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5관련링크
본문
옛날에 안 태어난 게 다행이다
과거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대개 화려한 영웅담을 많이 담는다. 하지만 병사들이나 백성들이 칼에 찔리거나 베이거나 목이 잘려 죽는 장면들을 보면, 정말 잔인하고 끔찍하다. 살아도 포로나 노예가 되어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된다. 게다가 약탈당하고 겁탈당하고...
지금은 전쟁에서 총이나 대포로 깔끔하게(?) 죽지만, 과거의 전쟁에선 칼이나 활을 비롯해 돌에 맞거나 불에 타서 죽었다. 특히 예전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화살에 독이나 오물을 묻혀 공격했다.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덧나, 고통 속에서 죽거나 수족을 잘라내야 했다.
군대가 진을 치고 장기전에 돌입하면 특히 먹는 게 문제였다. 깨끗한 식수와 먹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전염병이 쉽게 돌았다. 불쌍한 병사들은 객지에 나와, 고통 속에 의미없이 죽어갔다.
이렇게 1차대전 이전의 전쟁에선 병으로 죽는 병사들이 더 많았다.
1차대전에선 대포와 기관총의 활약(?)으로, 전투나 전투 부상으로 인한 사망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병으로 사망하는 병사들의 수는 30%가 훨씬 넘었다.
1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참호장면이 많이 나온다. 참호를 파고, 그 안에서 먹고 자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문제는 그 참호가 그냥 땅만 판 거라, 배수 시설 같은 게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가 오면 오랫동안 참호에 흙탕물이 차 있었다. (사진)
특히 화장실용으로 구덩이를 따로 파긴 하지만, 참호의 특성상 거리를 멀리 두기 힘들었다. 참호 안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멀리 가서 묻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면 넘치기 일쑤여서, 참호에 고인물은 더럽기 그지없었다. 병사들은 ‘온갖 병균 덩어리’ 물 속에서 생활하고, 발은 그 물에 늘 젖어 있었다. 그러니 병사들은 참호 속에서 전염병으로 죽거나, 발이 썩어 발가락과 다리 등을 절단해야 했다. (페니실린 발견 전이다)
한편 ‘대항해 시대’라고 하는 시기가 있었다. 탐험에 나서고 신대륙과 신항로을 발견하던 역동적인 시대였다. 역사적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선원들 입장에선 목숨을 건 일이었다.
여기서도 먹는 게 가장 문제였다. 나무통에 담아온 물은 며칠만 지나도 상하고 썩었다. 딱딱한 말린 빵엔 벌레가 우글거렸고, 소금에 저린 고기는 너무 딱딱해서 씹기 힘들었다. 그래도 살기 위해선 매일 똑같은 것만 먹어야 했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참아내면, 이번엔 괴혈병이 찾아왔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이가 빠지며 피부가 까맣게 변했다. 괴혈병 증상으로도 죽었지만, 이가 빠지니 딱딱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굶어 죽기도 했다. 습기 속에 쥐와 빈대 등이 창궐한 배 안의 환경은 극악이었다. 항해 도중 사망률이 90% 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생지옥과 다름없었다.
영화와 드라마엔 기사들이 멋있게 활약하던 중세시대에, 백성들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여성들은 걸핏하면 마녀로 몰려, 갖은 고문을 당한 후 불에 태워졌다.
하늘이 그 죄를 묻듯, 유럽에선 페스트가 창궐해 전체 인구의 40% 이상 죽었다. 하지만 이는 평균 수치일 뿐, 심한 지역은 80~90%의 인구가 죽었다. 가족이나 친구 동네 사람들까지, 사실상 나만 빼고 거의 다 죽은 셈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의 시체를 치워가며, 공포 속에서 버텨야 했다.
그런데 페스트가 창궐한 이유 중 하나가 더러운 환경 탓이었다. 특히 기독교에선 목욕 등 씻는 걸 금기시하면서 전염성을 더 키웠다.
어떻게 평생 씻지 않고 살 수 있지? 매일 샤워하고 머리 감고 수시로 손 씻는 우리에겐, 너무나 더럽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하며,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낭만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민 초기시절 얘기다.
아일랜드에선 1845년부터 1852년 사이에 발생한 대기근으로, 인구가 약 830만 중 약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일랜드인들은 살기 위해 100만 이상이 미국 등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탈출선에 타도, 15% ~ 30%가 병으로 배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오죽하면 배를 관함(Coffin Ships - 배 자체가 시신을 나르는 관이라는 의미)이라고 불렀다. 한꺼번에 많은 승객들이 몰리자, 화물선까지 동원해 정원을 훨씬 넘는 사람들을 짐짝처럼 태운 탓에 질병이 만연했다.
운이 좋게 살아남아 미국 등에 도착했어도, 기다리는 건 삶을 위한 투쟁뿐이었다. 정해진 일자리를 놓고 기존 현지인들과 목숨 걸고 싸워야 했고, 심지어 어린 아이들조차 중노동에 시달리며 목숨을 연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앓다가 죽었다.
‘이민자의 나라’라는 낭만은 없었다.
그래서 옛날이 아닌 지금 태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전체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