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청강생을 아시나요?
24-12-02 10:00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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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생을 아시나요?
대학을 졸업하면 몇 년제냐에 따라 ‘당연히’ 전문학사 또는 학사 학위를 받는다. ‘졸업 논문’이라야 좀 긴 레포트 수준이니까 그냥 패스였다. 따라서 ‘대학 졸업 = (전문)학사 학위’가 된다. 요즘은 대학도 많고 대학 졸업생도 많아서 학사 학위는 학위 취급도 못 받는다. 그리고 어느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그 대학 (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예전엔 ‘학사 가수’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가수가 있었다. 대표적인 가수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상희다. 하지만 70년대 중반, 대학가요제와 함께 대학생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학사 가수’라는 타이틀이나 희귀성은 사라졌다.
그러면 ‘학사 가수’가 왜 타이틀로 붙었을까?
당시만 해도 대학과 대학생이 적었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할 만큼 배우고 경제력도 있는 ‘지성인’이 ‘딴따라’를 한다는 건 굉장히 드물었고 집안의 반대도 심했다. 특히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가수라면 더욱 ‘학사 가수’라고 칭할만했다.
그런데 또 한가지, 당시엔 ‘청강생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청강생제도’란 ‘대학의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돈을 주고 청강생으로 등록해서 정원 외로 원하는 대학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제도이다. 1949년 대한민국에서 교육법이 최초로 제정될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청강생은 청강(auditing)한 수업에 대해서 '이수증서'를 받을 수 있을 뿐 학위를 받을 수도 없고, 수료라는 표현을 쓸 수도 없다. 대학들의 재정 확충 수단으로 악용되었던 이 제도는 1981년 교육법 개정으로 폐지되었다.’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들이 장삿속으로 이 제도를 기여입학제처럼 활용해 돈을 받고 정원외로 입학시험을 거치지 않은 청강생을 등록시켜서 학생들과 섞여 수업을 듣게 하고 심지어는 졸업장까지 발급해주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는데 있었다.
즉 학사 학위는 없지만 정규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심한 경우엔 졸업장까지 줬으니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공부는 못하지만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OO대학생 노릇을 하며, 학위 증명을 요구하지만 않으면 OO대 출신으로 취업을 하거나 결혼도 했다.
따라서 당시엔 학사 ‘학위’를 따지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청강생 출신이지만 졸업했다고 속인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나중에 문제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배우 장미희 오미희, 최순실 등)
지금 생각해보면 청강생은 말도 안 되는 제도이지만, 당시 사학재단들은 이 제도로 떼돈을 벌었다.
어쨌든 요즘은 널린 게 학사이고 석사 정도는 되어야 학위 취급을 받는다지만, 당시와 비교해보면 학사 학위라도 새삼 소중하게 생각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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