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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홍범도와 이승복

23-10-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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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와 이승복


최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를 놓고 누군가 이렇게 얘기했다. “(홍범도 장군) 내가 언제 흉상 만들어 달라고 했더냐?”

비슷한 사건이 생각났다. 바로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다.


보도에 의하면 1968년 10월 울진/삼척지구 해상으로 침투한 북한의 무장간첩 중 잔당 5명이 추격을 피해 북으로 도주하다, 12월 9일 밤 11시 강원도 평창군 노동리 계방산 중턱 이승복의 초가집에 침입했다. 무장간첩들은 가족 5명을 안방에 몰아넣은 채 "남조선(남한)이 좋으냐, 북조선(북한)이 좋으냐"고 질문하며 북한 체제선전을 하자,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답했다. 이 말에 격분한 간첩들이 이승복과 가족들을 끌고 나갔다. 이들은 먼저 모친 주씨의 머리를 벽돌만한 돌덩이로 쳐서 죽였다. 뒤이어 이승복 본인도 공비들의 양 손가락에 입을 찢기고 돌까지 맞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동생 승수와 승자도 같이 살해되어 퇴비더미에 묻히고 말았다. (살아남은 가족들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을 접한 정부는 이승복 어린이를 ‘반공 소년’ 내지 ‘영웅’으로 만들었다.

“무장 공비의 총칼 앞에서도 이승복 어린이는 당당하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무참하게 죽어 갔습니다. 이 연사 이렇게 외칩니다.....”라는 식의 웅변대회를 학교는 물론 단체에서도 개최했다. 교과서에도 실리고 만화나 영화로 제작되어 배포되었다.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여기저기 세워졌고, 기념관(사진)도 설립되었다. 학생들은 기념관을 참배하는 게 ‘반공 교육의 코스’이기도 했다.


(이후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 조작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 상 사실인 것 같다)


무장 공비들이 얼마나 사상에 광신도적이었고,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거꾸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 역시 주입식 반공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체제 강화를 위해 이승복 어린이를 영웅으로 미화하고, 어린 고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던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언제 동상이나 기념관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이승복 어린이는 하늘에서 조용히 있고 싶을지 모른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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