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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민간이 쌓아 올린 국격을 관(官)이 허물고

23-09-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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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쌓아 올린 국격을 관(官)이 허물고


필자가 초등학교 3 또는 4학년 초에 보이스카우트 복장을 입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다. 그 선생님은 스카우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입단을 권유했다. 필자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어머니께 보이스카우트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언감생심이었다. 당시엔 잘사는 집안에서나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알게된 게 스카우트의 경례와 구호다. 세 손가락만 펴서 경례하고 구호는 ‘준비’였다. (지금도 구호가 같은지는 모르겠다)

당시엔 ‘구호가 왜 준비일까’라고 생각했었다. 당시엔 충성 멸공 필승 승리(Victory) 처럼 강력한 느낌의 구호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구호가 ‘준비’인 이유를 알게 된 건 50년이나 지나서다.


지금 열리고 있는 ‘세계잼버리대회’를 보니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금쪽같은 자식들(청소년)과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 11박 12일 동안이나 야영을 하라고 했다. 계획했던 거의 모든 행사가 ‘준비’ 부족으로 취소됐다. 영국이나 미국 등의 스카우트들은 철수해 버렸다. 스카우트의 기본 정신도 모르는 사람들이 잼보리 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한 결과다.


한류 혹은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청소년들은 그런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세계잼보리대회에 부푼 희망을 안고 참가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일 인당 6,500불(약850만원)의 거금을 내는 등, 참가자들은 각자 상당 비용을 지불했다. 그런데 나무도 거의 없고 편의시설도 아주 부족한 뙤약볕 황무지에서 생존 게임에 내몰렸다. 국격은 곤두박질치고,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류 또는 K-콘텐츠의 힘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게까지 정부가 앞장서 한 일은 사실상 일도 없다. 모두 민간 예술인들과 기업들이 열심히 한 결과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악용하려다 오히려 이번 세계잼보리대회 경우처럼 국격을 오히려 깎아 먹고 있다. 복더위에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국격에 맞게 그리고 청소년들의 희망을 짓밟지 않도록, 과도하다 할 만큼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


약 10개월 전 국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은 세계잼보리대회 준비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개최지를 방문해 한 번만 제대로 점검하고 대비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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