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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 | 사과하면 홍옥?

24-09-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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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면 홍옥?

 

오늘 뉴스에 사과의 주산지가 기후 변화에 따라 대구는 이미 끝났고, 충주를 거쳐 인제 양구까지 올라갔다고 전한다.

 

사과는 제삿상에도 올라가므로 추석 때 중요한 물가지표가 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을철 과일이다. 원래 우리나라엔 사과의 조상뻘 되는 '능금'이라는 과일이 있었는데, 현대 사과는 1900년 경에 미국 선교사가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니 사과(沙果)와 능금은 비슷하지만, 이름이 다른 것 만큼 다른 종이라고 한다.

 

어쨌든 필자가 어렸을 때 대표적인 사과는 홍옥과 국광이었다. 홍옥은 연하고 달지만 시고, 국광은 작고 단단하고 시진 않지만 그리 달지도 않았다. 그래서 홍옥이 약간 비쌌다.

연두색 인도 사과도 있었는데 비싸고 달았지만 신 맛은 별로 없고 수분이 적은 편이었다. 스타킹이라고 불리던 노란색의 비싼 사과도 있었다.

 

그러다 80년 경(?) 후지사과가 등장하며, 사과계를 평정했다.

후지사과는 달고 신맛이 없으며 향기가 났다. 과즙이 부족하고 퍽퍽한 느낌이 나는 게 좀 흠이었다. 사람들은 후지에 열광했다. 졸지에 '사과'하면 '후지'였다.

이렇게 후지사과는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뭔가 부족한 걸 느끼기 시작했다.

후지사과의 단맛은 아주 단 것도 아니고, 뭔가 밋밋했다.

예로부터 '사과'하면 느끼던 그것... 바로 적당한 신맛과 과즙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에 맞게 품종개량을 하면서, 신맛과 과즙이 풍부한 여러가지 사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년 전 필자는 우연히 홍옥을 먹게 되었다.

한 입 먹는 순간 ', 이게 바로 사과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고 돌아 결국은 어릴 때 먹던 홍옥이 사과의 참맛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어릴 적 입맛 때문일 수 있겠지만)

홍옥은 색깔도 새빨갛고 반질반질 윤기가 나서, 사과의 전형적 모양이다. 옷에 쓱쓱 닦아 한입 베어 물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홍옥은 요즘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수확량이 적고 벌레도 잘 생기고 잘 무르고 보관도 힘들기 때문이란다.

 

요즘 시중의 사과는 거의 '홍로' 품종이다.

적당히 달고 신맛은 좀 적은데, 뭔가 아쉽다.

늙어서 그런가, 신맛이 좀 더 나는 사과 '홍옥'을 먹고 싶은데 파는 곳이 별로 없다.

 

한편 지금 같은 박스가 없던 당시엔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상자 즉 궤짝이란데 사과를 담았다. 그리고 완충재 겸 보온재로 살겨를 채웠다. 그래서 겨울에도 상하지 않고 오래 갔다.

하지만 살겨 속에 묻힌 사과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다. 농부나 상인들은 위에는 크고 좋은 사과를, 아랫쪽으로 갈수록 작고 후진 사과를 넣었다. 속으면서도, ‘그래 이렇게 나쁜 것도 팔아야 먹고 살아야지하며 씁쓸해 했다.

요즘은 박스는 사과나 배를 한 겹으로 배열하거나, 비닐 또는 투명 플라스틱 상자를 사용해 속일 수 없다.

 

요즘은 사과하면 겨울에 홍옥의 맛을 기대하는 군침을 삼키고, 사과 궤짝의 쌀겨 속을 손으로 뒤지며 홍옥 사과를 찾던 생각이 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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