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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양키아줌마 (PX아줌마)

24-01-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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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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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아줌마 (PX아줌마)


필자가 어렸을 때 외화가 워낙 귀하다 보니 수입품이 엄청나게 비쌌다. 게다가 수입 금지 품목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제라면 사족을 못 썼다. ‘미제=무조건 좋은 상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자가 아니더라도 미제 물건 한 두 개쯤 사서 써보는 게 자랑이며 즐거움이었다.

이때 활개를 친 사람들이 ‘양키(물건)아줌마’ 또는 ‘PX아줌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대단하다)

당시 우리나라에 주둔했던 미군이나 그 가족들이 미군 부대 내의 PX에서 사 가지고 나온 미국 상품을 웃돈을 얹어 우리나라 사람에게 팔면, 그 상품이 한두 단계 거치면서 양키 아줌마에게 흘러가게 된다. 그러면 돈이 없고 구두쇠였던 필자의 어머니까지도 가끔 그 물건을 구입하셨다.


* 주공급원은 미군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들이었다. 미군 PX이므로 면세품이라 주한 미군이나 가족은 큰 부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 하지만 조직적 범죄가 아닌 한, 물건을 PX에서 사다 외부로 불법 판매한 미국인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 말이 PX지, 기지 내 PX에는 지금의 우리나라 대형 마트처럼 없는 게 없었다.


양키 아줌마는 커다란 가방에 물건을 넣어 갖고 집집마다 찾아다녔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가지고 다닐 수 없어, 대부분은 주문 판매를 했다.

하지만 엄연히 불법. 단속반에게 적발되면 갖고 있던 것 다 빼앗기고, 경찰서에 끌려가 벌금까지 물어야 했다. (가끔은 단속반이 물건만 빼앗고 그냥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이지만, 빼앗긴 물건이 어디로 갈 지는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어떤 양키아줌마는 물건을 허리춤에 차고, 그 위에 한복 치마를 풍성하게 입기도 했다. 아무리 무서운 단속반이라도, 차마 여성의 치마를 들추진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한복 입는 여성들이 꽤 있었다)


가장 인기 품목은 화장품이었다. (허쉬 초콜렛 같은 식품도 인기였지만, 잘 사는 집 아니면 언감생심이었다) 우리나라 사람과 미국인들의 피부가 다르기 때문에, 요즘 우리나라 부자들은 굳이 외국산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당시엔 국산 화장품의 질도 낮았을 뿐만아니라, 미제에 대한 환상으로 ‘콜드 크림’ 같은 미제화장품은 모든 한국 여성들의 동경이었다. 베이비 파우더 그리고 바셀린 연고(크림)도 많이 팔렸다. 남편이 원할 경우 양담배도 팔았다. (담배가 전매였던 시절이라, 양담배 팔다 걸리면 죄가 컸다)


수입 자유화 이후 양키 아줌마들은 사라졌다.

단속을 피해 억척같이 장사하며 아이들 키우던 아줌마들은 지금 잘 살아계신지 모르겠다.


<묻는다이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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