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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바른생활과 반공도덕

23-12-0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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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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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과 반공도덕


필자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바른생활’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국산사자음미실바’라고 하는 과목 중 맨 마지막 과목이었다.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 규범과 도덕을 가르치는데 목적이 있었다. 바른생활은 너무나 올바른(?) 내용만 있어서 시험을 보면 100점 짜리가 수두룩했다. 요즘도 법과 규범을 잘 지키는 사람을 ‘바른생활 사나이’ 등으로 칭하는 걸 보면, 바른생활이란 과목의 힘이 꽤 대단했나 보다.


그런데 어느 경우엔 바른생활 대신 ‘반공도덕’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바른생활은 도덕인데 앞에 ‘반공’이 더 붙은 것이다.

당시엔 반공 방첩 승공 등의 단어가 생활화되었다. 왼쪽 가슴에 이런 표찰을 붙이고 다니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학교에서도 북한이 얼마나 악랄하고 나쁜 지에 대해 가르쳤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천리마 운동’ ‘새벽별 보기 운동’ 같은 걸 강요하면서 노동력을 수탈하고 있다고 배웠다. 북한 사람들이 참 불쌍하게 느껴졌다.

반공 포스터엔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달려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런 게 하도 많다 보니, 정말 뿔 딸린 나쁜 사람처럼 세뇌되었다. 하지만 이후 ‘남북이산가족상봉’에 나타난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었다. 북한 역시 비슷하게 선전하고 세뇌하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특히 ‘간첩 신고’에 대해 강조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자주 간첩 식별법에 대해 배웠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을 비방한다’ 거나 ‘밤에 몰래 라디오를 듣는다’ 혹은 ‘담배값을 모른다’ 같은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신고해 ‘간첩을 잡으면’ 엄청난 포상금을 준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정작 신고 당해 잡혀간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초를 겪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당시 간첩 신고는 반공 교육과 함께 국민들이 서로를 감시하게 하려는 정부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식의 ‘반공도덕’이 진정 ‘바른생활’이라니, 정말 어이없을 뿐이다.

하지만 당시엔 냉전 시대의 참혹했던 현실이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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