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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 | 김일 선수는 박치기가 싫다고 하셨어~

23-12-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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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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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 선수는 박치기가 싫다고 하셨어~

 

우리나라 프로레슬링 역사에서 김일 선수는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우리나라 프로레슬링은 장영철 등 국내파 선수들이 시작했지만, 전성기는 김일 선수가 활동했던 시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김일 선수는 씨름선수로 날리다가 일본으로 밀항해, 역도산 도장에서 안토니오 이노키 그리고 자이언트와 함께 3대 제자가 된다. ‘김일하면 박치기. 역도산은 김일에게 박치기를 전수해 주며, 특기로 삼으라 했다고 한다. 진짜 김일의 박치기 위력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역도산이 갑자기 사망하자, 이 세 제자가 일본 프로레슬링계를 이끌어 가게 된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의 간절한(?) 요청으로, 김일 선수는 한국으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장영철의 레슬링은 쇼다사건이 있었지만, 김일은 출중한 실력과 일본의 친분을 활용해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높여 갔다. 특히 60년대 중반에 흑백TV 시대가 열리고 장충체육관이 완공되면서,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학기 초에 가정환경조사서라는 걸 작성해 제출해야 했는데, 거기엔 반드시 집에 있는 집기 등을 표시하게 되어 있었다. 필자가 국민학교 1학년 (1969) 때만 해도, TV에 동그라미 치는 학생은 한 반(90명 정도) 5~6명이나 될까 싶었다. 그만큼 TV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만화가게에서 TV를 보던 것도 좀 지나서의 일이다.

김일 레슬링을 하는 날이면 다방에 극장식으로 좌석을 배치했고, 사람들은 열광하며 시청했다. 그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전파사 앞에 서서 구경해야 했다.

 

김일 선수는 늘 갓이나 곰방대 호랑이 같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가운을 입고 등장했다. 대부분 상대방이 반칙을 하지만, 김일 선수가 박치기로 응징하며 통쾌한 승리로 끝난다. 특히 일본 선수들이 비열한 반칙을 할 땐 관중들이 흥분하다가, 김일 선수가 온몸을 날리는 박치기 한방에 관중들은 일본에 대한 서러움까지 풀어냈다. 가끔 서양 선수들은 오프너 같은 흉기로 김일 선수의 이마를 가격해 선혈이 낭자했다. 하지만 김일은 피가 철철 흐르는 이마로 박치기를 해 상대를 응징했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승리하던 김일 선수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마저도 쇼라는 설도 있긴 하다)

 

TV 중계할 때마다 김일 선수가 박치기할 땐 아나운서는 물론 관중들까지 모두 큰소리로 박치기!”라고 한마음으로 외쳤다. 어떤 아나운서는 김일 선수의 박치기는 핵폭탄급 세계 최고의 위력라며 한때 박치기를 원자 헤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감상 박치기만 못하자 원자 헤딩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김일 선수가 코브라 트위스트넉사자 굳히기같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을 걸면 굳이 박치기를 하지 않더라도, 꼼짝없이 기권을 받아냈다. 하지만 호응이 시원치 않았는지, 얼마 후 박치기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다 김일 선수도 노쇠하고, 후원자인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데다, 미국 WWF 같은 자극적인 프로레슬링으로 인해 한국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급속히 식는다.

 

이후 김일 선수는 1989년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선수 시절 후유증 등으로 약 20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했다. 김일은 생전에 나는 정말 박치기하기가 싫었다면서 머리가 아프고 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박치기가 너무 힘들고 아파서 코브라 트위스트넉사자 굳히기같은 기술을 했지만, 통쾌한 박치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시시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고통을 참고 박치기를 다시 한 것이었다.

 

이렇게 국민들을 생각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일 선수는 세상을 떠났다.

레슬링이 쇼든 아니든, 김일은 한때 국민에게 통쾌한 선물을 주었던 영웅이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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