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끼빠빠
낄끼빠빠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이런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한 여성 사장님이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 남성 손님이 매일 저녁마다 똑같은 딸기초코케익을 사 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그 손님이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사장은 무심코 “딸기초코케익이 품절인데, 다른 거 드리면 안될까요?”라고 말하자, 해당 손님은 얼굴이 굳으며 추천한 케익을 사 갔다. 그런데 그 다음부턴 오지 않았다는 얘기다.괜히 아는 척 했다가, 단골 손님만 놓쳐 버렸다. 이를 제미나이에서 찾아보니 후면 공간 (Back Stage)과 전면 공간 (Front Stage)이라는 이론이 있다고 한다. 후면 공간은 인간이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무대 뒤' 공간이고, 전면 공간은 사회적 역할(직장인, 예의 바른 성인 등)을 수행하며 가면을 써야 하는 '무대 위' 공간이라고 한다.그런데 이 단골 손님에게 카페는 자신을 알아보지 않고 편하고 긴장을 풀 수 있는 ‘후면 공간’이었지만, 사장님이 아는 척을 하는 순간 손님에게 카페는 '전면 공간'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앞으로는 올 때마다 나를 알아본다는 '사회적 긴장감'이 발생하면서, 그 공간이 불편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란다. 생각해보니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한 25년 전 쯤, 당일 신장개업을 한 작은 술집을 갔었다. 필자 또래의 사장 부부가 운영해서인지, 좋게 말을 걸어 줬다. 두세 번쯤 갔었나? 어느 날 자리 잡고 앉았는데, 갑자기 남자 사장이 테이블에 앉아서 필자에게 “재탁씨”라며 친한 척하는 것이었다.순간 너무 기분이 상했다. “내가 지 친군가? 좀 잘 대해줬더니, 졸지에 재탁씨라네?” 우리나라에서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건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나 하는 행위다. 대개 직책이나 직함 또는 그냥 ‘사장님’이라고 통칭한다.이렇게 필자는 '돈을 지불하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는 손님'으로 그 자리에 갔는데, 주인이 "OO 씨"라고 부르는 순간 손님이 아니라 '사적 친분 관계'로 변질되어 버렸다.그날로 발을 끊었다. 더 흔한 경우도 있다.어느 식당 같은 곳에 가서 대화를 하는데, 서빙하는 분이 끼어들어 말을 가로채는 경우다. “그럴 땐 ** 해야 돼요”라거나, “나도 거기 가 봤어요” 하는 식이다. 무슨 말을 못 하겠다. 심지어 “아주머니 여기 앉으세요, 같이 얘기하게’라고 얘기할뻔했다.나아가 일행에게 “전에 가족끼리 오셨죠?”라며 묻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프라이버시 침해다. 종업원이 말 한마디 친한 척 잘못했다가,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데, 왜 그런 얘길 할까?손님이 식당의 특정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그 테이블과 주변 공간은 손님의 '사적 영역'이다. 서빙 직원이 대화에 끼어들거나 주인이 과도하게 친한 척 하는 것은 '손님의 영역을 무단 침범하는 행위'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가끔 착각하는 게 있다. ‘친한 단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거나, ‘친한 척 또는 말을 걸어주면 손님이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이다.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정중한 무관심 (Civil Inattention)’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제시한 개념이다. '상대방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고의로 시선을 거두거나 모르는 척해주는 배려'라고 한다. 물론 자신을 알아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점포는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얘기이고, 아주 오래된 가게의 경우다. 요즘 “낄끼빠빠“라는 말이 유행한다.”낄 때 즉 껴야 할 땐 과감히 끼어들고, 빠져야 할 땐, 확실히 빠지라“는 방송 연예 프로그램용 은어다.마찬가지로 손님의 성향에 따라 아는 척하는 게 좋은지 모르는 척 하는 게 좋은지, 잘 판단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알아도 모르는 척해주는 게 현대사회의 기본 예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배아픔’일까?
‘배아픔’일까?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 기준으로 연봉 1억 원 수준의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특별경영성과급과 OPI를 합쳐 최대 6억 원가량(세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이와 관련,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한 직원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그 직원은 “학창 시절 놀고 먹고 하다가 공고 나와서 고3 때 메모리 입사 후 현재 CL3 8년 차, 성과급만 6억인데 말이 됐으려나. 자 질문받는다”라고 적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고졸 출신의 생산직 직원이 다수 있다고 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어떤 이는 자신도 주말에 야근에 죽어라 열심히 일하는데, 고작 연봉 6천만원이라며 신세 한탄을 했다.얼마 전엔 본인이 현대차를 다닌다고 하면서, 자신이 대학 졸업할 때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공부 못하던 애들이 가던 곳”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하긴 이번 노사협상에서 ‘주목’을 받았던 최승호 위원장은 명지대 산업공학과, “삼성을 없애버리겠다“는 망언을 했던 이송이 부위원장은 광주공고가 최종학력이다. 공부와 학력에 목을 맨 한국인들이 배아파하는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또한 한국인들은 남과 비교하길 좋아해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필자도 노사협상 조건을 처음에 듣자마자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조의 주장이 말이 안 되는 건지 필자가 배가 아픈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정말 냉정하게 생각해서, 필자의 ‘배아픔’이 아닐까? 고민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배아픔’이 약간 섞였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번 교섭 결과엔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의 포용력이다.불과 2년전 메모리가 적자일 때에도,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에서 번 돈으로 반도체에 꾸준히 투자해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회사의 노조지만, 100배(DX 부문은 성과급 600만원)나 차이가 나는 성과급으로 협상했다. 이런 경우가 또 있었을까 싶은 정도다. 당연히 하청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1도 없다. 사실 이번 역대급 호황엔 예상하지 못한 ‘운빨’이 컸는데, 반도체를 마치 ‘노동집약적 산업’처럼 인식하는 점도 문제다.같은 해인 2년 전 반도체가 부진하자 노조는 ‘경영진의 잘못’으로 치부하더니, 반도체가 역대급 호황을 거두자 이번엔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일한 결과’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 회사가 그동안 밤새 연구개발하며 투자한 건 뭔가?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기본 원칙마저 무시되었다.주식회사가 괜히 株式會社인가? 기업이 마치 노동자의 것인 양 돈을 요구하며, 기업의 미래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한 국가와 국민적 지원마저 무시되고, 오로지 노동자들만의 성과라고 주장하며 국민들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성과급을 받아냈다. 나아가 ‘배아픔’보다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삼성전자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다. 남들이 ”너 좋겠다, 6억원 받는다며?“라는 얘길 들을 때 얼마나 괴로울까? 일 할 맛이 안 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됐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삼전닉스 반도체에서 일하는 것 하나만으로 벼락부자가 되는 시대다. 정말 부럽다.요즘 결혼정보회사에 ‘변호사’와 같은 급의 ‘하이닉사’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수 만 명에게 목돈이 생기면, 집값과 금리는 오른다.그렇지 않아도 ‘배 아픈’ 다른 국민들에게 분명한 민폐다.운이 좋아서 잘나가는 건 본인에겐 좋지만, 다른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조용히 겸손하게 있어야 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이상한 선거 후과(後果)
이상한 선거 후과(後果) 선거 초기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5:1 압승을 예상했다. 실제 여론조사도 비슷하게 나오고 있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비슷하게 예상했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예상과 꽤 달랐다.가장 큰 이변은 뭐니뭐니해도 서울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선 패배한 부산시장 박형준 후보와의 차이를 ‘친윤 세력과 결별 여부’를 든다. 즉 오세훈 후보는 친윤 및 지도부와의 단절하며, 단독으로 선대위를 꾸려 선거운동을 해서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나중엔 빨간색 점퍼마저 입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당 지도부와의 관계 단절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포지셔닝을 했다. 슬그머니 양다리 걸치면 양쪽 지지를 받을 줄 알았지만, 이를 간파한 중도세력은 박 후보를 외면해 버렸다.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선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김용남 조국 두 후보가 치열하게 싸우는 틈에서, 유의동 후보 역시 당 지도부와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중도 표심을 잡는 데 성공했다.조국 후보는 궁리 끝에 골라잡은 지역이었음에도 패하면서, 잠룡에서 토룡(土龍)정도로 전락했다. 결정적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집을 팔 것인가?” 질문에 “팔 이유를 못 찾겠다”며 평택시민을 우습게 알더니, 결국 강남 본인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만약 강남집을 팔겠다고 했으면, 당선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국 후보는 집이냐 국회의원이냐에서 집을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절박함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배가 불러 정치 하겠나 싶다. 어쨌든 민주당에서 발생한 13석을 포함해 보궐선거 전체 14개 지역 중, 국민의힘이 4석 무소속이 1석을 가져가며 민주당 의석은 오히려 4석 줄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압승을 예상했던 민주당에겐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거꾸로 국민의힘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정도의 성과를 올렸다고 본다.그런데 나름 선방했음에도 국힘 지도부는 사퇴 요구를 받게 됐다. 결정적인 서울이나 평택 을에서 후조들은 지도부와 손절한 채, 순전히 개인기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선거 전부터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던 야당 지도부가 실제 선거 전에 지도부가 물러났으면, 부산시장 등 더 많은 곳에서 승리했을지 모른다.선방해도 쫓겨나게 된 야당 지도부. 이런 경우가 또 있었을까 싶다. 그나저나 대통령의 만류에도 사의를 표하고, 출마를 강행한 하정우 후보는 이제 어떻게 할까?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나?아직 공석인 걸 보니, 이 대통령은 이전에 예상했었고 돌아온 탕아를 받아 주려 하나?청와대 수석 비서관 자리가 동아리 간부인가? 정말 이상한 선거였다.앞으로의 후과(後果) 역시 재미있을 것 같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신문에서 TV편성표를 폐지하는 이유
신문에서 TV편성표를 폐지하는 이유 필자가 어렸을 적, 추석이나 설 연휴엔 신문에 <명절특집 TV편성표>가 별도로 있었다. 그러면 필자와 형제들이 서로 다퉈가며, 빨간 펜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에 동그라미를 치고는, 명절 내내 고이 모셔 놓았다. 주로 ‘특선 영화’가 인기였다. 영화 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TV 편성표는 라디오 편성표와 함께 신문 맨 뒷면에 있었다. 그러다가 케이블TV가 생기자 편성표는 한 면을 모두 차지하게 되면서, 내지로 옮겨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TV 시청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특히 신문 편성표를 참고하여 본방송을 제시간에 맞춰보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신문 보는 사람 역시 크게 줄었다. 또한 인터넷이나 플랫폼에서 편성표를 불 수 있기 때문에, 편성표를 보려고 굳이 신문을 펼칠 필요도 없어졌다. 신문 광고도 크게 줄면서, 신문 지면도 줄었다. TV 편성표를 비싼 지면에 굳이 실을 필요가 점점 없어졌다. 이렇게 신문 지면의 터줏대감이었던 TV 편성표가 미디어 환경 변화(OTT, 유튜브 중심)와 종이 신문 제작비용 부담으로 인해 빠르게 퇴장하고 있다.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 6개 종합지는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완전히 삭제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4개 종합지는 아직 편성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역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위주로 대폭 축소해 게재한다. 해외 언론들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미국 최고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2020년 9월을 기점으로 81년간 이어오던 지면 TV 편성표를 전면 폐지했다. 사실 신문사들은 수년 전부터 TV편성표 폐지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검색이 서툰 골수 고령층 독자들의 항의와 절독 협박이 워낙 거세어, '폐지했다가 슬그머니 다시 부활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2026년 현재는 고령층마저 유튜브나 스마트TV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신문사들이 마침내 완전히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나마 아직 편성표를 유지하고 있는 4개 신문은 고령층 독자가 많은 보수 신문들이다. 영원할 것 같고 넘볼 수도 없었던 TV의 시대가 이렇게 저물고 있다.애환이 잔뜩 담긴 TV편성표를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세종 시대 과학은 세계 최고였다!
세종 시대 과학은 세계 최고였다! 조선 시대에 일식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왕이 정치를 잘못해서 하늘이 내리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일식이 예보되면 왕은 소복을 입고 궁궐 마당에서 해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구식례(救食禮)라는 중대한 국가 의식을 치러야 했다. 그러던 세종 4년(1422년) 1월 1일(음력), 신하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뜻깊은 날에 일식이 예보되었다. 세종은 예법에 따라 소복을 갈아입고 마당에 엎드려 경건하게 일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보된 시간이 되어도 해가 멀쩡했다. 결국 일식은 천문 기관인 서운관이 예보한 시간보다 1각(약 14.4분)이 늦게 시작되었다. 임금이 차가운 마당에서 옷을 갖춰 입고 15분 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서 있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왕의 권위에 금이 간 이 사건으로 인해 일식 예보를 담당했던 관리 이천봉은 태형(곤장)을 맞았다. 그러면 왜 14.4분이 틀렸을까? (필자는 그 정도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이 오차는 천문 관리의 단순한 계산 실수가 아니라, 당시 조선이 중국 명나라의 달력인 '대통력'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명나라의 달력은 중국의 수도(당시 남경/북경)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지만, 한양(서울)은 중국보다 동쪽에 치우쳐 있어 천문 현상이 발생하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이후 세종 14년에도 일식 오보 사건이 한 번 더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백성들의 농사가 최우선이었던 시절이라,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맞는 역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 중국의 역법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달력을 만드는 것은 ‘자주 독립’으로 비춰지며, 중국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는 위험한 정치적 행위였다. 하지만 세종은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1444년 이순지·김담 등의 천재 과학자들과 함께 마침내 조선 고유의 역법서인 《칠정산》을 완성했다.실제로 《칠정산》을 완성한 후인 세종 29년(1447년) 음력 8월 1일에 일식이 또 있었는데, 이때는 일식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을 단 1분 내외의 오차로 완벽하게 예측해 냈다.(망원경도 없던 시절에 일식을 도대체 어떻게 미리 예측했을까?) 당시 전 세계에서 자기 나라 수도를 기준으로 해, 달, 5개 행성(목성·화성·토성·금성·수성)의 움직임을 이 정도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던 나라는 조선, 중국, 아라비아 세 곳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울러 세종대왕이 신하를 시켜 ‘일 년의 길이’를 쟀다. "1년은 365.2425일"이라고 계산했다. 현대 과학으로 정한 지금의 일 년과 비교하면, 불과 0.0004일 차이라고 한다. 당시 최고의 정확성이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칠정산 내외편’이 대충 천문학과 관련되었다고만 배웠지만, 이렇게 대단한 업적인 줄은 몰랐다.《칠정산 내편》은 기존 동양의 역법을 철저히 한양의 위도와 경도에 맞춰 재계산했다. 반면 《칠정산 외편》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던 아라비아의 천문학을 도입해, 고등 기하학과 삼각함수(구면삼각법)로 행성의 궤도를 풀어냈다.헐~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러워 진다. 정확한 수식을 만들려면 정밀한 데이터가 필수다. 경복궁에 세워진 거대 천문대 '간의대'에서는 15세기형 조준경이라 할 수 있는 간의(簡儀)와 혼천의(渾天儀)를 통해 매일 밤 별들의 좌표를 분(?) 단위로 측정했다. 또한 거대한 자의 원리를 이용한 규표(圭表)로 태양 그림자의 길이를 밀리미터(?) 단위로 계측하여 24절기를 정확히 잡아냈다. 장영실이 만든 자동 물시계 자격루는 관측 데이터에 오차 없는 표준시 역할을 했다. 15세기 유럽이 달력의 오차를 잡지 못해 쩔쩔매다 1582년이 되어서야 겨우 개정한 '그레고리력'의 핵심 수치를, 조선은 이미 138년 전인 1444년에 완성해 사용하고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업적이다.우리 과학이 유럽과 중국을 훨씬 앞섰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이랬던 조선이 나중에 갈수록 망가졌다는데 대해 한심함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튀르키예의 월드컵 신기록
튀르키예의 월드컵 신기록 우리나라 축구는 예로부터 ‘골 결정력 부족’이란 말을 자주 들어 왔다.‘아시아의 맹주’라고 자부하던 시절이나 최근이나, 좀 약한 팀을 만나면 상대방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무리 공격을 해도 결정적인 슛이 말도 안 되게 하늘로 치솟거나,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게다가 열심히 공격만 하다가 되레 역습 한방으로 골을 먹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미친듯이 슛을 아무리 때려도 넣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대표적인 경우가 70년대 말레이시아, 최근 오만과 요르단 같은 경우였다. “슈~ㅅ!”하다가 “아!~”하는 탄식을 수 십 번씩 하다 보면, 목이 다 쉴 정도였다. 그러다 역습 한 방에 골을 먹으면, 온갖 욕이 난무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 (가끔의)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있다. 바로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다.지난 6월 14일 튀르키예는 호주와의 월드컵 예선 1차전을 가졌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튀르키예가 우세했다. 하지만 방심한 탓인지, 호주에게 선제골을 내어 주었다. 이후 튀르키예는 미친듯이 공격에 열중했다. 하지만 과거의 한국처럼 역습 한방으로 또 한 골을 먹었다. 그러자 튀르키예는 이판사판으로 계속 슛을 때렸지만,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최종 스코어 2 대 0.30개 슈팅(유효슈팅 8개)에 0골. 월드컵 (본선) 역사상 ‘최다 슈팅 무득점 부문’ 신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기존 월드컵 최다 슈팅 무득점 기록은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스페인이 파라과이를 상대로 기록했던 27개) 그런데 튀르키예의 ‘반갑지 않은’ 신기록은 계속 이어졌다.6월 20일 열린 파라과이와의 월드컵 예선 2차전 경기에서였다. 역시 객관적 전력으로는 튀르키예의 유세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또 한번의 신기록을 원했나 보다. 하필이면 시작과 함께 1분만에 파라과이가 득점에 성공했다.사실상 한 경기인 남은 89분 내내 튀르키에는 젖먹던 힘까지 써가며, ‘닥치고 공격’과 ‘광기 어린’ 슛을 때렸다. 하지만 또 무득점. 최종 스코어 1 대 0.이 날은 공격 시간이 길어서 무려 32개의 슈팅을 할 수 있었고, 이전 경기에서 세운 신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우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튀르키예는 ‘2경기 연속 62개 무득점 슈팅’이라는, 앞으로도 절대 나올 수 없는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남겼다. ‘형제의 나라’가 저지른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지금 튀르키예 국민들과 선수들은 얼마나 민망하고 마음 고생이 심할까? 이럴수록 우리라도 잘해서, ‘형제의 나라’인 튀르키예를 격려해야 한다.즉 우리 한국팀은 남은 월드컵 경기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며 승리하여,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의 ‘원수’를 갚고 또 위로해야 한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