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대“ 살인사건의 교훈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부모들은 자식 공부 뒷바라지를 숙명처럼 여겼다. 당신들은 똥지게를 지며 농사짓고 전답을 팔아서라도, 자식들 공부 잘하길 바랐다. ‘자식이 공부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학부모간의 서열이 매겨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필자는 ‘공부하라’거나 ‘몇 점 (또는 몇 등) 이냐?’는 말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자식들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거나 몇 등 했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공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이란,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부모들은 자식을 명문대학이나 의대에 보내기 위해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계획하고 감시하고, 모든 행동을 옭아매는 경우가 있다.이런 현상을 그저 ‘부모님의 사랑’ 정도로 생각하거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이는 엄연히 “교육 학대”다. 3년 전 일본에선 ‘교육 학대’에 의한 모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고인 노조미(34)가 지난 1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노조미는 원래 의대에 갈 실력이 모자랐다. 그러나 의사가 되라는 엄마의 강요에 9수를 해야 했는데, 엄마는 친지들에게 “딸(노조미)이 의대에 합격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후 2014년에 노조미는 엄마에게 조산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방의대 간호학과에 입학했지만, 엄마와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 그동안 엄마는 노조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목욕까지 같이 해야 했다. 딸의 모든 생활을 엄마가 옭아 맨 것이다.노조미는 법정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엄마는 학벌 컴플렉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미는 2018년 1월 20일 새벽에 엄마를 살해해 시신을 훼손한 뒤 집 근처 하천에 버리고, “괴물을 처단했다. 이걸로 안심이다."고 트위터에 썼다. 노조미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포로 같았던 당시보다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더 편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를 살해한 건 무조건 잘못이지만, ‘십 수 년 간 얼마나 고생했으면 엄마를 괴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본의 얘기지만,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경우는 많을 것 같다.부모는 ‘지금은 고생이지만, 커서는 고마워 할 거다’라며, 공부에 관심이 없는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자식이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는 것은 엄연히 “교육 학대”이다. 따라서 자식이 커서 공부 결과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더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고마워한다는 보장은 없다.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간엔 이런 속담 비슷한 얘기가 있다.“부모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보다, 알아서 대충 큰 자식이 나중에 효도한다“ ‘교육학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낮술 금지’ 대(對) ‘낮술 환영’
지나다 보면 실내포차나 호프집에 ‘낮술 환영’이란 글씨가 붙은 곳이 가끔 있었는데, 최근 그 수가 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대책으로 밤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면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업주들이 궁여지책으로 ‘낮술 판매’라도 해서 손실을 만회해 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낮술 금지’령이 내려진 곳이 있다. 바로 순천시다.허석 순천시장은 지난 3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고자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2주간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당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낮술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순천지역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1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나온 방역대책이다.순천시 식당가에선 난리가 났다.순천은 국밥집이 많은데 다수의 손님들이 반주를 하고, 주류 매출이 전체의 1/5이나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큰데, 공무원들이 ‘낮술 금지’를 위해 단속을 나오니 업주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요즘 애주가들의 술 마시는 시간이 당겨지고 있다. 9시전에 술자리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직장 다니는 사람은 퇴근시간이 있어서 어렵지만, 퇴근시간에 덜 구애받는 사람들은 5시쯤부터 술을 즐긴다. 일찍 마치고 일찍 집에 가서 일찍 자니까, 잠도 오래자고 다음날 컨디션도 좋아서 이런 방식도 괜찮다고 하는 애주가도 있다. 업주 입장에선 아주 고마운 손님들이다.필자는 애주가다. 그러나 낮술은 절대 하지 않는다.‘낮술하면 애비 에미도 못 알아본다’는 말처럼, 이상하게 낮술을 한잔만 해도 컨디션이나 기분이 영 좋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애주가의 한사람으로서 ‘낮술 금지’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만 또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특히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간단한 반주 한잔이 힘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코로나가 만든 ‘웃픈’ 모습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불난 집에 부채질, 한전공대
요즘 대학가에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얘기를 한다. 지난 2018년 8월 교육부는 2021년까지 38개 대학이 신입생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고등교육 현안 자료를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낸 바 있다. 또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학은 18곳이다. 지난해엔 동부산대가, 지난달엔 군산 서해대가 강제 폐교됐다. 지방대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도 처절하다. 어떤 지방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청소나 관리하던 직원들을 내보내고, 교직원들은 임금 삭감까지 각오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 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인해, 시간문제일뿐 다수의 지방대가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이렇게 지방대들은 통폐합까지 고려하며,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남 나주 한전공대 설립 법안이 국회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 약 1000명, 교수 약 100명 규모의 대학원 중심 에너지 특성화 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카이스트나 포스텍, 지스트(광주) 등 5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존재하고,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다. 즉 꼭 필요한 대학이 아니란 뜻이다.한전공대가 설립되면 그렇지 않아도 죽어가는 지방대에서 학생을 빼앗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불난 집(지방대) 앞에서 부채질하는 꼴이다. 여당과 정부에 묻는다“있는 대학도 문을 닫는 판국에 대학을 새로 설립해야 하나?” 게다가 정부는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지원·충당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즉 국민 주머니 털어서 대학을 세우고 운영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안 지켜도 되는 공약이 있다.지방대들은 학생이 없어 죽겠는데,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으로 대학을 만들겠다는 한가한 발상이나 하고 있다. 때로는 안 지키는 게 훨씬 나은 공약도 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LH공사와 스포츠계
LH공사 직원들의 땅투기로 세상이 난리다. 그 수법도 전문가를 빰 칠 정도란다. 농지를 매입하려고 가짜 농사꾼도 되고, 벼나 밭농사 짓는다더니 보상을 많이 받으려고 희귀 수종인 용버들을 모내기 하듯 빽빽이 심었다고 한다. 심지어 신입 사원들조차 ‘(회사에서) 잘려도 땅 투자한 돈으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보도도 나왔다.이런 일은 비단 LH공사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지역 또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까지 관련되어 있을 거란 합리적 추측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정보가 돈’인 세상이라도 기밀 유출에 불법 행위다.이러한 기밀 유출은 동료 직원과 지인 가족 등을 통해 ‘전염병 n차 감염’처럼 확산되어 나간다. 결국 모르거나 알고도 하지 않은 사람만 바보되는 세상이다.LH공사 직원들의 땅투기에 대해 국무총리까지 나서 ‘패가망신하도록 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지만, 실제 의법조치 될 사람의 수는 극소수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하지만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이기 때문이란다.그러나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LH공사나 정부 또는 지자체가 ‘사람을 고양이로 만들었다’라고 본다. 근무 환경이 멀쩡한 사람을 고양이가 되도록 방치했다는 뜻이다.스포츠계에선 선수들이나 관련자들이 가장 유혹 받는 게 세 가지가 있다.약물과 승부조작 그리고 스포츠복권 구입이다. 따라서 입단과 동시에 이를 막기 위한 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수시로 검사한다.약물의 경우 성적이 취소되고 출전 금지 등 중징계를 받는다.가장 크게 문제 삼는 건 승부조작이다. 이는 스포츠계와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우롱하는 일로, 스포츠 자체의 존립을 부인하는 중대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프로축구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 선수와 프로농구 스타선수 출신 강동희 감독이 의법조치와 함께 영구 제명된 경우가 있다.만약 스포츠계처럼 LH공사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처음부터 내규를 세부적으로 만들고, 그동안 수시 조사와 감독을 통해 여러 차례 의법조치를 해 왔으면 아마도 지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내에서 청렴교육을 하고 있지만 주로 청탁 등에 관한 내용이고, 부동산 투기 등 자신들의 청렴에 대해선 교육이 없는 모양이다)즉 LH공사와 정부 그리고 지자체가 뻔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함으로서, 멀쩡한 사람들을 뽑아 고양이로 만든 결과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오랜만에 보는 양보와 단일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로 단일화 방식을 전격 수용하면서 야당 후보 단일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서로 더 양보를 했다고 하지만 단일화에 합의한 게 중요하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진 쪽이 이긴 쪽을 확실하게 지원하기로 약속도 했다. 사실 두 후보의 결단 전까지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결국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최근 LH공사 직원 등 땅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영선 오세훈 안철수 3자 구도에서도 야권이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의 조사가 나오자, 오세훈 안철수 예비후보들이 최악의 경우에도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후보 단일화를 약속해 놓고 말을 바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사건이 여럿 있었다. 군사정부를 끝낼 수 있는 대통령 국민투표에서, DJ가 YS에게 후보를 양보하기로 했다가, 생각을 바꿔 3자 구도로 나서며 노태우 후보를 당선시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 다음엔 19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이회창을 대선후보로 선출해 놓고도 이인제가 불복 탈당해 대선 출마했다가, DJ에게 정권을 넘겨준 사건이 있다.후보를 단일화 하면 진 쪽이 이긴 쪽을 적극 지원하기로 해놓고, 어영부영 모양만 갖추다가 중도에 지지 철회를 한 경우도 있다. 바로 정몽준 전의원이다. 만약 정몽준 전의원이 약속대로 끝까지 열심히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으면, 아마 그의 운명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거꾸로 통 큰 양보로 잘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역시 안철수 대표가 양보한 경우다.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가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면서 양보한 사건이다. 이를 기반으로 박원순 후보가 무난히 서울 시장에 당선되었다. 이렇게 후보 단일화는 어렵다. 주변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착각을 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후보가 통 크게 상대방 요구를 수용하면서 야권단일화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었다.누구로 단일화 되든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당헌까지 바꾸며, 내어서는 안 될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민주당을 반드시 이겨주기 바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변창흠 장관은 어떤 사람?
LH공사 직원들의 내부 기밀을 이용한 불법 토지 매입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이젠 거의 모든 직원들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당연시 했다는 식의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LH공사 직원 대부분은 도덕 불감증에 집단 감염되어, 불법행위를 죄의식 없이 관행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해 왔다는 얘기다.그렇지 않아도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와중에 이런 사건이 터지며 여권에서도 곤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마침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이 LH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라, 야권에선 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KBS라디오에 출연해 "상황을 확인한 다음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든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런데 변창흠 장관(전 LH공사 사장)은 정말 몰랐을까?직원들의 불법 토지 매입이 암암리에 관행처럼 이정도로 널리 퍼졌다면, 사장으로서 몰랐을 것 같지 않다.변 전 사장이 정말 몰랐다면 바보에 무능한 사람이고, 알고도 묵인 · 방조했다면 업무태만에 무책임한 사람이다.즉 알았든 몰랐든 어떤 경우든, 변 장관은 국토교통부 장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문재인 정부나 여권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는 게 상식적이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