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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위문편지 이야기 - ② 그래도 역할을 했다

22-03-3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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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편지 이야기 - ② 그래도 역할을 했다


50~60년대 군대는 정말 춥고 배고픈 곳이었다. 하도 배가 고파 무를 뽑고 난 밭에 부러진 무 조각도 좋아라 주워 먹을 정도였다. 게다가 군기는 엄청나게 강했다. 말이 군기지 만날 두들겨 맞았다. 지금은 ‘가혹행위’라고 하지만 필자가 군에 이을 때만 해도 ‘구타 금지’가 표어처럼 있었다.

물론 구타를 하는데도 나름 이유도 있었고, 구타가 좋아서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여름이면 밤에 속옷만 입혀 밖에 세워 놓고 ‘모기 회식’을 한다거나, 겨울에 찬물 속에 뛰어들게 하는 건 단순히 군기 차원은 아닌 것 같다.


60년대까지만 해도 군 내무반엔 TV가 없었다. (일반 가정에도 잘 사는 집만 있었다)

그런데 혈기가 넘치는 20대 남성들만 있는데 즐길 거리가 없었다. 그러니 딴 생각 못하게 괴롭히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며 즐거움으로 삼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나마 유일한(?) 즐거움은 위문편지였다. 필자가 어렸을 때 그렇게 쓰기 싫었던 위문편지가, 고생하는 군인 아저씨들에겐 작은 ‘위문’이 되었다.


70대 후반부터 군대 내 배식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초에는 모든 내부반에 칼라TV와 VTR(비디오 플레이어)이 설치되었다. 보고 싶은 여성 가수나 탤런트도 보고, 영화도 빌려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 이후 구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군대 내에서 구타가 사라진 건 군 사병들의 의식 향상이 가장 큰 이유지만, 즐거움을 주는 ‘오락 거리’도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더 재미있는 게 있는데, 굳이 즐겁기 위해 남을 괴롭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후 강제로 쓰는 위문편지의 인기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이 쓰는 편지나 읽어볼 뿐, 남학생들의 편지는 찬밥신세였다.

결국 언제부터인가 강제로 쓰는 위문편지가 사라졌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쓰는 ‘위문’의 효용성이 줄고, 국군장병아저씨들도 위문편지보다 TV나 비디오에서 더 즐거움을 얻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흔히 어떤 역사적 사건을 볼 때, 지금이 아닌 당시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때 위문편지는 아무런 즐거움 없이 고생하는 군인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의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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