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의 전쟁
모기와의 전쟁오늘 새벽, 천둥 번개 비바람 소리를 뚫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벌써 이틀째다.가을 모깃소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유난히 크게 들린다. ‘가을 모기가 더 독하다’는 말처럼 올해도 또 모기와의 전쟁 중이다.잠을 곤히 자고 있으면 귓가에 모깃소리가 흉측하게 들린다. 그 소리에 절로 잠을 깬다. 기분 나쁘다. 이놈의 모기를 잡아야지 하고 불을 켜고 앉는다.공격을 위해 필자의 몸을 미끼로 모기를 유인한다. 하지만 모기는 숨은 채 나타나지 않는다. 슬그머니 이불 속에 눕는다. 얼굴만 빼꼼하게 내밀고, 안경이 없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모기를 기다린다. 자다 깨서 그런지 눈이 따갑다. 모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엔 눈을 감고, 영화의 ‘맹인 검객’처럼 온 신경을 귀에 모은다.아무리 기다려도 모깃소리는 안들린다. 결국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 할라치면 어김없이 모기가 귓전에 나타난다. 모기의 날개 바람이 빰에 느껴진다. 힘껏 손으로 친다. 결국 스스로 따귀를 갈긴 셈이다. 억울하고 화가 난다.다시 불을 켜지만 똑같은 과정을 밟다가, 결국 다시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하지만 어김없이 나타나는 모기.할 수 없이 이번엔 방어태세에 들어간다. 공습하는 모기를 피해 방공호처럼 이불을 둘러 쓴다. 손이나 귀를 물릴까봐 코만 내놓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덥고 답답해서 잠이 안 온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모기의 공격은 반복되고, 필자는 스스로 따귀를 자꾸만 때리는 자해를 하고 있다.모기와의 사투 3시간.결국 5시 20분에 모기와의 전쟁을 휴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무실에 출근하니 6시 50분. 잠을 설쳐서 피곤하다.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뭔가 싶고, 하루를 어떻게 버티나 한숨만 나온다.오늘도 집에 가면 모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식가위
식가위 며칠 전 지인과 고깃집을 갔다. 연말이라 손님이 많았는데, 서양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건 서양인들도 능숙하게 가위로 고기를 자르는 모습이었다. 전세계를 통틀어 식당에서 손님이 직접 가위로 음식을 잘라 먹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신기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소위 ‘식가위’다. ‘식당에서의 가위질’ 문화가 K-pop이나 K-Culture를 넘어, 한류의 하나로 자리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웬만한 식당에서 가위가 사용된다.중식이나 냉면집에서도 가위는 필수다. 특히 고깃집에선 식탁마다 가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굽고 가위로 잘라먹는다. 그럼 언제부터 ‘식가위’가 일반화되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이하는 필자의 개인 견해이므로 토 달지 마시길) 필자의 생각으론 80년대 돼지갈비가 확산되면서 손님에게 식가위를 제공한 게 시작이다. (물론 일부 식당에서 이미 사용했겠지만 ‘일반화’를 기준으로 한다) 그 전까진 직원이 잘라줬는데, 저렴한 식당일수록 인건비 때문에 손님이 직접 가위를 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직원이 잘라주는 경우도 많지만, 대충(?) 잘라주곤 가위와 집게를 놓고 간다. 더 잘라먹든 알아서 하란 의미다. 그런데 80년대까진 삼겹살이 주로 냉동이었다. 모양도 가로세로 5cm 정도 네모난 모양이라 굳이 가위가 필요 없었다. 그런데 90년대 생삼겹살이 등장하면서 두툼한 삽겹살을 써는 가위가 필요해졌다. 전반적으로 식가위가 식당마다 일반화되는 시기이다. 그후 가위는 어디서나 음식을 만들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편리해서’다. 음식 재료를 칼로 자르려면 반드시 도마가 필요하고, 자른 후엔 어딘가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가위를 사용하면 도마도 필요 없고, 옮길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분식집에 가면 떡을 가위로 썰면서 떡볶이 냄비 등으로 투하시키거나, 튀김을 가위로 썰면서 접시에 담는다. 가정에서도 식가위는 필수다. (음식을 자를 때만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필자의 부엌에 가위가 세 개 있다. 필자는 아내가 대파를 가위로 썰면서 바로 냄비에 투하시키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이렇게 식당과 부엌에서 가위 사용을 많이 하다 보니, ‘식(당)가위’ 제품이 별도로 생산 판매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위는 자르는 용도로만 사용된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엿장수 가위다. 소리 내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위다. 또한 누구나 ‘가위에 눌리는 경험’도 한다. 이쯤 되면 ‘백의민족’이나 ‘배달의 민족’을 넘어, ‘가위의 민족’이라고 해야 할까?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코로나 후유증
코로나 후유증필자가 코로나에 걸린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여태 몇 년 간을 안 걸리고 잘 버티다가, 끝물에 재수 없게 그만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약 한 달 전 어느 날,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왔다. 그런데 저녁 8시 무렵부터 갑자기 오한이 들고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밤새 잠도 못 자고 앓았다. 그런 건 난생처음이었다.처음엔 단순 감기몸살로 생각했다. 평소에 마스크도 잘 쓰고 조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에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 코로나란다. 사흘치 약을 받아 왔는데, 의사는 증상이 호전되면 중간에 약을 끊어도 된다고 했다.첫 날은 꽤 고생했다, 둘째 날부턴 어디가 특별히 아픈 건 아닌데 몸이 너무나 무거웠다. 누워 있으면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었다. 닷새쯤 지나니 그만하고 일주일 지나선 술도 마셨다.일반적인 감기라면 지금쯤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언뜻 보면 모든 게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코로나는 다른가 보다. 일단 코로나에 걸린 후 체중이 3kg 정도 빠졌는데, 아직 회복이 덜 됐다. 기력도 약간? 5% 정도 달린다.게다가 가장 문제는 무기력증 또는 의욕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만사가 귀찮고 하고 싶은 게 없다.가급적 즐겁고 희망적으로 살자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코로나의 후유증은 사람마다 다르다.요즘은 코로나 증세가 크게 약해져서 고생하거나 치명률은 줄었지만, 후유증은 오래가는 것 같다.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이 반년 넘게 가는 경우도 있다.필자에게 코로나 후유증은 무기력과 의욕 상실인가보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꼰대의 역사
꼰대의 역사필자가 진갑까지 지났으니 나이상으론 ‘꼰대’에 속한다.‘꼰대’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또는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꼰대스럽다’라는 뜻으로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데가 있다’라고 정의한다.또한 ‘젊은 꼰대’라는 신조어는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사이들에서도 '꼰대'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고, ‘청바지 입은 꼰대’는 ‘후진적 조직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소통을 앞세우나 정작 본인의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는 직장 상사(무늬만 혁신)를 일컫는다’는 신조어라고 나와 있다.이처럼 국어사전에는 ‘꼰대’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다.한편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꼰대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조사 대상자 가운데 무려 87%가 꼰대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로 '말투'를 꼽았으며, 응답자 가운데 93.5%가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는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나이'는 29.2%에 불과했다. 또한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듯, 84.6%가 '요즘은 젊은 꼰대도 많다'는 의견을 보였다.꼰대의 특징으로는 '굳이 안 해도 될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57.8%), '요즘 젊은 애들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50.7%), '옛날에 비하면 나아졌다는 말을 종종 한다'(49.5%)를 꼽았다.그런데 재미있는 건, 응답자 47.0%는 '나도 언젠가 꼰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고, '꼰대가 될까 두렵다'는 응답 비율도 44.8%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나이를 먹다보면 누구나 ‘꼰대’가 된다고 의미이기도 하다.필자를 비롯해 주변 지인들 중, ‘꼰대’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필자 역시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물론 바지 하나 바뀐다고 ‘꼰대’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꼰대’처럼 늙어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사 결과에도 나와 있듯, ‘꼰대’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말투’다. 따라서 자식을 비롯해 젊은이들과 대화할 땐 더 조심하게 된다.어쨌든 수 천년 전 유적에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이렇게 썼던 사람이 바로 당시 ’꼰대‘였다.조사 결과처럼 ’버릇 없는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꼰대‘로 진화(?)한다. 인류가 태어난 이후 ’버릇없는 젊은이‘들과 ’꼰대‘는 늘 병존해 왔다. 즉 ’인류의 역사‘는 ’꼰대의 역사‘다.하지만 누구도 ’꼰대‘가 되고 싶진 않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참 예뻤던 미용사원
참 예뻤던 미용사원필자가 어렸을 때인 70년대만 해도 화장품은 대부분 방판으로 판매되었다. 당시엔 백화점 같은 데 가야 화장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었고, 대리점이나 화장품 전문판매점은 드물었다.화장품 방판 사원들을 ‘화장품 아줌마’ 또는 화장품 브랜드를 따서 ‘아모레 아줌마’라는 식으로 불렀다. 방판 사원들은 한보따리 화장품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즉석에서 판매하거나 주문을 받아 다음 방문 시 전해주었다. (늘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녔으니, 직업병에 시달렸을 것 같다)어느 집에 뭘 언제 팔았는지 잘 기록해 두었다가, 그 화장품이 다 떨어질 즈음에 재방문하는 건 필수 영업 전략이었다.그런데 화장품 아줌마들의 중요한 영업 전략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화장 (당시엔 메이컵이란 단어가 없었다) 전문교육을 받은 ‘미용사원’의 등장이다. (미용사원이 정식 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불렀다)화장품 아줌마들은 어느 정도 매상을 올려준 단골 고객들에게 가끔 미용사원을 대동하고 방문하여, 마사지부터 색조화장까지 무료로 해주었다. 물론 미용사원이 고객에게 ‘피부엔 이런 게 맞고, 립스틱(당시엔 ’루즈‘라고 했다)은 이런 색이 잘 어울린다’ 등의 조언을 하면, 고객은 무료 화장을 받은 게 고마워서라도 몇 가지를 구입해 줬다.그런데 어린 눈에도 미용사원들은 참 예뻤다. 지금의 스튜어디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정하고 세련된 유니폼을 입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로선 보기 힘든 메이컵 키트(가방)도 신기하고 멋있어 보였다.미용사원들은 스튜어디스만큼 키가 크진 않았는데, 대신 미용사원으로서 풀 메이컵(Full Make-up)을 했다. 당시 일부 화장을 진하게 하는 여성들은 있었지만, 미용사원들처럼 세련되게 제대로 화장하는 여성을 직접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게다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냥하게 대했다.그러니 얼마나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였을까?미용사원은 특별 판매 지원의 일환이므로, 미용사원이 항상 화장품 아줌마들하고 동행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화장품 아줌마 입장에선 미용사원을 대동하는 자체가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에 미용사원 요청을 자주했을 것 같다.어쨌든 화장품 판매의 방판도 줄고, 언젠가 미용사원도 사라졌다.당시 참 예쁘고 상냥했던 미용사원들이 그후 지금까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기업 총수들이 바지저고리인가?
기업 총수들이 바지저고리인가?대기업 총수들이 2030 엑스포 유치전에 동원되는 것도 모자라, 이젠 ‘민심 달래기용’ 국내 정치 이벤트에까지 불려 나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의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 방문했다. 기업 총수들은 그곳에서 줄지어 서서 떡볶이 단체 시식을 했다.정말 황당하고 한심한 일이다.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벌였을까?기업 총수들이 공무원인가?저렇게 부르면 거마비라도 챙겨주나?어디 편하게 앉아서 먹는 것도 아니고, 기업 총수들을 시장 바닥에 서서 떡볶이를 먹게 하자는 생각은 누구의 발상일까?대기업 총수들도 떡볶이를 먹는다는 걸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나?대통령이 부르면 대기업 총수들도 꼼짝 못하고 동원된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을까?그게 윤석열 정부에 무슨 도움이 되나?언론에선 윤석열 정부가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개망신을 당하고 부산 민심이 돌아서자, 벌인 ‘정치쇼’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경제가 위중한 상황인데, 바쁘고 정신없는 기업 총수들을 불러다 모아놓고, 한가하게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게 하다니.아무리 쇼라 해도, 기업 총수들을 ‘백댄서’처럼 뒤에 줄 세우고 떡볶이를 먹게 한 건 정신 나간 짓이다. 기업 총수들 입장에선 대통령이 오라는데 안 갈 수도 없고, 기가 찰 일이다.나라 경제를 생각한다면, 기업 총수들에게 일분일초라도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도와주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기업 총수들을 바지저고리처럼 여기저기 불러다 이용해 먹는 짓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않았다.나라에도 격이 있듯이, 기업에도 격 즉 이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국격과 기업의 격을 까먹고 있다. 해외토픽감이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과 영부인이 하는 짓거리들은 참으로 수준이 낮고 유치하다.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 책임이다. 이런 기행(奇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