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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버리는 게 없었던 귤

23-06-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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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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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게 없었던 귤


어제 저녁에 귤을 하나 까먹었다. (사과나 배를 굳이 ‘깎아 먹었다’고 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귤이나 바나나의 경우 굳이 ‘까먹는다’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천혜향 품종인데 탱탱하면서도 겉껍질이나 속껍질 모두 얇고, 달콤새콤하면서 과즙도 많아 정말 맛있는 과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까 놓은 껍질을 보니 또 어릴 적 생각이 났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귤은 사과나 배에 비해 귀한 과일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귤나무 종자를 들여왔다는 얘기가 있었다.(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국산 귤은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만 났는데, ‘귤나무 하나면 자식 대학교 보낸다’라고 할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맛은 별로였다. 지금에 비교하면 아주 시고 단맛은 적었다.

당시엔 또 ‘미깡(아마 밀감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싶다)’이란 게 있었는데, 귤보다 크고 지금의 한라봉처럼 투박하게 생겼다. 하지만 껄질도 두껍고 맛은 귤보다도 더 셨다. 당시엔 피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얼굴이 미깡 껍질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어쨌든 귀한 귤을 먹고 나면 그 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귤꼅질엔 작은 알갱이들이 박혀 있는데, 껍질을 접으면 알갱이들이 톡톡 터지며 즙이 나왔다. 그러면 그걸 ‘비타민C’라면서 손이나 얼굴에 문지르고 발랐다. 향도 좋았다.

또 귤껍질을 모아 차를 끓여 마시기도 했다. 귤껍질차는 귤향이 은은하면서 풍미가 있어, 귤 대신에 좋아라 마셨다. 이렇게 귤은 버리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귤껍질을 모아 차로 마시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워낙 마실 차 종류가 많은데다, 농약이 걱정되기도 해서다. 언젠가 전문가가 방송에 출연해 귤껍질차가 아주 좋은 것이라며 농약이 수용성이어서 흐르는 물에 잘 씻으면 괜찮다고 했지만, 왠지 찝찝해서 귤껍질차 인기는 최근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금도 귤껍질로 만든 차를 판다.


어제 먹고 남은 귤껍질을 버리려고 하니 옛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껍질을 톡톡 터트려 손과 얼굴에 발라 보았다. 평소에 귤을 먹고 나면 아무 생각없이 귤 껍질을 버리온 걸 생각하니, 아까우면서도 괜히 죄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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