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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제야의 종소리

24-02-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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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의 종소리


필자가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보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이었다.

매년 12월 31일이면 가족들이 모여 TV를 봤다. 필자가 어렸을 땐 ‘10대 가수쇼’에서 가수왕을 뽑는 장면을 보면서, 12시까지 TV를 시청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TV마다 제야의 종소리를 생중계했는데, 타종이 시작되면 가족끼리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 서로 덕담을 나눴다.

결혼해서도 ‘제야의 종소리’ 시청은 이어졌다. 방송사가 주최하는 각종 시상식을 보다 보면 12시가 되었고, 어김없이 타종행사를 생중계했다. 수 십년간 한 번도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건 이래저래 의미가 있었다. 새해를 맞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해의 좋지 않았던 일을 잊고, 새해의 계획을 다짐하며 가정의 평화를 기원했다. 아이들에게도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야의 종소리’ 중계방송을 보지 않게 되었다. 한번 안 보니, 지금까지도 안 본다. 한 십 년 정도 된 것 같다.

족히 40여 년 간 해 온 연례행사였는데,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부푼 새해에 별다른 기대나 계획이 없어서였을까?

타종 소리를 들으며 여러가지를 계획했는데, 성과가 시원치 않아서였을까?

한 해가 하도 빨리 가다 보니, 제야의 종소리를 너무 자주 듣는 기분이었나?

늙어가다 보니, 한 살 더 먹는 게 즐겁지 않아서?


올해 제야의 종소리도 듣지 않았다.

‘까짓 종 치거나 말거나’

내 일이 아닌, 남의 일 같다.

새해 별 새로운 계획도 없고, 그냥 조용히 건강하게 지내자는 생각일 뿐이다.


게다가 바뀐 것도 있다. 바로 나이 계산이다.

정부에서 만나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다 보니, 올해 몇 살인지 헷갈린다. 2023년이 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4년이고, 그럼 내 나이가 몇 살인가 계산해야 한다. 허~ 벌써 우리 나이로 벌써 63살이다. 어머니 연세가 몇 살 되셨는지도 계산해야 한다.


점점 ‘새해’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할 일은 줄고 세월은 빨리 가면서 생긴 현상인가 보다.


<묻는다칼럼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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