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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지긋지긋하게 많았던 성금

22-01-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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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하게 많았던 성금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에는 22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도합 8억 원이 넘는 기부천사가 있다. 이름도 얼굴도 전화번호도 모른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약 7천만원의 현금을 놓고 사라졌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예계나 스포츠 스타들 중에도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땐(또 ‘라떼’ 얘기다) 기부란 말은 사실상 없었다. 외국에서나 있는 말이었다. 어린 마음에 ‘기부를 왜 하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필자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지긋지긋하게 ‘성금’을 거뒀다.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야 했다. 당시엔 정말 못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작 본인이 불우이웃인데도 성금을 내야 했다. 사실상 반 강제적이었다.


성금은 ‘불우이웃돕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홍수가 나면 ‘수재민 돕기’ 성금을 거뒀다. 태풍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이재민 돕기’ 성금도 거뒀다.

어느 해인가 가뭄이 심하자 농촌에 ‘양수기 보내기’ 성금을 모금했는데, 양수기를 보급할 때쯤 홍수가 나서 거꾸로 물을 퍼내는데 그 양수기를 사용한 적도 있었다,


학교에서 학생은 물론 기업에서도 성금을 내야 했다. 사실상 준조세였다.

성금은 주로 방송이나 신문사를 통해 모금했다. 방송의 경우 9시 뉴스 말미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입니다’라며 액수에 따라 차례대로 줄줄이 읽어줬다. 신문에도 액수가 크면 1면에 살렸다. 정부는 뒤에서 학교나 기업 단체에 대고 어느 방송 또는 신문사에 내라고 지시를 하며 분배했다.

 

성금의 백미는 ‘평화의댐’ 건설 성금이었다.

1986년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하는데, 그 물의 양이 어마어마해 한 번에 터트리면 수도 서울을 물바다로 만드는 수공(水攻)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 대응 댐으로 당시 6,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공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극민들에게 불안감 조성과 애국심에 호소하며, 어마어마한 성금을 거뒀다. 당대 최고의 가수 조용필은 평화의댐 성금 모금을 위해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해야 했다. 진짜 필요한 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 댐은 잊혀져 갔다.


지금은 강제적 성금은 없다.

그나저나 과거에 이렇게 많은 성금을 내왔는데,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불우 이웃’ 등 진짜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쓰였는지, 중간에 줄줄 새면서 ‘잘사는 이웃’의 주머니만 채워 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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