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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레슬링은 ‘쇼’다?

24-01-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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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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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은 ‘쇼’다?


1965년 고 장영철 선수가 ‘레슬링은 쇼다’라고 한 발언은 당시 우리나라 프로레슬링계는 물론 국민들 가슴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았다.

일단 그 발언의 상황을 검색해 보았다.

1960년 경 천규덕과 장영철이 (부산)남포동 밤길을 걷는데 전파상 앞에 사람이 잔뜩 모여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뭔가 가보니, 일본 방송(부산엔 일본TV가 나왔다)에 역도산 선수가 미국 선수들을 가라테로 쓰러뜨리면 일본 관중들이 ‘환장’했다. 이 둘은 프로레슬링을 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 자생적 프로레슬링의 시작이었다.


당시 거구의 선수들이 몸을 날리고 들어 메치는 장면에 국민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사실 장영철 선수는 지금 기준으론 일반인이지 거구라고 할 수는 없는 체격이었다. 다만 아마추어 레슬링을 했기에, 보다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지어준 장충체육관이 생기면서,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1965년 일본에서 맹활약하던 김일 선수가 국내로 들어오며 상황이 바뀌었다.

김일은 귀국 이후 첫 이벤트로 극동헤비급선수권전을 열었다. 장영철의 상대는 일본에서 중상급 수준으로 알려진 오쿠마였다. 그런데 오쿠마의 새우꺾기 공격에 허리를 유린당한 장영철이 비명을 내지르자, 링사이드에 있던 장영철의 제자들이 경기장에 난입해 오쿠마에게 폭행을 가했고 난장판이 벌어진 끝에 경기는 중단됐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장영철이 "프로 레슬링은 쇼"라고 발언했다는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 파동의 전말이었다.


하지만 장영철은 "프로 레슬링이 쇼"라고 직접 말한 적이 없다고 억울해 했다. 장영철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프로레슬링은 특성상 반칙이 일부 허용되지만 여기에도 어느 정도 룰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을 기자들이 '프로레슬링=쇼'라고 잘못 해석해 과장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건 하나로 장영철은 프로레슬링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잘 나가던 장영철은 졸지에 ‘배신자’ 비슷한 낙인이 찍혀버렸고, 프로레슬링계도 타격을 입었다.


사실 ‘프로레슬링을 스포츠라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은 늘 있어 왔다. 너무나 쇼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 전적(몇 전, 면 승, 몇 패)을 밝히지 않는 유일한 스포츠 아닌가 싶다. 따라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10년 전쯤 방송된 MBC TV ‘무한도전’을 보면, 프로레슬링은 완전히 쇼였다. 화려한 공격일수록 공격을 받는 사람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사전에 합을 맞췄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프로레슬링을 보면 연예인인지 레슬러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다.


반론도 있다.

레슬링 특성상 어느 정도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로프 반동을 했는데 상대 선수가 로프를 붙잡고 튀어나오지 않으면 경기가 안된다. 즉 어느 정도는 서로 맞춰 줘야, 게임이 된다는 얘기다. 즉 어느 정도의 룰에 서로 맞춰줘 가면서 경기를 한다는 의미다.


필자 생각으론 많은 경기가 사전에 맞춰진 ‘쇼’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모든 프로레슬링 경기가 ‘쇼’였을까?

그러면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패전처리 역할만 해야 하나?

경기에서 참패한 장영철이 ‘레슬링은 쇼다’라고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쇼면 이겨야지 왜 참패를 당했을까?

진검 승부에서 실력이 모자라 진 것 아닌가?


요즘 프로레슬링은 사실상 사라졌고, 생존해 있는 유명 선수들도 없다..

그러다 보니 ‘프로레슬링은 쇼’였을까 하는 의문을 풀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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