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쌓아 올린 국격을 관(官)이 허물고
민간이 쌓아 올린 국격을 관(官)이 허물고필자가 초등학교 3 또는 4학년 초에 보이스카우트 복장을 입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다. 그 선생님은 스카우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입단을 권유했다. 필자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어머니께 보이스카우트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언감생심이었다. 당시엔 잘사는 집안에서나 보낼 수 있었다.그런데 그 때 알게된 게 스카우트의 경례와 구호다. 세 손가락만 펴서 경례하고 구호는 ‘준비’였다. (지금도 구호가 같은지는 모르겠다)당시엔 ‘구호가 왜 준비일까’라고 생각했었다. 당시엔 충성 멸공 필승 승리(Victory) 처럼 강력한 느낌의 구호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구호가 ‘준비’인 이유를 알게 된 건 50년이나 지나서다.지금 열리고 있는 ‘세계잼버리대회’를 보니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금쪽같은 자식들(청소년)과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 11박 12일 동안이나 야영을 하라고 했다. 계획했던 거의 모든 행사가 ‘준비’ 부족으로 취소됐다. 영국이나 미국 등의 스카우트들은 철수해 버렸다. 스카우트의 기본 정신도 모르는 사람들이 잼보리 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한 결과다.한류 혹은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청소년들은 그런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세계잼보리대회에 부푼 희망을 안고 참가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일 인당 6,500불(약850만원)의 거금을 내는 등, 참가자들은 각자 상당 비용을 지불했다. 그런데 나무도 거의 없고 편의시설도 아주 부족한 뙤약볕 황무지에서 생존 게임에 내몰렸다. 국격은 곤두박질치고,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류 또는 K-콘텐츠의 힘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게까지 정부가 앞장서 한 일은 사실상 일도 없다. 모두 민간 예술인들과 기업들이 열심히 한 결과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악용하려다 오히려 이번 세계잼보리대회 경우처럼 국격을 오히려 깎아 먹고 있다. 복더위에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국격에 맞게 그리고 청소년들의 희망을 짓밟지 않도록, 과도하다 할 만큼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약 10개월 전 국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은 세계잼보리대회 준비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개최지를 방문해 한 번만 제대로 점검하고 대비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홍범도와 이승복
홍범도와 이승복 최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를 놓고 누군가 이렇게 얘기했다. “(홍범도 장군) 내가 언제 흉상 만들어 달라고 했더냐?” 비슷한 사건이 생각났다. 바로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다. 보도에 의하면 1968년 10월 울진/삼척지구 해상으로 침투한 북한의 무장간첩 중 잔당 5명이 추격을 피해 북으로 도주하다, 12월 9일 밤 11시 강원도 평창군 노동리 계방산 중턱 이승복의 초가집에 침입했다. 무장간첩들은 가족 5명을 안방에 몰아넣은 채 "남조선(남한)이 좋으냐, 북조선(북한)이 좋으냐"고 질문하며 북한 체제선전을 하자,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답했다. 이 말에 격분한 간첩들이 이승복과 가족들을 끌고 나갔다. 이들은 먼저 모친 주씨의 머리를 벽돌만한 돌덩이로 쳐서 죽였다. 뒤이어 이승복 본인도 공비들의 양 손가락에 입을 찢기고 돌까지 맞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동생 승수와 승자도 같이 살해되어 퇴비더미에 묻히고 말았다. (살아남은 가족들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을 접한 정부는 이승복 어린이를 ‘반공 소년’ 내지 ‘영웅’으로 만들었다.“무장 공비의 총칼 앞에서도 이승복 어린이는 당당하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무참하게 죽어 갔습니다. 이 연사 이렇게 외칩니다.....”라는 식의 웅변대회를 학교는 물론 단체에서도 개최했다. 교과서에도 실리고 만화나 영화로 제작되어 배포되었다.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여기저기 세워졌고, 기념관(사진)도 설립되었다. 학생들은 기념관을 참배하는 게 ‘반공 교육의 코스’이기도 했다. (이후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 조작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 상 사실인 것 같다) 무장 공비들이 얼마나 사상에 광신도적이었고,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거꾸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 역시 주입식 반공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체제 강화를 위해 이승복 어린이를 영웅으로 미화하고, 어린 고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던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언제 동상이나 기념관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이승복 어린이는 하늘에서 조용히 있고 싶을지 모른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대한민국이 윤 대통령 왕국인가?
대한민국이 윤 대통령 왕국인가? 하도 꼴 보기 싫어서, 나오면 TV채널을 돌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갈수록 독단적 정치 행태는 물론, 인사에 대해서는 소위 ‘윤석열차’라고 할 만큼 폭주하고 있다. 최근 MB 시절의 이동관 전 언론특별보좌관을, 많은 문제 제기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앉혔다.그러더니 이번 개각에선 지난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신원식 의원은 극우로, 전광훈 목사처럼 막말을 쏟아내고 가짜 뉴스를 설파하던 사람이다. ‘깜’도 안되는 사람을 굳이 국방부 장관에 앉히려는 데에서, ‘윤 대통령이 극우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유인촌과 김행 역시 과거의 인물들이다.대한민국에 그렇게 인물이 없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전 인물까지 끌어다 장관에 앉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변에 사람이 없긴 없나 보다. 이번 인사 문제의 백미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다.땅 투기와 농지법 위반,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비상장주식·자녀 해외재산 재산 신고 누락 등, 파면 팔수록 문제와 의혹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되겠다는 사람의 해명은 “몰라서”란다.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겠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술친구란다. 동창회나 동아리 하나를 운영해도, 회원들과 협의하여 간부에 적절한 인물을 추대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인사를 이따위로 하고 있다. 내년이 총선인데도 대통령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안 쓴다.왜?정치를 해 본 적이 없어서다. 평생 독불장군처럼 일하고 생각해 온 결과다.정치를 1도 안 해봤으니 야당과 협의하고 소통하는 법을 모르고, 총선이 중요한 것에도 관심이 없다. 어차피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대통령 하는 동안 하고 싶은대로 실컷 내 맘대로 하자는 생각뿐이다. 조선시대 임금은 이렇게 했을까?국민들만 괴롭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빨래를 돌려?
빨래를 돌려?얼마 전 아내가 “빨래 돌린다”라고 한 말을 듣고 속으로 웃음이 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잡다한 생각이 떠올랐다.‘빨래 돌린다’는 말은 ‘세탁기 돌린다’라는 말에서 발전된 것 같다.대부분 기계나 전자기기를 작동할 때 흔히 “켠다” 또는 “튼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불(전등) 켜” 또는 “TV(라디오, 켬퓨터 등등) 켜” 혹은 “에어콘 틀어 (또는 켜)” 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탁기는 “돌린다”고 한다. 아마도 세탁기는 모터에 의해 빨래가 돌아가는 게 보여서인가 보다.그런데 청소기도 “돌린다”고 한다. 돌아가는 게 잘 보이지도 않는데 예전부터 청소기는 돌려왔다. 이 역시 ‘모터로 돌려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선풍기가 눈에 들어 왔다. 날개 돌아가는 게 세탁기나 청소기에 비해 제일 잘 보이는 선풍기는 “켠다”고 한다.응? 뭐지? 왜 선풍기는 안 돌리지?생각해 보니 자동차의 경우 굳이 “시동을 건다”고 두 단어로 말한다. 자동차는 엔진이나 모터로 바퀴를 돌리지만, 돌리거나 켜거나 튼다고 하지 않는다.그런데 작동을 중단할 땐 모두 “끈다”로 통일된다.‘켰던’ TV든, ‘돌렸던’ 세탁기나 청소기든, ‘시동 걸었던’ 자동차 역시 모두 (시동을) 끈다.영어로는 대부분 ‘Start’와 ‘Stop’이다.만약 우리말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빨래 돌려” 또는 “청소기 돌려”라고 하면, 그 외국인은 빨래나 청소기를 손에 들고 빙빙 돌려야 하나? 그럼 크기가 큰 세탁기는 어떻게 돌리지?그러다가 “문 닫고 나가”라는 말을 들은 그 외국인은 ‘문을 닫고 나서 어떻게 나가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올림픽 같았던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았던 아시안게임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이다.아시안게임 개막전, 어느 신문에 금메달 유망 종목이라 하면서 펜싱 양궁 태권도를 들었다. 응? 펜싱?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는 등, 펜싱 강국 중 하나가 되었다.순간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건 언감생심이었다.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한동안 그랬다. 그러니 국민들에겐 아시안게임이 올림픽처럼 느껴졌다. 금메달을 딸 수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제9회 1982년 인도 뉴델리 하계아시안게임부터 중국이 참가하기 전까진 일본의 독무대였고, 국제적인 권위도 많이 떨어졌다. 필자의 기억으론 일본이 금메달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은 올림픽만 중시하고, 아시안게임을 가볍게 생각한다)어쨌든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4위 정도의 성적을 거두며 국위선양의 기회로 삼았고, 메달을 딴 선수들은 당연히(?) 카퍼레이드를 했다. 그때 메달박스 즉 효자종목은 유도 레슬링 복싱 등 투기(鬪技)종목이었다.우리나라는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선 복싱 전체급 석권을 할 정도로 세계적인 복싱 강국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복싱 메달이 하나도 없다. 레슬링이나 유도도 퇴보하긴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배가 불러지다보니 헝그리 정신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한다. 힘들고 귀가 변형되는 운동을 더 이상 하기 싫다는 의미다. 이후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시안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져 갔다. 나중엔 아시안게임의 인기가 과거의 전국체전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높은 시청율을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열릴 뿐만아니라, 대회 초반 수영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박태환 같이 특출한 한 사람이 여러 금메달을 딴 게 아니라, 여러 선수가 고르게 메달을 획득했다. 지금도 이런저런 종목에서 금메달 등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년 후에도 이럴까?젊은이들 즉 선수가 없는데 좋은 성적이 나올까? 어느 면에서 보든, 지금이 대한민국의 최고 전성기인지 모른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야당복(福) 하난 정말 잘 타고 났다?
야당복(福) 하난 정말 잘 타고 났다?필자는 지난 2019년 9월 6일 <문재인 정부, “야당복(福) 하난 정말 잘 타고 났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린 바 있다.그 내용을 보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져도 한국당 지지율엔 별 변화가 없다. 현 정부가 아무리 잘못해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20%대에서 맴돌고 있다. (중략) 내부에선 아직도 친박이니 비박이니 계파싸움에 자리 싸움까지 연일 난장판이다. (중략) 말로는 ‘근본적인 쇄신’ ‘뼛속까지 개혁’을 외치며 외부 인사까지 영입했지만, 늘 “나는 빼고”이니 하나마나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라고 적었다.그런데 지금의 ‘바뀐’ 야당이 4년 전의 야당과 똑같다.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지난 14일~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8월 3주 전국지표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23%으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인 8월 1주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2%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변화가 없다. 양당의 지지율 차는 11%포인트로, 3월 1주(국민의힘 39%, 민주당 27%) 이후 가장 크다. 특히 민주당은 7월 3주 이 조사 역대 최저인 23%로 떨어진 후 한 달 동안 지지율이 2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4년전 칼럼 내용과 판박이다.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리 엉망진창이어도 야당 지지율은 23%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민주당은 쇄신과 개혁을 외치며 ‘혁신위’를 출범시켰지만,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고 흐지부지 해산했다.이전의 칼럼 제목에서 문재인 정부를 윤석열 정부로 바꿔 <윤석열 정부, “야당복(福) 하난 정말 잘 타고 났다>라는 제목으로 게재해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을 정도다.야당이 잘 해야 정치가 발전하고 나라가 잘 되는데, 우리나라는 어째 이렇게 야당복이 없는지 모르겠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