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활동 | 정(情)때문인가?
26-09-23 09:27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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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때문인가?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하루 1만명이 넘게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인근 지하철역 승차 인원은 일주일 전보다 13%나 늘고 주변 편의점 매출은 무려 50%나 뛰어올랐다. 북항 인근 공원 수로에서 며칠째 빠져나가지 못해서 배회하고 있는, 길이 3~4m 크기의 무태(로 추정)상어를 보기 위해서 몰린 인파 때문이다.
처음엔 안전을 위해 수로 밖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상어를 자극하여 해로울 수 있다는 권고를 받아들여, 상어 스스로 나가기를 기다리기로 했단다.
부산 ‘북항’에 나타났다고 해서 '부캉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동영상 화면으로 봐도, 수면 위로 지느러미가 솟구치고 맴도는 야생 상어의 행동은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디서도 다시는 못 볼 광경이다.
부캉이 본인은 답답하고 괴로울지라도, 사람들은 야생 상어의 모습을 처음 보기 위해 가족끼리 일부러 찾아와 구경하며 응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부산에선 ‘죠스바’ 등 상어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아기상어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전재수 부산 시장도 라디오에 출연해 부캉이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700억 원을 쏟아붓고도 파리 날리는 여수섬박람회보다, 상어 한 마리가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 어딘가 익숙하다.
지난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 사파리에서 철조망 밑 땅을 파고 탈출했던 수컷 늑대 '늑구'가 떠오른다. 늑구는 대대적인 수색작전에도 무려 9일 동안이나 발견되지 않으며, 온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늑구를 보겠다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결국 생포되어 무사히 오월드 사파리로 돌아간 늑구는, 한때 국민적 관심 동물이 되었다.
그보다 3년 전인 2023년 3월엔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울타리를 부수고 뛰쳐나와 3시간 30분 동안 아스팔트 도로와 골목길을 질주했던 얼룩말 '세로'가 있었다. 부모를 잃고 외롭게 지내던 세로는 각종 패러디를 통해 한때 '국민적 마스코트'가 되기도 했었다.
해외에서는 도심에 맹수나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주로 '안전 위협'이나 '시스템 상의 관리 부실'이라는 냉정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람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가급적 무리한 포획을 시도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캉이' 같은 정감 어린 이름을 붙여주며, 공포의 대상을 동네 강아지 같은 존재로 바꾸어 보호하려 한다.
그래서 동물원 탈출 얼룩말 ‘세로’는 "부모 잃고 방황하는 사춘기 청년"으로, 숲을 헤매는 늑대 ‘늑구’는 "자유를 갈망하며 표류하는 현대인"으로, 수로를 빙빙 도는 상어 ‘부캉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며 재롱을 부리는 다정한 불청객"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가 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고 환호하는 이면에는, "그들이 건강하고 무사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환경의 경고라며 호들갑 떨지 말라는 주장(녹색당)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호들갑조차 한국인에게만 있는 것 같다.
정은 넘쳐나지만 정작 정을 둘 곳 없는 현대의 한국인들이, 이런 동물들에게라도 정을 주고 싶은가 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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