꼭 청소를 해야한다.진공 청소기를 밀고 나면, 이로써 옷장 정리 끝! 계절 숙제 끝!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여자들의 수다
여자들의 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연령에 관계없이 ‘수다’ 하면 ‘여자’다. 수다는 모든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다. (물론 남성들도 가끔 수다쟁이가 있지만, 맨정신에 수다를 떠는 남자들은 극소수이고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호프집에 있었는데, 젊은 여성 세 사람이 들어와 옆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부터 얼마나 시끄럽게 웃고 박수 치고 떠드는지, 주인이 주의를 줬다. 하지만 일 분도 안 가서, 굴러가는 잎만 봐도 웃는 것처럼 박장대소의 연속이었다. 견딜 수 없었던 필자 일행이 자리를 떴다. 지하철을 타면, 가는 내내 이어폰을 끼고 쉴 새 없이 전화하는 젊은 여성들도 있다. 옆자리에서 그러면 정말 짜증이 난다. 얘길 들어 보면 별 게 없다. 남자들은 전화할 때 대개 용건만 얘기하고 끊지만, 이런 여성들은 그냥 떠든다. 그렇다면 누군가 상대가 있다는 얘기다. 그 옆자리 사람도 얼마나 짜증이 날까? 뭐라 한마디 했다간 봉변을 당할 것 같아, 마음 속에 ‘참을 인’자를 수도 없이 새기며 목적지까지 갔다. 연령에 관계없이 여자들이 모이면 왕수다다. 그렇게 몇 시간을 떠들다 헤어질 땐, “이따가 전화 해”하면서 간다. 그렇게 떠들고도 또 할 얘기가 남았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시간이 넘게 전화하다가 “내일 만나서 얘기해”라며 끊는다. 헐~ 대부분의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끼리는 정말 금방 친해진다. 아주 친한 사이로 보이고 오래 만난 사이 같은데, 정작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현상은 나이에 관계없지만, 특히 지하철 할머니들을 보면 쉽게 볼 수 있다. 옆에 앉은 할머니끼리 “언니 동생” 하면서 친해 보이는데, 헤어질 땐 “덕분에 재미있게 잘 왔다”며 쿨하게 가버린다. 알고 보니 방금 만난 사이다. 지하철에 할머니끼리 앉으면 한 할머니가 옆 할머니에게 물어 본다.“올해 어떻게 되시유?(또는 몇이시유?)”나이를 알고나면 금세 언니 동생이 정해지고,“어디가는 길이유?”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자식이나 손주 자랑이 주된 소재다. “어머머머” 또는 “얼마나 좋우”하며, 추임새 또는 리액션으로 앉은 내내 이야기를 이어 간다. 그렇게 친하게 얘기하다가 연락처 교환도 없이 깔끔(?)하게 헤어진다. 남자들은 늙어가며 대인관계가 좁아지고 외로워 지는데, 여자들은 수다 덕에 대인관계도 넓어지고 행복 지수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쌀과 잡곡
쌀과 잡곡 잡(雜)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뒤섞여 순수하지 않음’ 또는 ‘아무렇게나 막됨’이란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잡(雜)이란 글자가 단어 앞에 들어가면 주(主)된 건 아니고 뭔가 부족하거나, ‘잡상인’ ‘잡 놈’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주와 잡으로 나누는 대표적인 사례가 곡식이다. 우리나라에선 주곡(主穀)은 쌀이고, 나머진 죄다 잡곡(雜穀)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옛날 얘기다. 요즘은 쌀보다 잡곡이 훨씬 비싸다. 주와 잡의 입장이 바뀌었다. 그 계기가 된 게 바로 ‘통일벼’의 등장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흰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가졌다는 의미였다. (물론 정부미처럼, 좀 덜 희긴 하지만 값 싸고 질 낮은 쌀밥도 있긴 했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선 감자가 주식이고, 생일이나 명절에서야 흰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필자가 살았던 동네인 흑석동만 해도 도시락을 못 싸 오는 학생은 없었지만, 당시엔 실제 쌀이 없어 도시락을 못 싸 와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학생들이 있었다. 또 어떤 학생은 쌀이 없어 대신 도시락으로 감자를 쪄왔는데, 속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이 달려들어 맛있다며 빼앗아 먹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자기 도시락이라도 주면서 빼앗아 먹었어야지) 어쨌든 예전엔 쌀농사를 그렇게 많이 지었는데도 늘 쌀이 부족했다. 종자의 문제가 컸다. 키가 커서 비바람에 약하고 병충해에도 약할 뿐만 아니라, 종자 자체가 수확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개발한 종자가 통일벼였다, 통일벼는 키가 좀 작지만 병충해 등에도 강하고, 무엇보다 낱알 수가 크게 늘었다. 정부는 열심히 통일벼를 홍보하며 보급했고, 쌀 부족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덕에 ‘혼분식 장려운동’과 ‘도시락이나 식당에 30% 이상 잡곡을 섞어는지 확인하는 검사’도 사라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통일벼의 가장 큰 단점은 ‘맛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이는 요즘 서울의 일부 동남아 음식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알량미(안남미)’가 생각난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쌀 하면 대한민국.계속된 종자 개량 등으로 어느 순간 통일벼는 자취를 감췄다. 요즘 다수의 가정에서는 잡곡밥을 먹는다. 건강을 위해서나, 밥맛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 일부는 아직도 흰쌀밥을 고집한다. 어릴 적 ‘흰쌀밥’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부러움 때문이 아닐까?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독어 불어를 왜 가르쳤을까?
독어 불어를 왜 가르쳤을까? 세계적으로 한국어 열풍이다.한류에 힘입어 일반인이 자발적으로 배우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태국에선 대학입시 제2외국어 과목으로 중국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학생들이 응시한다고 한다. 필자가 고둥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 과목이 있었다.대부분 남고는 독일어를, 여고는 프랑스어를 선택했다. 학교에서 정하는 것이므로 학생들의 선택권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애써 배운 독일어를 60 넘어 평생 단 한 번도 써먹어 본 적이 없다. (지나면서 다 잊어버렸지만)프랑스어를 배운 학생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아까운 시간 낭비한 것 밖에 안된다.그럼 왜 배운 걸까? 사실 당시엔 일본어를 배웠어야 했다.일본이 가깝기도 하고 교류도 많으며, 당시 일본은 무서운 기세로 세계 경제를 잠식해 나가던 신흥 경제 강국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배웠으면 일본 가나 문자라도 익히고, 일본에 가서라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대화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엔 반일감정이 남아 있어서,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걸 꺼려했다. 또한 당시엔 중국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어서, 중국어를 배우긴 힘들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차라리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하지만 귀한 시간에 아무 쓸데없는(?)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가르친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스럽다. 교육은 백년대계란 말이 있듯, 잘못된 교육 정책으로 쓸데없는 제2외국어를 배워서 60 넘어 지금도 아까워하고 있다.태국처럼 교육당국의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으~~ 채변봉투
으~~ 채변봉투 필자가 학교 다닐 때엔 일년에 한 번 학교에서 채변봉투를 나눠줬다. 정부가 국민건강에 적극 관여하던 시기였다. 봉투안엔 비닐 봉지가 들어 있었다. 안내 문엔 ‘깨끗한 종이 위에 변을 보고,소독저(당시엔 나무젓가락을 이렇게 칭했다)로 세군데 이상에서 변을 채취해 비닐 봉지에 넣고 묶으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채변 결과에 따라, 담임선생님이 해당 학생들을 앞으로 불러내 즉석에서 ‘회충약’을 먹였다. 앞에 나간 학들은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부끄러워했다. 똥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지만, 보이기는 왠지 부끄러운 것이기도 하다. 또한 채변을 해서 가져가는 것 자체가 귀찮기도 했다. 따라서 채변봉투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어떤 학생은 개똥을 넣었다가,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는 기생충-개똥’이란 결과가 나왔다. (농담으로) ‘디지게’ 맞았다.어떤 학생은 친구 것까지 만들어 제출했다가, 그 친구랑 같이 회충약을 먹은 경우도 있었다. 가끔은 가족끼리 한 자녀의 똥으로 다른 자녀의 채변 봉투까지 만들어, 형제까지 같이 회충약을 먹은 경우도 있었다. 또 한 학생은 ‘변비’라는 쪽지를 대신 넣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은 껌을 넣었다가 ‘이물질’ 판정을 받아 (농담으로) ‘디지게’ 맞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람 똥이 참 독하다는 걸 깨달았다.비닐로 싸고 종이로 싸도 냄새가 꽤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방에 도시락도 넣고 채변봉투도 넣어야 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요즘은 채변봉투는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한 번 (또는 봄 가을 두 번) 구충제를 복용하라는 정부의 권고가 있었다. 지금은 농사 지을 때 인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구충제(회충약)을 먹으라는 권유는 없다. ‘채변봉투’ 좀 지저분한 생각은 들었지만, 국가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진행했던 좋은 사업이긴 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