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활동 | 소 잃고 외양간 확실히 고쳤다
25-06-02 08:11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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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확실히 고쳤다
우리는 22년 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사진)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경,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김대한(당시 56세)이 휘발유를 이용해 방화를 저질러 대형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철도 사고로 기록되었다.
당시 화재 열차 기관사가 전원을 끄고 대피하는 바람에 출입문이 닫혔으며, 맞은 편에서 옆으로 들어 온 열차에 옮겨 붙어 화재를 키웠다. 역 전체가 유독 가스로 꽉 찼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김과 동시에 분노에 찼었다. 대응에 이렇게 취약한지에 대해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지하철 공사에선 내부에서 누군가 방화할 것에 대해 전혀 예측이나 대비가 없었다.
이후 화재의 원인이 된 지하철의 바닥이나 의자 등 내장재들이 모두 불연 또는 내연 소재로 바뀌었고, 칸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었다. 또한 내부에서 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며, 화재에 대한 대응 매뉴얼 마련과 직원 교육도 실시되었다. 지금도 열차 내 모니터에선 화재 대비 요령에 대한 영상이 나온다. 물론 이를 위한 많은 비용도 감내해야 했다.
그로부터 약 22년이 지난 2025년 5월 31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60대 남성이 방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다수의 승객들은 놀라서 열차 맨 끝 칸으로 대피했다. 어떤 승객은 마치 영화 부산행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승객과 기관사의 적절한 대처로, 21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는데 그쳤다.
TV 뉴스에 소개된 현장을 보면 그을음은 있지만 불에 크게 망가진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소화기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소화기로 불을 껐음을 보여준다. 22년 전의 교훈으로 그동안 화재에 대비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됐고 2량이 그을렸으며, 소방 당국이 추산한 재산 피해액은 3억 3천만 원이다)
지하철처럼 여러 사람이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면 대구 지하철 참사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이번 5호선 지하철 방화 사건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었다.
비록 안타깝게 소는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확실히 고친 덕이다.
(속담에 대한 비유이므로, 사람을 소에 비유했다고 딴지 걸지 마시길)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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