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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주산과 주판은 어디로?

23-11-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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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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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과 주판은 어디로?


지난 번 계산기 얘기를 올리고 나니 문득 주판 생각이 떠올랐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주산은 교육 과정이었다. 선생님이 커다란 주산을 칠판에 걸어 놓고 가르치고, 학생들은 주판 하나씩 준비해 와 실습을 했다. 필자도 주산 수련장을 사서 풀어본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땐 필자의 누나가 쓰던 주판을 뒤집어 발로 타고 밀고 다니려다 야단 맞은 기억도 있다. 주판이 지금의 롤러스케이트처럼 잘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필자의 누나가 쓰던 주판은 나무알이었다. 틩기는 촉감이 좋았다. 주판엔 위층 한 줄 아랫층에 다섯 줄로 주판알이 있었는데, 사실 맨 아래인 다섯번 째 주판알은 사용할 일이 없었다. 위층 하나가 5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주판알이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아랫층 주판알이 4개로 줄어든 제품으로 대체되었다. 왠지 손 느낌도 안 좋고, 허전해 보였다.


주산학원도 인기였다. 주산을 배우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소문이 퍼져서, 주산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가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그러면 당연히 급수를 따게 되고, 주산학원은 늘어갔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넣기를, 00000원이요 *****원이요...”라며 불러주는 숫자를 주판으로 계산하는 시험과목도 있었다.


당시엔 계산기가 없을 때여서, 상업계열에선 주산이 필수였다. 특히 상고에 진학하거나 취업하기 위해선 주산 급수를 따야 했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주판을 사용했고, 특히 회계 담당부서에선 주산하는 직원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전산이라곤 없는 시기여서, 회계 경리 부서엔 직원이 많았고 그들은 열심히 주판알을 틩겼다.


주산은 9단이 최고였는데, 가끔 방송에 나와 암산을 시범보이기도 했다.

한번은 출연자가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기억되는데, 그 여성이 세계암산대회 우승자라고 소개했다. 당시엔 어떤 분야든 세계대회 우승자라고 하면, 국위 선양을 했다고 큰 환대를 받을 때였다. 그때마다 ‘역시 한국사람들은 머리가 좋아’라고 자화자찬했다. (어린 마음에 ‘머리가 좋은데 왜 이렇게 못 살아’라는 근원적 의문이 들었다)


암산 시범 방식은 이랬다. 큰 종이에 수십 자리의 숫자를 수십 줄 적어 놓은 문제지를 걸면, 세계암산대회 우승자인 주산 9단이 눈으로 대충(?) 훑어보고는 금세 답을 적었다. 물론 정답이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읽는 시간보다도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나중엔 세계 어딘가에서 계산기 대표선수와 주산 대표선수가 맞붙어 주산 선수가 이겼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만큼 주산이 우수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게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교구용으로 주판을 판매하지만, 실제 주판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많던 주산학원도 안 보인다.


주산을 시작할 때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가운데 막대기를 훑어서 주판알을 위와 아래로 옮겨 놓고, 똑딱 소리를 내며 주판알을 틩기다가 끝나면 주판을 흔들며 털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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