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사라진 낭만 캠퍼스
24-11-12 10:4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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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낭만 캠퍼스
필자가 고교시절, 대학생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대학생이 되면 뭐 하고 놀까’를 늘 생각했었다. 당시 대학가요제 여파로 그룹사운드(밴드)가 유행이었는데 이를 꿈꾸기도 했었다. 이를 두고 좋게 ‘낭만’이라고 했고, 그래서 대학 캠퍼스를 ‘낭만이 가득한 캠퍼스’라고도 칭했다.
당시엔 실제로 대학생이 되면 공부를 안 했다. 만날 술 마시고 기타 치며 놀러 다녔다. 돈이 어디서 났는지, 방석집이나 대폿집은 늘 대학생들로 붐볐다.
특히 1980년 전까지만 해도 학점이 절대평가라 학점 걱정 없고, 따라서 졸업 걱정도 없었다. 심지어 어떤 교수는 시험 답안지를 선풍기로 날려서, 가까운데 떨어진 시험지부터 좋은 점수를 줬다고 했다. 시험지에 답을 많이 적으면 무겁기 때문에, 바람에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는 우스개소리였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대학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렵기 때문에, 대학 가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간다는 비판이 늘 있었다. 대학 교육이 엉터리라는 지적이다.
바로 이때 ‘대학교육 정상화 방안’가 등장했으니, 바로 1980년 신군부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대학생들이 너무 공부를 안 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등장한 방안이 ‘졸업정원제’와 ‘상대평가제’다. 입학 인원을 30% 늘이되, 졸업할 땐 30%를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평가제를 도입해 철저한 성적 관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교육의 원흉인 대학 본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와 내신으로만 전형하면서, 모든 사교육을 금지시켰다.
너무나 급작스런 조치에 학교와 학생 모두 당황했고, 재수 학원을 제외한 모든 학원은 문을 닫아야 했다. 지금 같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무시무시한 군부 독재라 가능했다.
당시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대학생들이 ‘데모’하는 걸 막으려 이런 정책을 도입했다고 비난했다. ‘대학교육 정상화 방안’과 관계없이 민주화운동(데모)은 늘어만 갔고, 졸업정원제나 상대평가제와 관계없이 모두 무사히(?) 졸업했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 대학 캠퍼스 분위기는 살벌(?)하다.
이념이나 총학생회엔 관심이 없고, 데모도 낭만도 없다. 혼자 점심을 먹는 학생들이 절반이다.
2학년 되면 벌써 취업 준비를 한다. 좋은 곳에 취업하려면 성적이 중요하니, 평소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이곳은 40여년 전만 해도 공부와 담 쌓고, ‘낭만’을 노래하던 대학 캠퍼스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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