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인권기자 | 가슴이 메는 유서
24-11-12 10:4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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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메는 유서
지난 9월, 사채업자들의 협박을 못이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30대 싱글맘 A 씨가 남긴 유서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빌린 건 수십만 원 정도가 대부분이었는데 A씨는 말도 안 되게 많은 금액을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렸다. 돈을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이 늦을 때마다 10만 원씩 더 내라는 압박도 받았다.
사채업자들은 심지어 A씨는 물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해댔고, A씨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까지 전화했다. A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채업자들은 불법 추심을 멈추지 않고, 남은 가족에게 전화해 A씨 대신 돈을 갚으라며 위협했다.
정말 악랄한 놈들이다.
그런데 A씨가 남긴 유서엔 구구절절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남겨있다.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담긴 문장이 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보는 너의 얼굴이, 목소리가, 웃음이, 장난치는 짓궂음이 하나하나 모든 게 대못처럼 박힌다. 주말 동안 먹고 싶어 했던 빼빼로, 젤리 직접 전해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 내 새끼’라며 사랑한다는 말을 끝도 없이 적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홀로 자신의 어린 딸을 돌보던 아버지에게는 ‘아버지가 끝까지 눈에 밟혔다’며 ‘철없는 선택을 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말 너무나 안타깝고, 유서 한 문장 한 문장에 가슴이 멘다.
유서라는 게 다 슬픈 내용이겠지만, 이렇게 가슴에 와 꽂히는 유서가 또 있을까 싶다.
특히 A씨가 필자의 딸과 비슷한 연령대일 것 같아 더욱 와 닿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딸에게 얹혀 사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A씨도 사채가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얼마나 궁했으면 사채를 썼을까.
A씨의 딸에겐 엄마가 돈 벌러 미국에 갔다고 했단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다.
악랄한 사채업자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에 공권력이나 정부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을까?
사정을 알리면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을까?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랄 뿐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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