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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자지러진 보충수업시간

24-01-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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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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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러진 보충수업시간


* 100% 실제 사건임


필자가 고등학교 다닐 땐 보충수업이란 게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보충수업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학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 낭비란 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당시 교사들의 부수입을 올리려 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고교 2학년 시절의 꽤 추운 날, 겨울방학 보충수업을 위해 여느 때처럼 등교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개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왔다. 학교에 오는데 계속 따라오길래 보신탕집에 팔아먹으려고 데려왔단다. 순식간에 소문이 돌아 다른 반에서도 구경을 왔다. 개는 중형견보단 약간 큰 크기였는데, 척 봐도 어리바리하고 아무나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누군가 도시락으로 싸 온 밥을 떼어 주니 그 와중에 잘도 먹었다. 그 친구는 1교시가 끝나면 데리고 나간다며, 일단 교실 뒤에 묶어 놨다.


1교시는 영어시간이었다.

보충수업을 담당하시는 영어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경례를 위해 반장이 일어섰다. 그런데 그 반장의 구령이 좀 특이했다. 보통은 ‘차려 – 경례’ 라고 하는데, 그 반장은 “동작 그만”을 먼저 하고, ‘차려 – 경례’라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당황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도 반장이 ‘동작 그만’을 먼저하고 ‘차려’ 하는 순간, 선생님은 당연히 ‘경례’인 줄 아시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창피한 선생님은 고개를 숙인 채 갑자기 출석부를 열어 뭔가를 적으셨다.

다시 반장이 ‘동작 그만’ 한 후 ‘차려’ 하는 순간, 이 선생님은 또 고개를 숙이셨다. 또 ‘아차’ 하는데,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선생님도 고개 숙인 채 더이상 할 게 없자, 웃으시며 ‘그만해라’ 하고 넘어가셨다. 학생들은 자지러졌다.


그런데 수업을 시작하려던 선생님 눈에 이상한 게 들어 왔다.

“잰 누구니?”

바로 맨 뒤에 묶어 놓은 개를 보신 것이다. 이 개가 비어 있던 맨 뒷자리 책상에 앞발을 올려놓고 서서, 고개를 위로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얼굴 사이에 개 얼굴이 있으니 얼마나 이상했을까? 선생님께서 너무나 당황하셨나 보다. 학생들은 자지러졌다. 들킨 것도 웃기지만, 개를 보고 ‘쟤’라니...


선생님: 쟨 누구니?

학생들: 개요

선생님: 개가 여기 왜 있냐? 누가 데려왔어?

그 친구: 제가요

선생님: 학교에 개를 왜 데려 왔냐고?

그 친구: 집에 아무도 없어서, 밥이라도 챙겨 주려고요.

선생님: 그렇다고 교실에 두면 어떻게 하니? 밖에 묶어 놔라.


학생들의 자지러진 폭소 속에, 그 친구는 멍청한 개를 복도에 묶어 놔야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수업이 2분쯤 늦게 끝났다. 이미 복도엔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웅성거렸고, 개는 사라졌다. 힘 좀 쓴다는 친구가 팔아먹겠다고 데려갔단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 중 하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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