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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술 권했던 ‘섬머 타임’ 제도

23-09-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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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했던 ‘섬머 타임’ 제도


지난 주 수요일(6월 21일)이 하지였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오후 5시 반 정도부터 회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또 당연하게(?) 호프집으로 가서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창밖에 해가 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8시가 넘으면서 좀 어둑해지기 시작했지만, 8시 반쯤 자리를 나설 때도 완전히 어둡지 않았다.


그러니 이게 왠일이람?

술 마시고 얼굴은 벌거니, 훤한 대낮에 낮술 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과거 ‘섬머 타임’ 제도가 생각났다. (모두 알다시피 하절기에 시간을 인위적으로 한 시간 당기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선 제24회 올림픽경기대회(서울올림픽)를 계기로 1987∼1988년 동안 실시되었다가 1989년 다시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선진국에선 다 한다’ 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해야 한다’ 내지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는 식으로 홍보했었다. 하지만 사실은 올림픽 때 미주와 유럽의 시청자들을 위해 시차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폐지되었다.


바로 그 88년 여름 어느 날에도, 어김없이(?) 6시 퇴근하자마자 주당들과 함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2차로 당연히(?) 호프집을 갔다. 실컷 잘 마시고 저녁 8시도 한참 넘어서 나왔데, 그만 해가 쨍쨍했다. 당시 당황했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나라가 졸지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건지, 아니면 북유럽의 ‘백야’ 현상인지 헷갈렸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느낌이어서 할 수 없이(?) 3차로 향했다. ‘술 마시고 얼굴 벌게서 다니기 창피하다’는 이유(사실은 핑계)였다. 다음날 아침, 아주 힘들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진국이라고 다 섬머 타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행하다가 부작용이나 불편으로 폐지한 나라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밤이 늦다 보니, 잠을 못 잔다거나 하는 등의 부작용들이 나타났었다.


속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 번쯤 경험해 본 것도 꼭 나쁘진 않다는 느낌도 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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