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필자가 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인용된 중국 역사서가 삼국지다. 삼국지의 위서 동이전에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부여·고구려·동옥저·읍루·예·마한·진한·변한 전(傳) 등 우리 민족에 관한 최고의 기록이자 고대사의 유일한 사료이기 때문이다. 삼국지는 진(晉)나라(秦始皇의 진나라와 다름)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정사(正史)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 그런데 여기에 헷갈리는 책이 있다. 흔히 삼국지로 부르고 있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다.삼국지(연의)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정말 인기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물론 만화나 드라마 또는 영화를 통해 삼국지를 접해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적벽가’라는 판소리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 때 읽었는데,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와 좀 무섭기도 했다. 우리가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삼국지(연의)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들이 많다.桃園結義(도원결의), 水魚之交(수어지교), 三顧草廬(삼고초려), 泣斬馬謖(읍참마속), 刮目相對(괄목상대), 七縱七擒(칠종칠금) 등이 있고, 정사에도 나오는 十常侍(심상시) 등이 있는데 특히 정치와 관련하여 많이 사용한다. 필자는 삼국지(연의)는 원말명초 나관중이 삼국지 등을 기본으로 그 시대에 떠돌던 삼국지 이야기를 엮은 소설로, 촉나라 유방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정도로 알고 있었다. 또한 당시엔 중국에 문맹이 많아 이야기꾼들이 삼국지 얘기를 하면서 첨삭된 결과물이 삼국지연의라고 배웠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늘 이게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TV프로그램이 7월부터 잇달아 방송되었다.KBS의 <역사저널 그날>과 JTBC의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시리즈다. 필자는 이 두 프로그램을 보고 정말 많은 사실(史實)을 알게 되었다. 두 프로그램에서는 ‘삼국지(연의)는 삼국지가 만들어진 후 1천년간 전국 각지에서 이야기꾼들이 청중 또는 민중들이 듣고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과장 또는 만들어 추가했고, 반응이 없으면 줄이거나 삭제하면서 실제 역사와는 상당히 차이 나는 소설이 되었다’고 한다. 즉 나관중 한 사람의 창작물이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만든 합작품이어서, 내용이 정말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창작인지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영웅호걸들의 대서사와 함께 진실 게임을 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을 강추한다.무료 VOD로 꼭 챙겨보시길!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아프간 한국 협력자 이송은 국격이다
아프간 한국 협력자와 가족들 391명이 오늘(26일) 오후 입국한다. 그중 영유아가 100명이라고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아프간인들이 국내 도착 후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며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같은 날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중략) 등을 감안해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며,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그런데 반대 여론도 있다."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 나라를 위해 만든 한국 관련 기관에서 일했는데 어떻게 한국에 협력한 것이 되느냐" 또는 "'특별공로자'로 칭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등이다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데 대해선 차치라더라도, 필자는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던 협력자들과 그 가족들은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레반이 그들을 색출해 가만히 놔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일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협력자들이 죽임을 당한다면 이는 국제적 인권과 대한민국 국격이 걸린 문제다. 우리나라는 한 때 해외 원조에 의존해 먹고 살았던 나라다. 만약 지금 우리가 그들을 모른척한다면, 인권유린이자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빈축을 살 일이다.국제사회의 일원이라면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 한다.또한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이 여기에서 정착해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지원도 필요하다.대한민국의 GDP가 세계 몇 위고 수출액이 얼마고를 자랑만 할 게 아니다.국내에서든 국제사회에서든, 가진 자는 가진 만큼의 역할을 해야 한다.대한민국은 이제 아프간 협력자들을 수용할 만한 국격과 여유를 가진 나라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말보다 글을 더 조심해야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을 조심하란 의미다. 그런데 말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글’이다. 요즘 녹취가 흔해졌지만 지금도 법에선 문서를 최우선 근거로 한다. 어떤 회사 임원은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얘기(충고나 질책 등)는 절대로 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글은 두고두고 보기 때문에, 상한 기분이 갈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란다.이처럼 누구나 글을 쓸 땐, 말처럼 함부로 적지는 않는다.그런데 갑자기 GSGG라고 적으면 일반인들은 어떤 뜻으로 알까?특히 그 앞부분에 분통을 터트리는 내용이나 표현이 있다면 거의 대부분 ‘*새끼’의 영문 약자를 쓴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초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GSGG라고 적었다.언론중재법 통과가 지연되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늘 실패했습니다.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눈물이 흐르고 입 안이 헐었습니다"라며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썼다.이후 김 의원은 'GSGG'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박병석 의장님~~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그렇지만 governor는 국민의 일반 의지를 충실히 봉사할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수정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국민의 일반 의지에 봉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Government serve general Good'을 줄여 쓴 표현이라고 해명(?)했다.김승원 의원에게 묻는다.“GSGG가 그렇게 좋은 뜻이라면 앞으로 김의원을 GSGG라고 칭하면 막 좋아라 할 것인가?”그래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페이스북 등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의장님의 따끔한 질책 마음속 깊이 새기고 좋은 정치하는 김승원이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문제가 됐던 GSGG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김승원 의원은 먼저 글엔 분명히 국회의장을 ‘박병석’이라 칭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나중에 ‘의장님’을 붙였다. 더욱 중요한 건 ‘GSGG’를 'Government serve general Good'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그래서 사전으로 검색을 해봤다.없다. 정치학자도 모르는 약어다.결국 김승원이 고민한 끝에 좋은 의미의 글자를 조합해 갖다 붙인 것이다.글은 두고두고 남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김승원, 이런~ GSGG!”<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당구장은 일본?
이번주(10월 4일~10일)은 한글날 주간이고, 9일 한글날은 575돌이다.한글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 글과 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필자는 1988년 6월 모 대기업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업무상 거의 모든 용어가 일본어 또는 일본식 용어였다. 우리나라 근대 문물이 서양이 아닌 일본을 통해 수입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사실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우리말보단 일본어가 더 많이 쓰일 정도였다.벤또(도시락) 빠께스(양동이) 와리바시(나무젓가락) 다마네기(양파) 다마(구슬, 전구) 쓰메끼리(손톱깎이) 등 지금도 기억나는 단어들이 많다. 이는 80년대 까지도 흔히 사용되었다. 지금도 일식집이나 횟집에 가면 밑반찬을 쓰기다시(つきだし [付き出し])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지난 30년간 우리 국민들은 일제 잔재 지우기에 나섰다.관련학계와 단체 그리고 방송 등에선 생활용어를, 업계에선 전문용어를 우리말이나 한자 또는 원어로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필자가 근무했던 광고계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아직도 거의 바뀌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당구장이다. 필자는 당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당구장에 가면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안간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당구의 일본식 용어, 예를 들면 다마(たま 공) 다이(だい 당구대) 시네루(ひねり회전) 갸꾸(ぎゃく 반대) 오시(おす 밀어치기) 시끼, 히끼(ひく 끌어치기, 당겨치기) 무시(むひねり 무회전) 나미(なめる 얇게 치기) 후루꾸(フロック 요행)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왜 유독 당구에서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일본식 용어를 사용해야 고수 또는 멋있게 보여서일까?물론 당구계에서도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당구 전문학교나 전공도 생겼고, 당구 전문채널이나 당구 중계를 보면 우리말로 중계하고 해설한다. 필자도 처음엔 생소하고 어색했지만, 이런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포켓볼을 제외하면 당구장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중년 이상이다. 이들은 당구 경력이 오래되었고, 그만큼 일본식 용어가 친숙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당구만 일본식 용어를 사용한다는 걸 알면 이젠 당구인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당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한글과 한국어도 사랑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지네발’ 카카오
지난 8월 31일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 상 뜻깊은 날이었다.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시키면서, 앱마켓 거대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법률적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인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와 30% 수수료 정책은 국내에서 힘을 잃게 됐다.그러자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이 카카오 등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법을 검토하기로 했다.한편 최근 금융위·금감원이 카카오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나치게 이런저런 사업을 마구잡이로 확장한 데 대한 차단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제재 절차에도 착수했다. 카카오의 사실상 지주사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신고를 빠뜨린 혐의로,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사실 그동안 카카오는 ‘진격의 카카오’라 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최근엔 금융과 게임으로 사업을 넓히며 사실상 재벌기업에 들었다. 올해 연이은 IPO로 현재 시가총액 5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대기업의 위상에 맞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하고 있는 잔챙이 사업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심하다 보니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사업 확장이라고까지 한다.대리운전에서 시작해 꽃배달, 퀵서비스, 영어교육, 스크린골프, 쇼핑, 미용실, 네일샵 등 돈만 되면 뭣이든 쭙쭙 빨아들이고 있다. 자금력에서 상대가 안되는 기존의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망하거나 흡수 당할 수밖에 없다.수년 전 숙박전문앱 여기어때와 야놀자, 음식배달전문앱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만 돈 벌고 업소들은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연상된다. 카카오가 퀵서비스에서 꽃배달 내지 미용실과 네일샵 등도 이렇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에 우리나라 정치권이 구글이나 카카오 같은 독점적 거대 사업자를 규제하려한다는 점에, 오랜만에 정치권에 박수를 보낸다. 구글이 전세계 의회에 엄청난 로비를 해서, 어느 나라도 구글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속담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지만, ‘눈치 봐가며 적당히 하라’는 시쳇말도 있다.카카오는 눈치가 없는 기업이다. 돈만 벌면 될 뿐, 기존 업체와 소비자의 눈총엔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만약 삼성이 꽃배달이나 퀵서비스를 하겠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일까?카카오는 기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욕을 먹고 성장하려는 기업이다.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맞을까?<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BTS와 오징어 게임
지난 4일(현지 시각) ‘BTS’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오징어 게임’도 미국 넷플릭스 전체 순위에서 14일째 정상을 지켰다. 전 세계 순위도 12일째 1위다. 대중음악과 드라마 모두 한국 작품이 사실상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BTS 곡이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여섯 번째다. BTS는 지난해 9월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 1위를 차지한 후 1년 1개월여 만에 총 6곡을 정상에 올렸다. 빌보드는 “이는 1964∼1966년 비틀스의 1년 2주 이래 최단 기록”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어디에서든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공연장 앞에서 노숙하며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은 이제 당연시(?)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공연을 못화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었던 인도와 영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한편 프랑스 파리에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하도 몰려 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줄이 하도 길다 보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그들끼리 난투극까지 벌어지곤 한다는 보도도 있다.‘오징어 게임’은 그런 문화에 익숙한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한편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누리집을 보면,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내는 이 영어사전에 26개 한국어가 새로 등재됐다고 한다. 한류(hallyu)는 “한국의 음악과 영화, 티브이, 패션, 음식의 세계적 성공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증가”로, 먹방(mukbang)은 “음식을 많이 먹으며 시청자와 대화하는 사람이 나오는 영상”으로, 대박(daebak)은 “영어에서 판타스틱, 어메이징과 같이 열정적인 긍정을 표현하는 감탄사”로 풀이됐다.우리 문화가 세계를 장악하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무 상관도 없는 필자의 어깨에 괜히 힘이 들어간다.과거엔 정말 상상도 못했던 ‘문화강국’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