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국력’이라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련이 붕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은 공산국가들이 체제의 우수성을 알리는 무대였다. 특히 공산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선수들을 관리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대개 메달 순위는 항상 소련과 미국이 1~2위를 다퉜고, 3위는 의외로 동독이 차지했었다. 하지만 동구권 선수들은 국가가 주도해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특히 동독 여자 선수들의 체형은 남자 선수를 능가했었는데, 향후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생한다는 보도도 있었다.한편 중국은 아직도 체제나 중국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중국인들은 유력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을 ‘역적’ 취급하고 있다. 어쨌든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땐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림픽 출전도 어려웠지만, 금메달 따는 건 남의 나라 얘기였다. 첫 금메달이 1976년에나 나왔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갑자기 금메달을 많이 따기 시작했다. 88올림픽을 제외하면, 88올림픽 이후 전체적으로 메달 순위가 점점 좋아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7위(금 13, 은 11, 동 8)에 올랐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5위(금 13, 은 9, 동 8)의 성과를 올리며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자 국민들이 점점 배가 불러졌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우습게 보게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메달만 메달이고, 은 동메달은 취급도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은메달을 딴 선수가 울먹이면서 ‘금메달을 못 따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까지 했을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번 도쿄올림픽부터 이런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메달을 못 따도, 또는 은이나 동메달을 따도 그 과정이나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국민들이 금메달 수가 이젠 국력이나 우월성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금메달을 못 따니까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아졌을 수도 있다. (종합순위 16위로 급락 - 금 6, 은 4, 동 10) 어쨌든 중국 같은 나라를 제외하곤 전세계적으로 국가별 메달 경쟁이 많이 줄었다. 이젠 우리나라도 메달수에 목매는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에서 벗어나, 즐기는 생활 스포츠로 탈바꿈해야 할 때이다. 더이상 메달수는 국력이나 체제의 우월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묻는다일보 밸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격투기 선수의 신박한 승리
* 주짓수: 일본의 전통 무예인 유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격투기지만,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서 더 발전한 실전형 무술. FC 프로 파이터인 정원희(29) 선수는 지난 10일 오후 9시 40분쯤 대구 동구 모 아파트 근처를 지나던 중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선 대형 들개가 강아지의 목을 문 채 흔들고 있었고, 10여 명의 주민들이 겁에 질려있었다. 정 선수는 지체 없이 주짓수의 '니온벨리'(Knee on Belly) 기술은 응용해 왼손으로 들개 목덜미를 움켜쥐고, 보도블록 바닥에 눌렀다. 포메라니안이 풀려나자 정 선수는 "빨리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라"며, 오른손으로 '멀리 떨어지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주민들을 모두 피하게 한 뒤 들개를 풀어줬다. (하지만 들개에 물렸던 강아지는 숨졌다)이 사연은 사망한 강아지 주인의 남편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그때 아내를 도와준 남성이 들개를 맨손으로 제압하고 빨리 도망가라고 하셨다. 작은 개도 아닌 대형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도와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꼭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나중에 전화 연락이 닿아 "사례하고 싶으니 만나자"는 남편의 말에, 정 선수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신장 168㎝에 플라이급인 정 선수는 큰 체격이 아니다.하지만 대형 들개를 주짓수 기술로 간단히(?) 제압하며 사람들을 구했다.사실 격투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다른 동물에게도 통할까?’하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배운 기술을 응용해 사람들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건 참으로 신박한 일이다.벨기에 대사의 부인은 자신이 마스터한 태극권을 사람들의 따귀를 때리는데 이용하지만, 대한민국 격투기 선수들은 자신이 배운 주짓수 기술로 사람을 구한다.너무나 비교되는 무술의 활용법이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
어린 자식들을 어찌 할꼬?
어린 자식들을 어찌 할꼬? 필자의 아버지는 38살에 의료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어머니는 꽃다운 33살에 과부가 되셨다. 20개월이었던 필자는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도 없고, 아버지를 본 기억조차 없었다. 형과 누나와 함께 삼남매는 어머니의 헌신 속에 자랐다. 하지만 자라면서 아버지가 없다는 건 아주 큰 콤플렉스였다. 소위 ‘애비 없는 자식’으로, 남들의 눈총과 편견을 받으며 자라야 했기 때문이다.필자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나 친구 부모님들은 처음 만나면 꼭 묻는 게 ”아버지는 뭘 하시니?“였다. ‘돌아가셨다’고 대답하면, 안색이 바뀌면서 ‘왜 돌아가셨니?”라고 재차 물었다. 어린 마음에 그 질문이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하지만 학년이 바뀔 때마다 ’가정환경조사서‘라는 걸 써 내야 했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사망했다고 써야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담임선생님마다 똑같은 질문을 해 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참으로 미웠다.이 질문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결혼 얘기가 나와도 그러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건 당연했다. 게다가 아버지를 보고 경험한 적이 없으니, 필자가 결혼한 후에도 남편이나 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30대 후반부터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최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지난 4일 오후 10시 40분 쯤 의정부시 민락2지구 광장에서 30대 남성 B씨가 남자 고등학생 6명과 시비가 붙었는데,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는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고교생 6명은 고의로 시비를 걸었고, ‘살인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멀쩡하게 길 가다가 교통사고도 아니고, ’불량 청소년‘들에게 두들겨 맞아 죽은 것이다.특히 사망한 30대 남성이 아이 둘은 둔 가장이란다. 필자는 피해자 가족들이 먼저 떠 올랐다. 아내는 평생 자식 둘을 어떻게 키우고 살아갈 것이며, 아이들 입장에선 ’애비 없는 자식‘으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필자가 평생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 고등학생과 가족들은 반성보다 어떻게 대응할까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참 어처구니가 없다.가장을 살해해 남의 한 가정을 풍비박산을 내고 온 가족이 나서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니, 그 부모에 그 자식 아닌가 싶다. 피해자의 가족들 특히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아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남편이, 아버지가 고등학생들한테 맞아 죽었다는 충격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철없는 고등학생들이고 미성년자들이라도 중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총리 했던 사람이 ‘실패는 남의 것’
지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은 데에는 상대방 비방보다 정책 대결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남을 헐뜯어 봤자 결국 ‘누워서 침 뱉기’이기 때문이다. 보수 구태에서 못 벗어날 줄 알았지만, 예상을 깬 신선한 모습에 국민의힘 지지도는 올라갔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치고받고 난타전이다.늘 하던 대로 남 얘기 안 듣고 일방적 헐뜯기는 물론, ‘바지를 내릴까요’에서 ‘음주운전자 공직 기회 박탈’까지 나온다. 진보는 다를 줄 알았지만, 바뀐 보수보다 더하다.그런데 이낙연, 정세균 두 후보의 말이 가관이다.두 사람 모두 과거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이런저런 대책을 내 놓고 있다.두 사람의 공통점은 과거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이다. 즉 국정을 책임지는 2인자로서, 자신이 국무총리로 재직 중 있었던 정책들을 마치 ‘남 얘기 하듯’ 하고 있다.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나?수십 번씩 부동산 대책을 낼 때마다 망가지는 동안, 당시 총리는 뭘 하고 있었나?당시엔 ‘나 몰라라’ 하며 찍소리도 안하거나 잘하고 있다고 같이 편을 들다가, 이제 와서 실패라며 새로운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그럴 거 같으면 당시에 새로운 대책을 주장했든, 아니면 최소한 과거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국무총리까지 한 사람들이 당시엔 자신과 무관한 일인 듯 얘기하는 건 기본적인 품성과 자질의 문제다. 최소한 전 총리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품격은 지켜야 한다.이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또다시 ‘내로남불’ 할 게 뻔하니 벌써 걱정이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정부는 국민을 원숭이로 아나?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같은 숫자로 원숭이를 간사하게 농락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백신접종 정책이 이러하다. 백신 수급 차질로 18~59세의 2차 접종일이 일제히 2주 미뤄졌다. 아울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은 4주에서 6주로 늘어났다. 국내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권고하는 백신별 접종 간격은 화이자가 3주, 모더나가 4주다. 그렇다면 뭔가 이상해진다.필자는 화이자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했고 원래 2차 예정일은 4주 후였는데, 갑자기 6주 후로 미뤄진 것이다.3주 후에 접종해야 하는 백신을 두 배인 6주 후에 접종하게 된다면 당연히 백신 효과가 의심된다. 즉 백신 접종하고 나서 후유증으로 고생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물백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껏 2회 접종해도 효과가 없다면 맞나 마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차례에 걸쳐 백신 수급에 자신감을 보여왔지만, 제대로 지켜진 게 없었다. 뒤로 계속 밀리며 그때마다, 이런저런 꼼수를 썼다. 55~59세의 2차 접종분 확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50~54세 접종을 예약받았다. 1차라도 접종한 사람의 수를 늘이기 위해서다. 즉 국민들에게 접종을 많이 했다는 걸 과시하기 하려다보니, 1차 접종한 사람들의 효과가 사라지거나 말거나 2차 접종 시간을 미뤄서라도 접종자 숫자만 늘이려 한다.이건 백신 돌려막기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조삼모사다. 차라리 백신 부족을 인정하며 50~54세 접종을 미루고라도, 3~4주 이내에 1차 접종한 사람들의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백신 효과가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긴 싫고 숫자적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자칫하면 천문학적 비용으로 들여온 아까운 백신은 물백신이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확보했다며 큰소리는 대통령이 치고, 사과는 장관이 하는 우스운 꼴이 벌어졌다. 이젠 정은경 청장도 신뢰가 안 간다. 조삼모사에서 처럼, 정부가 국민을 ‘원숭이’ 정도로 알기 때문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58세 탁구선수에게 박수를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신유빈 선수와 맞붙은 상대가 ‘선수가 맞나’ 해서였다. 신유빈 선수가 17세인데 비해, 상대방 룩셈부르크 니 시아리안 선수는 58세였다. 코치나 심판이라 해도 나이가 많을 것이고, 탁구협회 회장 정도로 생각할 나이다.요즘으로 쳐도 신유빈 선수는 니 시아리안 선수의 막내딸도 안될 셈이고, 옛날 같으면 손녀 나이다. 그런 사람끼리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경기를 한다니, 필자의 경험으론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니 시아리안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이다.아무래도 나이가 많다 보니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했다. ‘아줌마 탁구’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잘 하다보니, 오히려 마치 무협소설이나 만화 같은데 나오는 무림 절정의 고수 같았다. 남들이 아무리 공격을 해와도 앉은 자리에서 척척 손으로 받고 공격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신유빈 선수는 니 시아리안 선수의 스타일에 눌려 첫 세트를 11:2라는 큰 점수차로 내주고 말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 약점은 있는 법, 신유빈 선수는 ‘할머니’ 니 시아리안 선수가 크게 움직이지 못하는 걸 간파하고, 약점을 파고든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역전승했다.니 시아리안 선수는 지긴 했지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무릎에 보호대까지 착용한 니 시아리안 선수는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지만, 끝까지 자기만의 스타일로 최선을 다했다.중국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니 시아리안 선수는 필자보다 불과 한 살 적다.그러나 니 시아리안 선수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다섯 번 연속 출전한 선수이며, 올림픽 탁구 사상 역대 최고령이다.비슷한 나이의 필자에게 그 정도 운동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그동안 어떤 일을 하거나 세상을 대할 때, 해마다 많아지는 나이를 잣대로 들이대지 않았는지 새삼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