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anner1 header banner2
  • 커뮤니티 문답방 · 전문가문답방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문가 문답방

전문가 문답방

묻는다 남미 교과서에서의 한국 26-06-10 09:39

페이지 정보

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2

본문

남미 교과서에서의 한국

 

필자가 어릴 적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김찬삼의 세계여행>이다.

김찬삼 교수는 1958년부터 시작해 1970년대 말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를 여행한 한국 최초의 전문 여행가다. 그의 세계여행기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발간되었는데, 갈수록 두껍고 화려하고(흑백에서 컬러로 발전) 고급스러워졌다. (사진) 인기도 많아 웬만한 집에도 꽂혀 있을 정도였다.

당시엔 해외 여행을 꿈도 못 꾸고 외국에 대한 자료나 정보도 크게 부족했던 시절이라, <김찬삼 세계여행>은 어린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외국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찬삼 교수가 해외여행을 시작한 1960년대 전후만 해도, 한국은 세계 최빈국이고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러니 돈 없는 여행자의 고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김찬삼 교수가 생소했던 남미를 처음 방문한 시기가 1961년이다. 당시 에콰도르나 페루, 칠레의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는 나라 자체를 몰랐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스파이 아니냐", "밀항자 아니냐"며 몇 시간씩 독방에 갇혀 취조당했다. 심지어 한국 여권을 처음 본 현지 관리들이 여권을 가짜라고 무시하며 집어던지거나, 입국을 거절해 국경 근처 뙤약볕 아래서 며칠씩 노숙하며 사정해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에콰도르나 페루의 도심을 걸을 때면 현지 아이들이나 청년들이 몰려와 동양인을 비하하며 놀리거나, 심지어 돌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칠레 등지에서 밤에 너무 춥고 배가 고파 민가의 문을 두드리며 "마당에서 잠만 자게 해달라", "물을 좀 달라"고 청했을 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문을 쾅 닫아버리거나 개를 풀어 쫓아내는 서러운 홀대를 수없이 겪었다.

 

그런데 지금의 남미는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한국인을 너무나 사랑하게 바뀌었다.

심지어 에콰도르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이 대대적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도합 14개 교과서에 한국의 발전상이 상세히 담겨 있다고 한다.

특히 직지에 대해선 무려 12페이지에 걸쳐 아주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교과서에는 직지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 세계 최초의 서적, 2001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독일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약 80년 앞서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를 발명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보다 더 자세하다!)

이외에도 9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한국이 1945년 식민지배 종식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또한 세계 수소차 판매량 1(현대자동차), 전국을 2시간대로 연결하는 고속열차(KTX), 5G 스마트폰의 대중화(삼성전자), KAIST의 인공지능 로봇 연구 등이 과학·물리 교과서에 예시로 쓰인다. 나아가 한국의 영화나 유명 생존 게임(배틀그라운드 등)을 통한 문화적 영향력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실 남미에선 정도의 차이일 뿐, 공통적 현상이다.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먼저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인 만큼, 교과서 속 한국은 '경제적 파트너'이자 '선진 도시'로 등장한다. 특히 칠레 지리 교과서 내 세계지도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 대신 '동해(Mar del Este)'가 단독 또는 병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페루의 교과서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원이 전혀 없는 나라가 오직 '인적 자원(교육)''수출 주도형 산업'만으로 어떻게 글로벌 IT·자동차 강국이 되었는지 그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텍스트와 도표가 실려 있다.

 

이렇게 남미의 교육계에서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교육과 기술 발전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을 '가장 이상적인 롤모델'로 보고 있다.

 

김찬삼 교수가 홀대받으며 눈물 흘리던 시기로부터 60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2003년 작고)

감격스럽다.

대한민국 만세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전체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