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민주주의는 거꾸로 가는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상으로 올라가 “멈춰 달라”며 항의까지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언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소동은 한 동안 계속됐다. 문 의장은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얘기라도 듣고, 그 속에서 옳은 얘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하며, 나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계속하도록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한 발언이 “국가 원수 모독”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했다. 나경원 대표의 발언의 적절성은 논외로 한다.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국회에서 야당 대표가 연설을 하는데, 여당이 원내대표까지 나서 저렇게까지 발언을 방해하고 소란을 피워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국가 원수 모독죄”가 사라진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국가 원수 모독”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한 것도 어이가 없다. 과거 서슬이 퍼랬던 군부독재시절에 그나마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얘기는 바로 뜻있는 국회의원의 ‘대정부질문’이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때문이었다. 그 당시 국회의원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100% 다하진 못했지만, 그나마 정부에 쓴 소리를 할 수 있었고 여당 의원들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반발을 하진 않았다. 지금 국회는 그 당시만도 못하다.특히 말 한 마디에 여당이 원내대표까지 나서 발언을 방해하고 소란을 피운다는 건 국회와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거나,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모양새다. 또한 국회의원 스스로 ‘면책특권’을 부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똑바로 지적했다.“아무리 말이 안 되는 얘기라도 듣고 그 속에서 옳은 얘기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또한 “인내하고,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막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그러나 그 말이 맞든 안 맞든 일단 들어주는 게 예의이고, 국회이며 민주주의다. 그래서 ‘면책특권’도 있는 것이다. 발언의 적절성은 국민이 판단하고, 표로 심판하게 된다. 말 한마디가 거슬린다고 여당 의원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소란을 피우는 건 한마디로 ‘추태’이며, 국회의원의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운동권 출신이 많은 여당 의원들이라 행동이 앞서는지 모르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사이버에선 총칼로 사람을 죽이는데, 집총은 거부한다?
지난해 말 제주지검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병역거부자의 특정 게임 접속 기록을 확인한데 이어, 최근 울산지검이 11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담당 재판부에 '온라인 게임 가입과 이용 사실'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한 사실이 밝혀져 또 한 차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사이버게임에선 사람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죽이면서, 현실에선 종교적 양심적 이유로 집총을 거부한다는 게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용시간, 횟수, 게임 방식 등에 비춰 폭력적 성향이 드러나면 병역거부 사유가 없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억지스럽다”, “단순 취미생활이다”, “인권 침해다”에서 “난센스다”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인권신문의 편집국장이지만, 이 사안은 인권의 차원이 아니며 검찰의 취지에 동의한다. (게임의 종류 등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검찰의 기본 취지는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보다 그들로 인해 더 힘들게 병역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의 인권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직업군인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청년 중 자기가 원해서 군대에 입대하거나 좋아서 총을 드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검증은 매우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 양심이란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다. 그런데 사이버에선 신나고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면서 군대는 못가겠다는 것은 “선량한 마음의 양심(良心)”이 아니라, “두 마음, 즉 겉 다르고 속 다른 마음의 양심(兩心)”이다. 실로 오랜만에 검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나?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입성할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모두 끝났지만, 28일 현재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상임위는 전무하다. 한국당은 7명 모두에 대해 '채택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모든 야당이 1명 이상 문제를 삼고 있다. 문제도 참 다양하다. 청와대는 2017년 11월 22일 "국민 눈높이를 반영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며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에는 임용을 원천 배제한다고 강조했다.7대 비리는 다음과 같았다. <1. 병역기피 2. 세금탈루 3. 불법적 재산증식 4. 위장전입 5. 연구 부정행위 6. 음주운전 7. 성 관련 범죄> 언뜻 보면 이번 7명 후보자들 대부분 이 기준에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말은 거창해도, 실제 적용기준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위장전입으로 문제 됐던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 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했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다 빠져나갈 수 있는 “7대 비리 기준”이라면, 이런 기준을 마련한 자체가 폼 잡고 생색내기 즉 “쇼”에 불과하다. 게다가 친북 발언과 정치인 비방 발언을 즐기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해오다가, 청문회에선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동안의 과격한 발언을 반성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청문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그에게는 학자적 양심이나 소신 바꾸기는 일도 아니다. 청와대에 묻는다.“이런 수준의 후보자 밖에 못 내는 이유가 뭔가?”“이번에도 인사청문회 보고서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것인가?” 청문회에서는 야당이 정책검증 보다 “흡집내기”나 “망신주기”에 더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거꾸로 청와대가 흠집이 많은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장관이 이슬처럼 맑은 사람만이 앉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임명직 고위공직자라면 일반인보다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청문회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국회의 보고서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지 묻고 싶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나?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입성할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모두 끝났지만, 28일 현재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상임위는 전무하다. 한국당은 7명 모두에 대해 '채택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모든 야당이 1명 이상 문제를 삼고 있다. 문제도 참 다양하다. 청와대는 2017년 11월 22일 "국민 눈높이를 반영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며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에는 임용을 원천 배제한다고 강조했다.7대 비리는 다음과 같았다. <1. 병역기피 2. 세금탈루 3. 불법적 재산증식 4. 위장전입 5. 연구 부정행위 6. 음주운전 7. 성 관련 범죄> 언뜻 보면 이번 7명 후보자들 대부분 이 기준에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말은 거창해도, 실제 적용기준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위장전입으로 문제 됐던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 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했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다 빠져나갈 수 있는 “7대 비리 기준”이라면, 이런 기준을 마련한 자체가 폼 잡고 생색내기 즉 “쇼”에 불과하다. 게다가 친북 발언과 정치인 비방 발언을 즐기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해오다가, 청문회에선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동안의 과격한 발언을 반성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청문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그에게는 학자적 양심이나 소신 바꾸기는 일도 아니다. 청와대에 묻는다.“이런 수준의 후보자 밖에 못 내는 이유가 뭔가?”“이번에도 인사청문회 보고서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것인가?” 청문회에서는 야당이 정책검증 보다 “흡집내기”나 “망신주기”에 더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거꾸로 청와대가 흠집이 많은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장관이 이슬처럼 맑은 사람만이 앉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임명직 고위공직자라면 일반인보다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청문회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국회의 보고서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지 묻고 싶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김의겸 대변인, 청와대는 떠났지만 부동산은 남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작년 7월 25억7000만원 상당의 흑석동 건물을 구입한 것을 두고 '투기 논란'이 거세진 끝에 결국 사임했다.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를 받을 수 있는 건물인데, 김 대변인은 은행 대출 10억원과 상가 보증금 등을 끼는 방식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김 대변인이 문제의 건물을 매입하자마자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얘기했고, 여기에 자극받아 흑석 뉴타운 땅값이 급등했는데, 곧바로 김 대변인 소유 건물 지역에 뉴타운 사업시행 인가가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게다가 김 대변인은 흑석동 건물을 매입하기 전 자신의 4억8000만원의 전세를 빼서 청와대 직원들을 위한 청운동 관사에 입주했다. 고스란이 남은 전세비 4억8000만원을 건물 매입비에 보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 입주 혜택을 개인 부동산 투자에 활용해 문제시 되었다. 당시엔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엄청난 규제를 내놨으며,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큰소리치던 시기였다. 결국 이번 김의겸 대변인의 사퇴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에 이어 청와대 참모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중도에 하차한 4번째 케이스다. 김의겸 대변인은 비록 청와대는 떠났지만 이미 평가차익을 10억원 이상 남겨, 평생 먹고사는 걱정은 덜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청와대는 그곳에 모이는 수많은 고급 정보와 지위를 이용해 한탕하고 나오는 자리인가 보다. 스스로 권위를 깎아 내리니 국민들이 청와대를 어떻게 볼지 불 보듯 뻔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화려한 봄날을 화재와 함께 감사히 맞이하기
운동 안 하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려니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그래도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날이라 억지로 나지막한 산꼭대기로 올라서니, 새로 설치된 벤치가 반가이 맞는다. 관산에서 연결된 앵자봉까지 언젠가 등반하자는 남편의 얘기를 귓등으로 흘리며 제 멋에 겨워 콧노래 흥얼거리니, 맑은 공기가 쾌청하고 정신도 맑아진다.아직 누런 풀과 낙엽 세상이지만 여전히 푸른빛을 띤 나무들은 추운 겨울 잘 견디었다고 함박 미소 날리고, 산수유는 이곳저곳에서 노란 꽃으로 몸단장한다. 고향처럼 편안한 숲길을 내려오며 오가는 동네 분들과 인사를 나누니, 모두 밝은 목소리로 화답하고 시골 길은 정겨움으로 가득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오는데 겨우내 말라 있던 풀들과 나무들을 모은 영농 잔재물과 폐기물을 소각하는 이웃이 있었다. 작년에도 불을 놓아 우리 집 옆 공터 마른 풀을 다 태웠었는데 또 불을 놓다니, 이웃이라 말은 못하고 즐거웠던 마음도 급냉이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창밖으로 담 너머에 연기가 자욱했다.놀라 뛰어나가 보니 우리 집 펜스 안으로 이미 작은 불꽃들이 여기저기 춤을 추고 있었고, 잔디는 스물스물 검게 타들어 오고 있었다. 남편이 겨우내 꽁꽁 싸매어 놓았던 수도를 뜯고 긴 호스를 연결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다행히 바람이 공터 쪽으로 불어 불이 옮겨 붙는 속도를 늦추어 주었고, 난 부엌에서 물 조리개에 물을 받아 뛰어다니며 불붙은 곳에 뿌리기를 반복했다. 급한 마음에 불길을 발로 밟자 큰 불꽃이 실내화 양옆으로 ‘삐죽삐죽’ 솟아나왔다.불이 ‘후루룩’ 커다란 고사목으로 옮겨 붙더니 다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집 뒤쪽엔 가파른 산이 있는데, 날이 가물어 마른 풀들만 잔뜩 인 곳에 불똥이 떨어져 대형 산불이 날 긴박한 상황이 되었다. 소리소리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우여곡절 끝에 호스가 연결되어 물을 뿌리며 불길을 잡았지만, 고사목에 붙은 불씨는 아직도 바람이 불면 또 불꽃들이 일렁였다. 그때 마침 하늘에 소방헬기가 나타나 물을 뿌려주고, 소방차가 도착해 소방관들이 잔불들을 완전 진화해 주었다. 가끔 TV에서 보던 화재가 내 집 마당에서 일어나고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니,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 놀라 꿈꾸는 것 같았다. 남편의 ‘버킷리스트’와 ‘앵자봉’ 숲길은 다 날아가고, 9시 뉴스에 나오는 줄 알았다. 불길을 잡은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윗동네 사람들까지 새까맣게 몰려와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예로부터 불구경, 싸움구경이 젤 재미있다고 하는데, 막상 당해보니 넋이라도 있고 없고... 블루베리, 감나무, 장미와 잔디에 불길을 빨리 잡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며칠 후 화단의 소나무들이 화염에 화상을 입은 듯 점점 누렇게 변해 가는 것을 보니 화재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옮겨 심은 지 6년 된 소나무들을 매년 정성 들여 전지하고 예쁘게 모양내며 정이 잔뜩 들었는데, 누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앞으로 어찌 지켜볼지 마음이 아린다.그렇지만 봄날이 오니 자연의 순리대로 독야청청 푸르른 소나무로 다시 우뚝 서길 소망한다. 봄에는 모든 것이 말라 있어 불을 놓으면 안 되고, 대낮에는 불길 번지는 것이 잘 안보여 순간 대형 화재가 된다는 소방 교육을 들었다. 급한 마음에 발로 밟으며 불을 진화하다 옷이 불길에 휩싸여 화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까 발로 불을 끈다고 했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겁 없는 짓이었는지 소름이 돋았다. 머피의 법칙처럼 지인의 아버지가 담배 불이 야산으로 번져 진화하다 돌아 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담배 불이 큰불이 되듯 아주 작은 나태함이 큰일로 번지기도하고, 한 순간 실수나 부주위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의외로 허다하다. 예민해진 우리를 안정을 찾게 해주시고 헌신해 주신 소방관과 경찰관께 감사를 드리며, 큰일을 당해보니 세금을 낸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 저녁녘에 폭탄 터지는 굉음이 울려 뒷마당으로 나가 보니 아랫집에 몸에 불이 붙은 사람 2명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걸 봤다. 놀라서 119 신고를 하려는데 손이 떨려 제대로 눌러지지가 않았고, 말도 엄청 더듬으면서 간신히 신고했던 기억이 난다. 젊은이들이 본드 흡입을 하다 담뱃불을 켜는 순간 터지면서 몸에 불이 붙었는데, 안타깝게 한 사람은 사망했고 한 사람은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몸에 불붙은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달려드니 옆방 노인은 놀라 정신 줄을 놓고, 나중 응급차로 실려 가던 악몽이 되살아나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불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갔다. 미술시간에 만날 그렸던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자나 깨나 불조심!’ 불조심 포스터와 생각 없이 스쳐 지났던 빨간 불조심 팻말이 새삼 떠오른다. 긴 겨울 움츠리다 봄맞이로 들떠 있었는데 어마 무시한 화재 사건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피노자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이미 벌어진 흉흉한 기억 모두 덮고 오늘도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각오로 화려한 봄날을 감사하게 맞이해 보려 한다. - 2005년 양양 산불 진화에 동원되었던 산림 공무원 수기 중 -“불길과 불길이 서로 부딪칠 때 상상할 수 없는 폭음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바람을 타고 낙하산처럼 이 산 저 산으로 불이 옮겨 갔다. 마치 미사일처럼 200m-300m씩 날아가는 불꽃들은 차량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평상시 같으면 1주일 걸려야 번질 거리가 2시간도 채 안 걸렸다.” 봄철 산불의 무서움을 잘 표현해 주는 글이라 널리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