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글을 더 조심해야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을 조심하란 의미다. 그런데 말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글’이다. 요즘 녹취가 흔해졌지만 지금도 법에선 문서를 최우선 근거로 한다. 어떤 회사 임원은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얘기(충고나 질책 등)는 절대로 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글은 두고두고 보기 때문에, 상한 기분이 갈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란다.이처럼 누구나 글을 쓸 땐, 말처럼 함부로 적지는 않는다.그런데 갑자기 GSGG라고 적으면 일반인들은 어떤 뜻으로 알까?특히 그 앞부분에 분통을 터트리는 내용이나 표현이 있다면 거의 대부분 ‘*새끼’의 영문 약자를 쓴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초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GSGG라고 적었다.언론중재법 통과가 지연되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늘 실패했습니다.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눈물이 흐르고 입 안이 헐었습니다"라며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썼다.이후 김 의원은 'GSGG'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박병석 의장님~~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그렇지만 governor는 국민의 일반 의지를 충실히 봉사할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수정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국민의 일반 의지에 봉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Government serve general Good'을 줄여 쓴 표현이라고 해명(?)했다.김승원 의원에게 묻는다.“GSGG가 그렇게 좋은 뜻이라면 앞으로 김의원을 GSGG라고 칭하면 막 좋아라 할 것인가?”그래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페이스북 등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의장님의 따끔한 질책 마음속 깊이 새기고 좋은 정치하는 김승원이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문제가 됐던 GSGG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김승원 의원은 먼저 글엔 분명히 국회의장을 ‘박병석’이라 칭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나중에 ‘의장님’을 붙였다. 더욱 중요한 건 ‘GSGG’를 'Government serve general Good'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그래서 사전으로 검색을 해봤다.없다. 정치학자도 모르는 약어다.결국 김승원이 고민한 끝에 좋은 의미의 글자를 조합해 갖다 붙인 것이다.글은 두고두고 남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김승원, 이런~ GSGG!”<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당구장은 일본?
이번주(10월 4일~10일)은 한글날 주간이고, 9일 한글날은 575돌이다.한글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 글과 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필자는 1988년 6월 모 대기업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업무상 거의 모든 용어가 일본어 또는 일본식 용어였다. 우리나라 근대 문물이 서양이 아닌 일본을 통해 수입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사실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우리말보단 일본어가 더 많이 쓰일 정도였다.벤또(도시락) 빠께스(양동이) 와리바시(나무젓가락) 다마네기(양파) 다마(구슬, 전구) 쓰메끼리(손톱깎이) 등 지금도 기억나는 단어들이 많다. 이는 80년대 까지도 흔히 사용되었다. 지금도 일식집이나 횟집에 가면 밑반찬을 쓰기다시(つきだし [付き出し])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지난 30년간 우리 국민들은 일제 잔재 지우기에 나섰다.관련학계와 단체 그리고 방송 등에선 생활용어를, 업계에선 전문용어를 우리말이나 한자 또는 원어로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필자가 근무했던 광고계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아직도 거의 바뀌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당구장이다. 필자는 당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당구장에 가면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안간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당구의 일본식 용어, 예를 들면 다마(たま 공) 다이(だい 당구대) 시네루(ひねり회전) 갸꾸(ぎゃく 반대) 오시(おす 밀어치기) 시끼, 히끼(ひく 끌어치기, 당겨치기) 무시(むひねり 무회전) 나미(なめる 얇게 치기) 후루꾸(フロック 요행)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왜 유독 당구에서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일본식 용어를 사용해야 고수 또는 멋있게 보여서일까?물론 당구계에서도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당구 전문학교나 전공도 생겼고, 당구 전문채널이나 당구 중계를 보면 우리말로 중계하고 해설한다. 필자도 처음엔 생소하고 어색했지만, 이런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포켓볼을 제외하면 당구장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중년 이상이다. 이들은 당구 경력이 오래되었고, 그만큼 일본식 용어가 친숙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당구만 일본식 용어를 사용한다는 걸 알면 이젠 당구인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당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한글과 한국어도 사랑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지네발’ 카카오
지난 8월 31일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 상 뜻깊은 날이었다.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시키면서, 앱마켓 거대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법률적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인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와 30% 수수료 정책은 국내에서 힘을 잃게 됐다.그러자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이 카카오 등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법을 검토하기로 했다.한편 최근 금융위·금감원이 카카오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나치게 이런저런 사업을 마구잡이로 확장한 데 대한 차단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제재 절차에도 착수했다. 카카오의 사실상 지주사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신고를 빠뜨린 혐의로,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사실 그동안 카카오는 ‘진격의 카카오’라 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최근엔 금융과 게임으로 사업을 넓히며 사실상 재벌기업에 들었다. 올해 연이은 IPO로 현재 시가총액 5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대기업의 위상에 맞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하고 있는 잔챙이 사업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심하다 보니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사업 확장이라고까지 한다.대리운전에서 시작해 꽃배달, 퀵서비스, 영어교육, 스크린골프, 쇼핑, 미용실, 네일샵 등 돈만 되면 뭣이든 쭙쭙 빨아들이고 있다. 자금력에서 상대가 안되는 기존의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망하거나 흡수 당할 수밖에 없다.수년 전 숙박전문앱 여기어때와 야놀자, 음식배달전문앱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만 돈 벌고 업소들은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연상된다. 카카오가 퀵서비스에서 꽃배달 내지 미용실과 네일샵 등도 이렇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에 우리나라 정치권이 구글이나 카카오 같은 독점적 거대 사업자를 규제하려한다는 점에, 오랜만에 정치권에 박수를 보낸다. 구글이 전세계 의회에 엄청난 로비를 해서, 어느 나라도 구글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속담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지만, ‘눈치 봐가며 적당히 하라’는 시쳇말도 있다.카카오는 눈치가 없는 기업이다. 돈만 벌면 될 뿐, 기존 업체와 소비자의 눈총엔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만약 삼성이 꽃배달이나 퀵서비스를 하겠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일까?카카오는 기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욕을 먹고 성장하려는 기업이다.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맞을까?<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BTS와 오징어 게임
지난 4일(현지 시각) ‘BTS’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오징어 게임’도 미국 넷플릭스 전체 순위에서 14일째 정상을 지켰다. 전 세계 순위도 12일째 1위다. 대중음악과 드라마 모두 한국 작품이 사실상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BTS 곡이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여섯 번째다. BTS는 지난해 9월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 1위를 차지한 후 1년 1개월여 만에 총 6곡을 정상에 올렸다. 빌보드는 “이는 1964∼1966년 비틀스의 1년 2주 이래 최단 기록”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어디에서든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공연장 앞에서 노숙하며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은 이제 당연시(?)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공연을 못화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었던 인도와 영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한편 프랑스 파리에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하도 몰려 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줄이 하도 길다 보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그들끼리 난투극까지 벌어지곤 한다는 보도도 있다.‘오징어 게임’은 그런 문화에 익숙한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한편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누리집을 보면,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내는 이 영어사전에 26개 한국어가 새로 등재됐다고 한다. 한류(hallyu)는 “한국의 음악과 영화, 티브이, 패션, 음식의 세계적 성공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증가”로, 먹방(mukbang)은 “음식을 많이 먹으며 시청자와 대화하는 사람이 나오는 영상”으로, 대박(daebak)은 “영어에서 판타스틱, 어메이징과 같이 열정적인 긍정을 표현하는 감탄사”로 풀이됐다.우리 문화가 세계를 장악하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무 상관도 없는 필자의 어깨에 괜히 힘이 들어간다.과거엔 정말 상상도 못했던 ‘문화강국’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문 대통령 방미, 아쉬운 몇 가지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20일(현지시각)에는 UN총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임기동안 매년 UN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기록을 남겼다.그런데 이번 방미에 대해 아쉬움이 몇 가지 남는다.우선 매년 UN총회에서 연설을 해야 하나 하는 점이다. 올해는 남북한 UN 동시 가입 30주년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당위성은 없다. 아울러 ‘그동안 UN연설을 매년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우고 외국에 갈 땐 그만큼의 실익이 있어야 하는데, UN총회 연설이 그리 중요한가 싶다는 얘기다.한편 미국까지 날아가서 ‘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었나’ 하는 점이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21일 UN총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한 연설을 한 점을 볼 때, 서로 만나고 싶었으면 얼마든지 만날 기회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게다가 대통령과 동행한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22일(현지 시간) 뉴욕의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중국이 “공세적(assertive)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중국의 대외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걸 보면, ‘외교상 한미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간다.특히 전혀 준비나 환경이 안된 상황에서 문대통령이 뚱딴지처럼 느닷없이 4자 종전선언 발언을 한 건, 문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짝사랑을 국제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특이한 점은 굳이 BTS를 대동해야 했을까 하는 점이다.한 나라의 정상이 대중가수와 함께 외교적 활동을 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물론 BTS를 활용하는 게 대한민국을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BTS는 이미 UN총회에서 연설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대중가수를 며칠동안 미국까지 데려가 뮤직비디오 찍게 하고, UN총회에서 연설하게 하고, 인터뷰까지 함께 했다는 건, 보기에 따라 문대통령이 혼자 하는 데 한계가 있거나 식상했으니, BTS에게 문대통령의 백댄서 역할을 하도록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BTS의 팬클럽(아미)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BTS가 안타까워 보일 수 있는 사안이다. (BTS가 그렇게 얘기하진 않겠지만)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본인의 업적을 만들려 하지 말고, 조용히 마무리 지을 시점이라 생각된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민주당, 결선투표 했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승을 예상했던 이재명후보에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24만8880명이 참여한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는 28.30%(7만441표)를, 이낙연 전 대표는 62.37%(15만5220표)를 각각 얻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는 50.29%의 득표율로 간신히 과반을 유지해,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불씨가 남아있다. 민주당 선관위가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 몫 무효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약 무효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로 내려가 결선투표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추세상 이낙연 후보가 역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이낙연 후보는 이의제기를 했지만, 당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당 홈페이지엔 후보선출이 전면에 나와 있다.(사진) 또한 이미 선관위가 무효 처리를 하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에 이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무효표 처리 결정 당시엔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선두여서, ‘무효표 처리가 대세에 지장 없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론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의 큰 악수를 둔 것이라고 판단한다. 우선 사퇴한 후보의 표가 전혀 효력이 없는가에 대한 생각이다.기표를 잘못하거나 부정투표가 아닌 한, 사퇴한 후보가 이미 얻었던 표도 당시 유권자의 판단이므로 유효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의 반발을 예상할 수 있다.이낙연 후보가 결선투표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지지자들 중 일부는 투표를 하지 않거나 다른 당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사건 등으로 민심을 잃고 있다는 게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결선투표도 없이 후보로 확정하는 게 민주당에게 유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당내 반발 분위기까지 합쳐져 안팎으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번 무효표 사건으로 야당 후보에겐 좀더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그 책임은 민주당 선관위와 수뇌부에 있을 것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