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주친 ‘켤레’
오랜만에 마주친 ‘켤레’ 얼마 전 필자는 길을 가다 어느 신발 가게에 ‘한 켤레 7,000원 두 켤레 12,000원’이라고 쓴 문구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켤레’는 누구나 아는 단어로, 양말이나 신발을 세는 단어다. 그런데 요즘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갑자기 마주하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우리말로 웃을 세는 단위는 ‘벌’이다. ‘단벌 신사’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복 ‘한 벌’ 사야겠다”고 하던 말이, 요즘은 “양복 ‘하나’ 사야겠다”로 바뀌었다. 한참 전에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미국인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그에게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뭔가”를 물었다. 필자는 ‘존댓말’이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단위’라고 답했다. 하긴 우리말은 단위를 표현하는 단어가 참 많다.자동차나 기계는 ‘대’, 나무는 ‘그루’(많을 경우엔 ‘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물은 ‘마리’(말은 ‘필’이라고도 하고, 조기 같은 경우 ‘미’라고도 한다), 집은 ‘채’, 배는 ‘척’, 종이는 ‘장’, 책은 ‘권’, 신문은 ‘부’, 배추는 ‘포기’... 심지어 사람의 경우 ‘사람’ ‘인’ ‘명’ ‘분’ 등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의미가 미세하게 다르다. 복수를 나타내는 단어도 많다. 생선 두 마리는 ‘손’, 마늘이나 채소 100개를 ‘접’, 바늘 스물 네 개는 ‘쌈’, 달걀 10개는 ‘꾸러미’ 등... 이러니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단위’가 힘들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단위를 나타내는 단어 사용이 점점 줄고 있다. 그냥 하나 둘 이렇게 숫자로만 표현하든가, 뭉뚱그려 ‘세트’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과거에 사용하던 ‘돈(금이나 은)’ ‘근(고기)’ ‘말(곡식)‘ ’평(땅이나 집)‘ 같은 단어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그램이나 미터로 바뀌었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릴 땐 자주 사용하던 우리 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로스쿨과 의대병(病)
로스쿨과 의대병(病)우리나라의 많은 대학교 중, 국가와 국민 입장에서 꼭 필요한 대학은 어느 대학교일까?서울대학교?아니다.필자의 생각으론 KAIST다.최근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3 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KAIST는 국내 1위, 아시아 8위를 차지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는 연세대(12위), 고려대(15위), 서울대(17위), 성균관대(18위)가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KAIST는 지난달 발표된 영국 대학평가기관 '타임스 고등교육'(THE)의 학문 분야별 대학평가에서도 공학(7년 연속)·전산학(4년 연속)·물리(2년 연속)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다.즉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대학교는 바로 KAIST다.그런데 서울대가 4등이라니, 뜻밖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필자의 생각으론 로스쿨과 의대병(病) 때문이다.80년대까지만 해도 문과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서울 법대나 경제학과로 분산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공이 무엇이든 공부 잘하는 문과생들은 학문을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결국 로스쿨로 간다.이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선택했었고, 그 다음이 전자공학과와 의예과였다. 그런데 지금은 공부 잘하는 이과생들은 무조건 의대다. 학부에서 전공이 달랐다면 의학 약학전문대학원으로 간다. 의대 입학을 막는 과학고 출신들도 이리저리 해서 결국 의대나 의전 약전으로 간다.이런 현상은 과거 IMF와 닷컴버블 붕괴 때 많은 과학기술과 기타 전문 인력들이 고초를 겪으면서, 평생할 수 있는 자격증 있는 직업을 선호하게 된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그들에게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학문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결국 그나마 과학기술에 뜻이 있는 소수의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KAIST로 몰리게 된 것이다.오늘은 수능일이다.필자의 처조카가 서울대를 수시로 입학할 만큼 공부를 잘하는 문과생이다. 아내에게 처조카가 어떤 전공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전공을 뭘 하든, 어차피 로스쿨 갈 건데...”그래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서울대가 아닌 KAIST에 달렸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필자는 의사 특히 개인병원 의사들이 양심적이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과잉진료가 많다는 의미다. 의사들은 무조건 초음파 같은 걸 해야된다고 강권하고 성질을 부리기도 한다.20년 전 쯤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갔더니, 2일 물리치료 받으면 2주치 3일 물리치료 받으면 3주치 진단서를 끊어 주겠다고도 했다. 어차피 보험사에서 대주는 돈이니, 서로 좋자는 의미다. 교통사고 전문병원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얼마 전 필자는 어깨를 다쳤는데, 어느 병원을 갈까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리 병원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홈페이지에 올린 병원을 선택해 간 적이 있다. 의사들조차 과잉진료 한다는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발표되었다. ‘소위 문재인 케어’로 MRI와 초음파를 건강보험 대상으로 변경하자, 2018년 약 1,800억원에서 2021년 약 1조 8천억원으로 열 배나 뛰었다고 한다. ‘가난하다고 검사를 못 받으면 안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누구나 예상하듯 과잉진료가 발생했다. 필자의 지인도 의사가 ‘의료보험 되니까 부담없이 MRI 검사를 받아보라’라고 권유해서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아무 이상이 없었고, 검사받느라 고생만 했다고 한다. 한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인 A(42)씨는 지난해 2,050회 병원을 찾았다. 총 24곳의 병원에서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진료를 받았다. 그는 매일 평균 5.6개의 병원을 갔는데, 하루에 병원 10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A씨는 병원에서 주로 통증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를 받거나, 진통 주사나 침ㆍ뜸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1년간 쓴 건보 재정은 2,690만원이나 된다. 물리치료나 침 뜸이라는 게 적정 횟수나 시간이 있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더 한다고 나아질까?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것 같다. 몸보다 마음을 먼저 치료해야 하는 ‘의료 쇼핑 중독’이다. 이처럼 연간 365일 이상 외래 진료받는 과다 의료이용자는 지난해 2,550명이고, 이들에게 들어간 건보 재정은 251억 4,500만원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의료 쇼핑으로 생각된다.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실손보험 가입자로 추정된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입원이든 외래든 본인 부담 한 푼 없이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필자 지인도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이틀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공짜’ 도수치료를 받는다. 이래저래 건강보험 재정은 축나고, 그만큼 건강보험료는 올라간다. 아울러 실손 보험료도 같이 올라간다.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대부분의 보험 가입자들만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이다.이에 복지부는 지난 8일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해 ‘외래의료이용량 기반 본인부담률 차등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선의의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개선하기 바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대통령 죽기를 기도하는 신부들
대통령 죽기를 기도하는 신부들대한성공회는 14일 대전교구 김규돈 신부에 대한 면직 처분을 결정했다.앞서 김 신부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순방과 관련 “암담하기만 하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성공회 측은 이날 “김 신부가 교회적 정서에서 벗어나 성직자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면직 처분은 대한성공회의 모든 성직을 박탈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김 신부는 더 이상 성공회 신부가 아니다”고 밝혔다.한편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박주환 신부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입문이 열린 대통령 전용기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추락하는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공유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진에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어린아이 사진과 "기체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라는 내용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사고당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았다.박주환 신부는 지난 5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개최한 '이태원 참사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외쳤는데, 박 신부는 "종교 사기꾼들과 마귀를 쫓는 미카엘 신부"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그러면 윤셕열 대통령이 ‘사기꾼과 마귀’란 말인가?우리는 ‘신부’를 ‘목사’와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일단 신부에 비해 목사 되기가 쉽고, 목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신부의 경우 엄격한 교리를 수행하면서 가급적 개인적인 생각을 표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반 국민들은 극우의 선봉에 선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이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공작'이란 말도 안 되는 망언을 곧이듣지도 않고 오히려 비난한다.물론 과거 군부독재시절에 명동성당이나 ‘정의구현사제단’ 같은 성직자들의 역할이 무척 컸다. 하지만 그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성직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죽기를 바란다면, 정말 참담한 일이다. 필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하지만, 그렇다고 죽어야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그런데 죽어가는 죄인도 살려야 하는 ‘신부’란 사람들이 이토록 쉽게 대통령이 죽기를 기도하니, 정말 어이 상실이다.일부 사제들이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다 보니 뵈는 게 없어진 건지, 교단의 지도력이 약해진 건지 모르겠다.천주교나 성공회의 신뢰와 권위를 위해서라도 더욱 겸손하고 자중해야 한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명분과 품격’이 없는 윤 정부
‘명분과 품격’이 없는 윤 정부 필자는 최근 화물연대의 파업(또는 집단 운송거부)에 대해 아무 의견을 내지 않았다.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서였다. 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처하며 사실상 정부의 완승으로 끝났다. 여기까진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법과 소신대로’ 밀어붙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소폭 올랐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을 없던 일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화물연대가 정부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전의 정부안은 이미 효력을 잃었단다. 이에 민주당은 중재안이라며, 3년 연장안을 국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는 바로 민노총을 염두에 두고, 기 싸움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민노총에 본때를 보여줘서, 앞으로 불법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필자는 민노총의 불법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심한 비판을 한 바 있었다. 사실 지금의 민노총은 경찰도 어쩌지 못하는 ‘깡패’나 ‘조폭’과 다름없다. 따라서 필자도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하겠다는 취지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다르다. 이미 정부가 안을 내민 이상 그대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정부가 ‘내가 이러자고 했는데 네가 한번 싫다고 했었으니, 그럼 없던 일로 해야 해!’라고 하는 건 유치원생 같은 발생이다. ‘정치는 명분’이고 ‘보수는 품격’이란 말이 있다.자신의 말을 뒤집는 건 명분이 없고, 상대방을 핑계대며 없던 일로 하자는 건 품격이 없다. 윤 정부와 여당이 앞으로 잘하려면 ‘법과 소신’도 좋지만, ‘명분과 품격’이 있어야 한다.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이전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항상 귀를 열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 가는 게 정치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좀스럽기고 치졸하기 보다, 너그럽고 아량이 있어야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진 그런 면들이 일도 안 보인다.아직도 정치가 뭔지 모르는 윤 정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꼼수로 당헌 바꾸면 국민의힘 망한다
꼼수로 당헌 바꾸면 국민의힘 망한다 다수의 언론들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회의를 열고 오는 3월 열리는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 방식을 ‘당원투표 100% 반영’으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번 주 안에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말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오랜 기간동안 국힘 당대표 선출 방식은 당원투표 70%에 여론조사 30%였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반윤(反尹)인 유승민 전의원의 지지율이 압도적 1위(약 26~7%)를 차지하자, 이를 막고자 당원 투표 100%로 개정하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욕을 많이 먹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평소엔 정의롭고 소신있는 것처럼 하지만, 권력만을 쫓는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당헌을 바꿔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서울 부산 시장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고, 그 여파는 대선까지 미쳤다. 국민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고, 오히려 이준석이란 젊은 당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에 찍혀서 윤빠들에 의해 내쫓겨났고, 뒤를 이어 당대표 선출에서도 윤빠들의 작당에 의해 당헌 당규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안철수 의원 등 인지도가 높은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있다.하지만 윤빠들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끝이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이렇게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면 결국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온다.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들이 이따위 짓거리를 하고 있다. 당이 군대인가? 반대나 견제 없이 무조건 돌격 앞으로 하나? 이게 민주 정당인가? 국민의힘이 윤빠 일색이면 중도 외연 확장은 누가 하나?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강력 대응한 결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이번 지지율 반등으로 크게 고무된 것 같다.하지만 그리 기뻐할 사안이 아니다. 원래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일부즉 집토끼가 돌아온 것 뿐이다. 그걸 가지고 민심이 돌아섰다고 생각하면 큰 판단 착오다. 중도층을 못 잡으면 선거는 필패다.즉 내년 총선에서 윤빠들만 모인 국민의힘은 필패다.윤빠들은 문빠들이 망한 길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