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양보
자리양보 며칠 전에 종로5가에서 대학로를 지나는 버스를 탔다. 마침 뒤쪽에 자리가 비어서 앉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탔는데, 그중 80 정도 연세가 돼 보이시는 분이 저 앞에 섰다.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필자가 그 할머니 다음으로 나이가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리 오시라 해서 자리를 양보하고, 그 할머니가 계셨던 자리쯤에 섰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죄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요즘 젊은이들 다 그렇지, 뭐’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정류장인 대학로에서 그 젊은이들이 모두 우르르 내리는 것 아닌가?순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차피 다음 또는 다다음에 내릴 건데, 조금 일찍 일어나서 노인에게 양보하면 얼마나 보기도 좋고 본인도 뿌듯할까? 필자만 해도 국민(초등)학교 때부터, 어른들에게 자리 양보해야 한다고 배웠다. 지금으로 치면 노약자/어린이에 속할 나이였지만, 당시엔 9살짜리 어린이가 50대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노인이 앞에 서면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차라리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 건지, 젊은이들이 배려심이나 예의가 없는 건지,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다. 자리 양보하는 경우를 점점 보기 어렵다. 물론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요즘은 자기만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걸 바라는 마음도 많이 줄었다.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어차피 곧 내릴 건데 좀 일찍 일어나 양보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휴대폰에 정신을 팔려서 그렇다는 변론도 한다.글쎄...다수의 젊은이들이 노인이 옆에 선 것도 모를 만큼 휴대폰에만 빠져서 집중하다가, 내릴 때가 되니 모두 정확히 알아서 내린다?필자도 버스에서 휴대폰을 보지만, 사람들이 계속 부딪히며 가다 서다 반복하는 버스의 속성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모를 모시지만, 처음 자식들과는 따로 사는 세대.노인들에게 자리 양보하지만, 젊은이에게 자리 양보 받을 수도 생각도 없는 세대.바로 필자가 속한 베이비붐 세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실금 하나 갔을 뿐인데
실금 하나 갔을 뿐인데 어쩌다 등쪽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사진은 자료사진임)처음엔 담인가도 싶었지만, 증상이 너무 깊게 느껴져 정형외과로 향했다. 결과는 ‘갈비뼈에 가는 금이 살짝 갔다’고 한다. 고작 실금 하나 갔을 뿐인데, 느끼는 통증은 몸 전체로 퍼진다. (당해 본 사람만 알 것임)나이 먹은 건 생각하지 않고, 그동안 건강을 자신하며 너무 나댔나 보다. 살다살다 뼈에 손상이 간 건 처음이다. 골다공증도 아닌데, 허무하게(?) 당해서 억울하기도 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창피해서 말도 못 한다. 일단 몸에 힘을 줄 수가 없다. 과격한 움직임은 당연히 안되고, 재채기라도 하는 순간 등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에 퍼진다. 심지어 코도 못 푼다. 상체를 움직이지도 못한다. 상체를 숙일 것 같으면, 다리를 굽혀 해결한다. 배변도 힘들어, 유산균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예약되어있던 치과치료도 연기했다.가장 힘든 건 누웠다 일어 나는 행동이다. 몸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간신히 상체를 세운 뒤. 다리 힘만을 이용해 일어선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발에 금이 갔다고 깁스를 했는데, 별 통증 없이 술만 잘 마셨다. 하지만 갈비뼈는 발하고 달라서, 웃지도 못하고 숨도 크게 못 쉰다. 손발을 깨작거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쨌든 갈비뼈에 금이 가고 나니 생활이 바뀌었다.우선 필자가 거의 매일 마시던 술을 끊었다. 저녁 시간이 텅 비었다. 아침마다 하던 실내 운동도 접었고, 계단이나 파워워킹 등의 실외 운동도 못한다. 하루에 두 번, 20분 쯤 동네를 살살 산책하는 게 전부다. 시간이 남아 난다.사무실에 나와서 글 하나 올리고 집으로 퇴근한다. 집에 있는 시간만 늘고 있다. 이러니 갑자기 여유가 넘친다.뭐라도 (운동이라도) 해야 된다는 잠재적 중압감마저 없어지니, 마음까지 편하다. 이런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몸은 힘들지만, 오랜만에 아무런 부담 없이 좀 쉬어야겠다. 아울러 나은 후에도, 행동에 조심해야 할 나이임을 확인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