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은 일본?
이번주(10월 4일~10일)은 한글날 주간이고, 9일 한글날은 575돌이다.한글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 글과 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필자는 1988년 6월 모 대기업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업무상 거의 모든 용어가 일본어 또는 일본식 용어였다. 우리나라 근대 문물이 서양이 아닌 일본을 통해 수입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사실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우리말보단 일본어가 더 많이 쓰일 정도였다.벤또(도시락) 빠께스(양동이) 와리바시(나무젓가락) 다마네기(양파) 다마(구슬, 전구) 쓰메끼리(손톱깎이) 등 지금도 기억나는 단어들이 많다. 이는 80년대 까지도 흔히 사용되었다. 지금도 일식집이나 횟집에 가면 밑반찬을 쓰기다시(つきだし [付き出し])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지난 30년간 우리 국민들은 일제 잔재 지우기에 나섰다.관련학계와 단체 그리고 방송 등에선 생활용어를, 업계에선 전문용어를 우리말이나 한자 또는 원어로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필자가 근무했던 광고계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아직도 거의 바뀌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당구장이다. 필자는 당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당구장에 가면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안간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당구의 일본식 용어, 예를 들면 다마(たま 공) 다이(だい 당구대) 시네루(ひねり회전) 갸꾸(ぎゃく 반대) 오시(おす 밀어치기) 시끼, 히끼(ひく 끌어치기, 당겨치기) 무시(むひねり 무회전) 나미(なめる 얇게 치기) 후루꾸(フロック 요행)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왜 유독 당구에서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일본식 용어를 사용해야 고수 또는 멋있게 보여서일까?물론 당구계에서도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당구 전문학교나 전공도 생겼고, 당구 전문채널이나 당구 중계를 보면 우리말로 중계하고 해설한다. 필자도 처음엔 생소하고 어색했지만, 이런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포켓볼을 제외하면 당구장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중년 이상이다. 이들은 당구 경력이 오래되었고, 그만큼 일본식 용어가 친숙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당구만 일본식 용어를 사용한다는 걸 알면 이젠 당구인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당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한글과 한국어도 사랑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윤석열에겐 무능한 참모만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발언 이후 SNS의 개사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맹비난이 일었고, 결국 윤 후보는 본인의 동의에 의해 올려진 것이므로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발언과 행동으로, 그동안 공들인 호남표가 날아가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기본적 자질이나 성품 또는 비뚤어진 역사관 내지 준비 안 된 후보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 맞는 말일을 수도 있다.하지만 필자는 캠프 구성원의 자질부족을 들고 싶다. 문제의 SNS 내용만 보면 평소에 올렸으면 전혀 이상하게 없는, 아니 윤 후보의 인간적인 면과 유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두환 발언을 사과하라고 난리를 치는 상황에서 사과(謝過)는 하지 않고, 난데없이 개한테 사과(沙果)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니 국민들은 사과(謝過)는 하지 않고 대신 ‘사과(謝過)는 개나 줘 버려!’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을 무시하거나 조롱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걸 올리겠다고 한 캠프 직원을 (직접이든 추천 받아서든) 뽑은 사람도 윤 후보이고, 최종 컨펌한 사람도 윤 후보다. 그렇지만 어떻게 후보가 정신 없는데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 즉 윤 후보 옆에서 ‘이런 건 된다, 안 된다’고 중심을 잡아줄 핵심 참모가 있어야 하는데, 능력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은 없고 모두 후보에게 떠넘겨서 이런 사달이 나고 있다고 본다. 그것도 윤 후보 능력의 한계인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결과적으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윤 후보에게 대권을 맡겨도 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이런 식으로 가다간 윤석열 야권 대선 후보는 점점 멀어질 것 같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강추!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필자가 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인용된 중국 역사서가 삼국지다. 삼국지의 위서 동이전에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부여·고구려·동옥저·읍루·예·마한·진한·변한 전(傳) 등 우리 민족에 관한 최고의 기록이자 고대사의 유일한 사료이기 때문이다. 삼국지는 진(晉)나라(秦始皇의 진나라와 다름)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정사(正史)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그런데 여기에 헷갈리는 책이 있다. 흔히 삼국지로 부르고 있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다.삼국지(연의)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정말 인기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물론 만화나 드라마 또는 영화를 통해 삼국지를 접해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적벽가’라는 판소리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 때 읽었는데,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와 좀 무섭기도 했다.우리가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삼국지(연의)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들이 많다.桃園結義(도원결의), 水魚之交(수어지교), 三顧草廬(삼고초려), 泣斬馬謖(읍참마속), 刮目相對(괄목상대), 七縱七擒(칠종칠금) 등이 있고, 정사에도 나오는 十常侍(심상시) 등이 있는데 특히 정치와 관련하여 많이 사용한다.필자는 삼국지(연의)는 원말명초 나관중이 삼국지 등을 기본으로 그 시대에 떠돌던 삼국지 이야기를 엮은 소설로, 촉나라 유방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정도로 알고 있었다. 또한 당시엔 중국에 문맹이 많아 이야기꾼들이 삼국지 얘기를 하면서 첨삭된 결과물이 삼국지연의라고 배웠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늘 이게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그런데 이런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TV프로그램이 7월부터 잇달아 방송되었다.KBS의 <역사저널 그날>과 JTBC의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시리즈다. 필자는 이 두 프로그램을 보고 정말 많은 사실(史實)을 알게 되었다.두 프로그램에서는 ‘삼국지(연의)는 삼국지가 만들어진 후 1천년간 전국 각지에서 이야기꾼들이 청중 또는 민중들이 듣고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과장 또는 만들어 추가했고, 반응이 없으면 줄이거나 삭제하면서 실제 역사와는 상당히 차이 나는 소설이 되었다’고 한다. 즉 나관중 한 사람의 창작물이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만든 합작품이어서, 내용이 정말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독자 여러분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창작인지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영웅호걸들의 대서사와 함께 진실 게임을 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을 강추한다.무료 VOD로 꼭 챙겨보시길!<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흥청망청, 노태우 정부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향년 89세.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게 88올림픽 직전이니 노태우 정부시절이었다. 이때엔 3저 호황에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지면서 경제가 좋아서, 사회 전체가 그야말로 흥청망청이었다. 필자가 다니던 회사 근처(마포)에 4층짜리 꽤 넓은 고깃집이 있었는데, 내부가 뻥 뚫리고 탁자를 네 줄로 길게 늘어놨다. 그런데 모든 층이 손님들로 꽉 차서, 수 백명의 손님들이 다들 고기를 열심히 구워먹던 장면이 떠오른다. 술집이나 룸싸롱도 손님이 넘쳐나고, 하다못해 나체 스트립쇼를 하는 곳도 있었다. 저녁에 택시를 잡으려면 ‘따블(Double)’은 기본이고 ‘따따블(4배)’을 소리치기도 했다. 그러니 택시기사도 돈을 잘 벌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지만, 10만원을 우습게 알던 시절이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다 보니 부동산이 뛰었다. 집값을 잡기 위해 200만호를 건설하고,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게 이 때다. 하도 흥청망청 하다보니 조직폭력배가 활개 치고, 결국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기도 해다. 나중에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박정희가 솥단지를 만들고, 전두환이 그 솥에 밥을 짓고, 노태우가 그 밥을 퍼 먹고, 김영삼이 박박 긁어 먹다가 솥단지에 구멍이 났다.(또는 부쉈다)’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노태우 정부 시절은 단군이래 가장(?) 흥청망청 하던 시절이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은행에서 돈을 빌려 외형 불리기에 나섰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대우 김우중 회장이 ‘세계경영’에 적극 나선 것도 이때다. 흥청망청할 땐 좋았지만, 이러한 사회 경제 분위기는 결국 4년 후 김영삼 정부 IMF 금융위기로 돌아왔다. 흥청망청하던 사회엔 실업자가 넘쳐났고, 돈을 빌려 외형 확장에 주력하던 기업들은 도산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30여년 전, 옛날 이야기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BTS와 오징어 게임
지난 4일(현지 시각) ‘BTS’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오징어 게임’도 미국 넷플릭스 전체 순위에서 14일째 정상을 지켰다. 전 세계 순위도 12일째 1위다. 대중음악과 드라마 모두 한국 작품이 사실상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BTS 곡이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여섯 번째다. BTS는 지난해 9월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 1위를 차지한 후 1년 1개월여 만에 총 6곡을 정상에 올렸다. 빌보드는 “이는 1964∼1966년 비틀스의 1년 2주 이래 최단 기록”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어디에서든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공연장 앞에서 노숙하며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은 이제 당연시(?)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공연을 못화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었던 인도와 영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한편 프랑스 파리에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하도 몰려 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줄이 하도 길다 보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그들끼리 난투극까지 벌어지곤 한다는 보도도 있다.‘오징어 게임’은 그런 문화에 익숙한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한편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누리집을 보면,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내는 이 영어사전에 26개 한국어가 새로 등재됐다고 한다. 한류(hallyu)는 “한국의 음악과 영화, 티브이, 패션, 음식의 세계적 성공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증가”로, 먹방(mukbang)은 “음식을 많이 먹으며 시청자와 대화하는 사람이 나오는 영상”으로, 대박(daebak)은 “영어에서 판타스틱, 어메이징과 같이 열정적인 긍정을 표현하는 감탄사”로 풀이됐다.우리 문화가 세계를 장악하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무 상관도 없는 필자의 어깨에 괜히 힘이 들어간다.과거엔 정말 상상도 못했던 ‘문화강국’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호의를 트집으로 ㅠ.ㅠ
최근 SNS에 난데없이 생선대가리 모음 사진이 퍼졌다. 배달업체 애플리케이션에 리뷰를 작성한 손님은 “혼술하려고 광어 1인분 소자 1만5000원짜리를 시켰다. 매운탕 거리도 준다길래 요청했더니 회 뜨고 버릴 것을 다 모아서 보내셨더라”며 “광어 대가리 7개, 방어 대가리 3개, 우럭 대가리 1개고 나머지는 광어 잡뼈다. 광어 1인분에 매운탕 20인분 어치를 줬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이딴 식으로 하느냐”고 불쾌해했다.식당 측은 댓글로 “혼술 하시는지 몰랐고 뼈는 집에 어른들이 계시면 좋아하셔서 많이 드린 거다”고 답변했다. 네티즌 반응도 엇갈렸다. 필자는 식당 편이다.왜냐하면 횟집의 매운탕은 원래 서더리탕이기 때문이다. 서더리는 생선의 회를 뜨고 난 나머지, 즉 대가리와 지느러미 그리고 뼈와 뼈에 붙은 약간의 살이 전부다. 그래서 횟집의 매운탕 거리는 대가리와 잡뼈로 구성되는 게 맞다. 리뷰를 작성한 손님이 횟집에서 매운탕을 안 먹어 봤는지 모르겠다.그 손님한테 묻는다.“혼술하면서 매운탕 거리를 왜 달라고 했나?”“횟집 매운탕 거리는 원래 서더리인걸 몰랐나?”“많이 준 것도 잘못인가?”“생선을 통째로 보내줄 줄 알았나?” 예로부터 어두육미(魚頭肉尾) 즉 물고기는 대가리가 맛있고 육고기는 꼬리가 맛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국물 낼 때 북어 전체가 아닌 북어대가리를 사용하는 것도 비법 중 하나다. 생각보다 많이 보내줬으면, 식당의 호의지만 너무 많다며 웃고 넘길 일이다.별 일도 아닌데 괜한 트집 잡는다란 생각이 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