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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교육 학대“ 살인사건의 교훈

21-04-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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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부모들은 자식 공부 뒷바라지를 숙명처럼 여겼다. 당신들은 똥지게를 지며 농사짓고 전답을 팔아서라도, 자식들 공부 잘하길 바랐다. ‘자식이 공부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학부모간의 서열이 매겨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필자는 ‘공부하라’거나 ‘몇 점 (또는 몇 등) 이냐?’는 말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자식들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거나 몇 등 했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공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이란,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부모들은 자식을 명문대학이나 의대에 보내기 위해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계획하고 감시하고, 모든 행동을 옭아매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그저 ‘부모님의 사랑’ 정도로 생각하거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이는 엄연히 “교육 학대”다.


3년 전 일본에선 ‘교육 학대’에 의한 모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고인 노조미(34)가 지난 1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노조미는 원래 의대에 갈 실력이 모자랐다. 그러나 의사가 되라는 엄마의 강요에 9수를 해야 했는데, 엄마는 친지들에게 “딸(노조미)이 의대에 합격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후 2014년에 노조미는 엄마에게 조산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방의대 간호학과에 입학했지만, 엄마와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 그동안 엄마는 노조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목욕까지 같이 해야 했다. 딸의 모든 생활을 엄마가 옭아 맨 것이다.

노조미는 법정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엄마는 학벌 컴플렉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미는 2018년 1월 20일 새벽에 엄마를 살해해 시신을 훼손한 뒤 집 근처 하천에 버리고, “괴물을 처단했다. 이걸로 안심이다."고 트위터에 썼다. 노조미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포로 같았던 당시보다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더 편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를 살해한 건 무조건 잘못이지만, ‘십 수 년 간 얼마나 고생했으면 엄마를 괴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본의 얘기지만,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경우는 많을 것 같다.

부모는 ‘지금은 고생이지만, 커서는 고마워 할 거다’라며, 공부에 관심이 없는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자식이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는 것은 엄연히 “교육 학대”이다. 따라서 자식이 커서 공부 결과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더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고마워한다는 보장은 없다.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간엔 이런 속담 비슷한 얘기가 있다.

“부모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보다, 알아서 대충 큰 자식이 나중에 효도한다“


‘교육학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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