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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노인과 버스

23-12-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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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버스


필자가 국민학교 들어갔을 때엔. 버스를 탔을 때 어른이 타시면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라고 배웠다. 지금은 어린이가 노약자에 속하지만, 당시엔 애들은 많고 어른은 적었던 시기여서 그랬나 보다. 당시 어린이들은 어디가나 환영을 못 받았고, 오히려 귀찮은 존재처럼 여겼다.


필자가 국민학교 5학년 쯤 버스를 타서 2인용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어떤 ‘어른’이 옆에 섰다. 밑에만 보고 있어서 그 ‘어른’이 양복 차림이었던 것만 보였다. 옆자리에 앉았던 중학생 형이 자리를 양보했고, 그 ‘어른’이 필자의 옆에 앉았다. 그 ‘어른’은 내게 자리를 빨리 양보하지 않았다고 약 10분간 훈계를 늘어 놓았다. 그 ‘어른’의 나이는 50세 정도로 보였다. (어릴 때 50살은 굉장히 늙어 보인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얘기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서인지 그 사건 이후 필자는 최근까지 자리 양보를 잘해왔다.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어릴 적 교육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도 환갑 진갑 지나다 보니 자리 양보가 쉽지 않다. 예전에 비해 자리 욕심도 많아졌고,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10살 정도 많은 노인에겐 자리 양보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자존심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지하철 경로석(노약자 보호석)에 앉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버스 앞쪽의 1인석에 앉아 가는데 노인이 타서 힘든 표정으로 필자 옆으로 서는 경우다. 어떤 때에는 뒤에 빈자리도 있는데 굳이 필자의 옆에 선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자리 양보를 안 하다 보니, 양보할 만해 보이는 사람 옆에 서는 걸까? 이럴 때 순간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타인에게 민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 약 20년 전 어느 날, 필자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리려고 하차문 앞에 섰다. 그리고 어떤 연세가 많으신 키 작은 할머니도 내 옆에 섰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좀 흔들렸다. 그 순간 할머니는 “어구구구....” 소리와 함께 비틀거리시면서, 본능적으로 무엇이라도 잡으려고 손을 허우적거리셨다. 그런데 손으로 잡으려 한 게 옆에 서 있던 필자였고, 그 곳이 하필이면 바로 필자의 주요 부위였다. 필자가 피하거나 손을 뿌리치면, 그 할머니는 쓰러질 것이고, 잡히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찰나지만 많은 고민 끝에 피하지 않고, 필자의 주요 부위를 훑던 할머니의 손을 잡아 드렸다. 쓰러지는 걸 면했지만, 그 할머니는 고맙단 얘기도 없었고, 필자에겐 약간의 고통이 남았다.


‘그 정도 노인이 되면 외출도 자제하고, 민폐 끼치게 되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택시를 타고 다닐만 한 돈을 모아놔야 가능한 일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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