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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다 기술의 흥망 ④ - 새롬기술과 벤처기업 붐 26-10-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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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흥망 ④ - 새롬기술과 벤처기업 붐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가 덮치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다.

IMF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신성장 동력 확보 및 고용 창출을 위해 IT·벤처기업 육성을 국정 핵심 과제로 잡았다. 특히 코스닥(KOSDAQ) 시장의 요건을 완화하고 스톡옵션 비과세 혜택을 확대되면서, 2000년대 초까지 ‘벤처기업 붐’을 이끌었다.

 

그러자 별 것 아닌 기술에 떼돈이 몰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롬기술’이다.

새롬기술은 1999년 10월, 컴퓨터로 미국 등 전 세계에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는 ‘다이얼패드 서비스’를 발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비싼 국제전화비를 대폭 아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발표 직후 가입자가 폭주했다. 1999년 8월 공모가 2,300원(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후, 6개월만에 150배 폭등하며 주당 308,000원(2000년 3월 6일 장중 기록)까지 치솟으며 재계 서열 7위에 올라버렸다. (사진) 이러한 과열 현상이 9시 뉴스에도 방송됐고, 얼마나 오를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료 전화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 모델이었는데, 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자 금세 거품이 꺼져버렸다. 나중에 ‘역대 최대의 작전’이라고도 평가했는데, 결국 따라다닌 투자자들만 큰 손해를 봤다.

 

“당장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문자 수(회원 수)’만 늘이면, 향후 광고나 커머스로 돈을 벌 수 있다"며 ‘닷컴 기업’에도 ‘눈먼 돈’이 몰렸다.

대표적인 기업이 1997년 설립된 골드뱅크다. 이 회사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고를 시청하면 회원에게 현금이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인터넷 보상형 광고’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1998년 코스닥에 상장한 후 단 몇 개월 만에 약 38배(최저가 대비 기준)까지 폭등하며, 닷컴 열풍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회원 수만 늘어날 뿐, 실제로 광고가 없어 곧 한계가 왔다. 또 ‘눈 먼’ 투자자들만 망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실질적인 매출이나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없더라도, 상호에 ‘.com(닷컴)’ ‘기술(테크)’ 같은 단어만 들어 있으면 ‘미래 가치’라며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기업 M&A 시장에도 큰 자금이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 그야말로 ‘묻지마 투자’였다. 그러자 기존의 전통적인 사명을 버리고 회사 이름 뒤에 .com을 붙이거나 IT 느낌이 나는 이름으로 바꾸기만 해도,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였다.

재무제표보다 사업계획서나 아이디어 발표회(IR) 한 번으로 수십억~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도 흔했다.

 

IMF 위기로 투자받지 못해 한동안 쩔쩔맸는데, 갑자기 세상이 바뀌며 몫돈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자기 돈 좀 투자받아 달라’며 애원(?)했다. 참 희한한 세상이었다.

돈이 마구 몰려들어 오자 벤처기업들은 임차료 비싼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차렸고, CEO들은 매일 밤 강남 룸싸롱에서 아낌없이 남의 돈을 펑펑 써 댔다. 강남 룸싸롱의 황금시대이기도 했다.

이렇게 눈먼 돈들은 벤처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벤처기업에 목돈이 모이고 스톡옵션이 활성화되면서, 인재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던 많은 엘리트들이 스톡옵션과 ‘한방’을 노리고 벤처기업으로 옮겨갔다. 액면 500원짜리 스톡옵션 주식이 ‘10만원 이상 갈 것’이라는 경우도 흔했다. 오죽하면 대기업에 그대로 남았던 연구원과 기술자들을 보고, ‘오라는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남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꿈을 안고 벤처로 간 이들 중 상당수는 ‘버블 붕괴’와 함께 빚더미에 올라야 했다. 이때 인생이 완전히 꼬여버린 이공계 출신 인재들이 정말 많았는데, 일부는 그 여파로 지금까지도 어렵게 살고 있다.

 

<다음에 계속>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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