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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책가방 받아주던 시절

22-10-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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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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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받아주던 시절


어제 사무실에 출근하고 의자에 앉았는데 바지의 허벅지 부분에 먼지 같은 게 묻었다. 물티슈로 닦아도 잘 안 지워졌다. 이게 뭔가 하고 생각해봤더니, 필자의 배낭을 무릎 위에 올려 놓은데서 묻은 것 같았다.

순간 필자 어렸을 때 가방 받아주던 장면이 생각났다. (또 ‘라떼’ 얘기임)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사물함같은 게 없었고, 급식도 없었다.

따라서 등교할 때 필요한 모든 짐을 다 싸 가지고 다녀야 했다.

공부에 필요한 교과서와 공책은 물론 참고서와 연습장, 그리고 도시락이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벤또’라는 일본말을 더 많이 썼다) 게다가 체육시간이 있으면 체육복과 운동화 그리고 실내화까지 모두 싸가지고 다녔다.


그러니 얼마나 무거웠을까?

체구가 비교적 작은 중학교 1~2학년 여학생들은 자기 몸 만한 가방을 낑낑거리며 간신히 들고 다니기도 했다. 좀 무거울 땐 아마도 7~8kg 정도는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고3쯤 되면 그 무거운 걸 들고 뛰어다니기도 했으니, 당시 학생들 체력이 지금 학생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등하교를 위해 버스를 이용했다.

당시엔 학생들은 버스에 빈 자리가 나도 감히 앉을 생각을 못했다. 어려서부터 어른께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대신 자리에 앉은 어른들은 학생의 가방을 받아 자신의 무릎 위 (정확하게는 허벅지)에 놀려놔 줬다. 그게 당시의 아름다운(?) 문화였다. 남자 어른들은 때론 두 개도 받아 줬다. 그런데 말이 쉽지, 가방 두 개를 올려놓으면 차라리 서서 가고 싶을 정도로 무거웠다.


문제는 가방 밑에 묻는 때나 먼지 같은 것이었다.

꼼꼼한 여학생은 휴지나 손수건으로 닦아 건네기도 했지만, 필자는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맡겼다. 가방이 떠나고 난 허벅지엔 영락없이 지저분한 자국이 남았다.

아주 간혹 도시락이나 김치병에서 국물이 흐르는 최악의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그걸 나무라는 어른은 없었던 것 같다.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살던, 인정 많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에어컨도 없는 만원 버스 내부에 유일한 냉방시설은 천장의 환기구였다. 머리 위에서 바람이 불어 그나마 더위를 식혀 줬다. 하지만 비 오는 날엔 그도 못 열어서 냄새와 습기와 열기가 꽉 찼다. 그 속에서도 친구끼리 낄낄거리며 떠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장난치더라도, 내릴 때면 ‘고맙습니다’ 인사하며 맡겨 놓은 가방을 들고 내리던 중고교시절이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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