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여고 여상 여전 여실
24-12-23 10:29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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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여상 여전 여실
거의 30년 전 얘기다. 회사의 ‘고졸’ 여직원이 친구와 얘기하는 걸 옆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들의 대화 중에 ‘여고 여상 여전 여실’ 등의 단어가 나왔다. 여자고등학교(일반고) 여자상업고등학교 여자전수학교 여자실업학교 등을 줄인 단어들이다. 대학을 나왔으면 보통 학교 이름은 대던가, 법대 상대 공대 사범대 등을 나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이렇게 구분을 했나 보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엔 ‘전수학교’라는 학교가 있었다. 전수학교는 1970년대부터 정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취업과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되었으며, 특히 상업·공업계의 기능을 전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래서 나이 많은 학생들도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 실업계 고등학교로 변경되거나 사라졌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전수학교는 단연 ‘남산공전’ 즉 ‘남산공업전수학교’였다. 특히 야간은 대표적인 ‘깡패학교’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 학교의 선생님들도 보통이 아니란 설도 있었다. 남산공전은 1952년에 직업소년학교로 개교했는데, 이후 ‘고등학교 학력인정 지정학교’가 되면서 ‘고교 졸업’을 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는 시원치 않은 학생들이 몰렸다. 1983년 ‘남산공전’은 리라아트고등학교로 변경되면서, ‘깡패학교’는 사라졌다.
실업계 고등학교 중엔 ‘실업’고등학교도 꽤 있었다. 줄여서 남학교의 경우 ‘실고’, 여학교의 경우 ‘여실’이라고 불렀다. 상고나 공고와 다르게, 한 학교 안에 전공분야가 여러가지 있었던 게 특징이었다. 이후 실업고등학교 역시 일반고나 특성화 고등학교로 변경되었다.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하든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친구들이 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고교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많은 것 같다.
친구를 찾거나 졸업 앨범을 넘겨보면서 추억 여행에 나서 보시길 권해드린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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