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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아저씨가 ‘이놈’ 한다!

23-06-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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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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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이놈’ 한다!


어제 석촌호수를 걷다가 귀에 확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앞에 70대 할머니와 손자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가도 있었다.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떼를 썼는지, 할머니가 갑자기 “(너 자꾸 말 안 들으면 또는 떼를 쓰면) 아저씨가 ‘이놈’ 한다”

짜증이 나면서도, 순간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에 엄마나 할머니들은 위와 같은 경우에 이런 말을 자주 썼다.

엄마나 할머니가 아이에게 “너 말 안 들어서 엄마는 같이 못 살겠다”라며,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아저씨 얘 좀 데려가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가끔 친절한(?) 아저씨는 “그래 나랑 같이 가서 살자”라며 아이의 손을 잡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는 겁에 질려 울면서 엄마나 할머니 뒤에 숨곤 했다.

그러면 아저씨는 “엄마 말 잘들어야 돼”라고 교훈(?)을 주곤 지나갔다.


심지어 지나가던 경찰관에게 “경찰 아저씨, 얘 좀 잡아가 주세요,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안 되겠어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은 경찰이 무서운 사람이란 건 안다. 가끔 친절한(?) 경찰관이 아이에게 “너 자꾸 엄마 말 안 들으면 경찰서 데려간다”라고 호응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아이는 당연히 기겁했다.


필자도 이런 경우를 당했는지 기억은 없다. 그런 경우가 없었는지, 있었는데 기억을 못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가족의 협박을 볼 때마다 정말 불쾌하게 느꼈다.

필자가 대학생 때 교련복을 입고 길을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나에게 어떤 아이를 가리키며, “아저씨 얘한테 ‘이놈’ 하고 야단 좀 쳐주세요”하는 게 아닌가? 필자는 그렇지 않아도 이런 걸 싫어하는데다, 하도 당황스럽고 황당해서 “제가 왜요?” 하며 자리를 급히 피해 간 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지나던 사람이 엿장수나 군인이나 가리질 않았다. 집에 찾아 온 엿장수에게 “얘 강냉이랑 바꿔줄테니 데려가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봤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서적 아동 학대다.

그런데 당시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웬만한 아동 학대는 그러려니 했기 때문이다. 키우는 자녀 수가 많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힘들다 보니, 애들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식은 효과는 빠를지언정, 아이들의 가슴에 깊이 남을 수 있는 상처를 줄 수 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줄다 보니, 이런 학대(?)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요즘도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협박을 쉽게 하는 할머니를 보니, 기분이 영 찜찜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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