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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천규덕과 송학수

23-12-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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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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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규덕과 송학수


얼마 전 옛친구들과 만나 담소 중 프로레슬링의 송학수 심판 얘기가 나왔다.


필자가 어렸을 때엔 프로레슬링이 정말 인기였다. 쇼든 아니든, 프로레슬링 중계하는 날엔 온 국민들이 모여 열광했다. 특히 김일 선수가 박치기로 상대를 제압할 때면, 여기저기서 온통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픈 경기에 등장하는 일본 선수들은 대개 교묘히 반칙을 하는데, 안타깝게(?) 심판은 이를 보지 못하며 관중들의 화를 돋웠다. 하지만 반칙을 참아내던 정의의 우리 선수들이 결국 승리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당시 당수 천규덕 거인 박송남 등의 선수들이 기억난다.

그중 당수 5단이라는 천규덕 선수는 미남에 스타킹을 입고 나오는 게 캐릭터였다. 그의 당수가 얼마나 센지 링에 빨간 벽돌을 들고 나와 한방에 깨트리는 시범도 보였다. 그러자 ‘천규덕 선수가 당수 두 방이면 황소도 때려 잡는다’는 말이 있었다. 결국 어느 경기에 앞서 실제로 링 밖에 황소를 묶어 놓고 천규덕 선수가 당수로 때려잡는 시범을 보였다. (사진) 사람들은 정말 두 세방의 당수면 소가 쓰러질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빨간 벽돌을 한방에 깨던 천규덕 선수의 무시무시한 당수로 아무리 두들겨 패도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묶인 채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소가 불쌍했다.

아나운서가 처음엔 하나 둘 세더니, 수 십 대가 넘어가자 세는 걸 아예 포기했다. 목소리에 힘도 빠졌다.

천규덕 선수는 망신살이 뻗쳤다고 생각했는지, 죽어라고 당수를 날렸다. 백대가 넘어갔나...

그러자 소가 서 있기 피곤했는지 슬그머니 앉았다. (풀썩 주저앉은 게 아니다)

그제서야 천규덕 선수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양손을 들어 보였지만, 관중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한편 당시 중요 레슬링 시합에서 심판은 늘 ‘송학수 심판’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그에 대한 기록이 없다. 원래 송학수 심판도 레슬링 선수였는데, 연습인지 경기 중인지 장파열을 당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고 심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송학수 심판의 특징은 대머리였는데, 가끔 선수들 틈에서 고생하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사진- 솔직히 송학수 심판이 맞는지 정확하지 않음)

레슬링에선 상대의 양어깨가 매트에 닿은 후 심판이 세 번을 내리쳐야 이기는데, 송학수 심판은 우리 편이 이길 땐 빨리치고 질 때엔 천천히 치기도 했다. 

지금 살아 있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프로레슬링 역사에서 주연급은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감초같은 존재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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