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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버스 탈 땐 “안녕하세요”

21-08-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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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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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때엔 지하철이 없던 시절이라 버스는 정말 만원이었다. 당시엔 안내양이 있었는데, 승객이 삐져나올 정도로 승객이 많아서 안내양이 맨 뒤에서 버스 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몸으로 승객을 쑤셔 넣었다. 엄청난 힘이 필요했다. 이럴 때 버스 기사가 살짝 버스 방향을 틀어 사람들을 문 반대쪽으로 쏠리게 하면, 그 때 안내양이 문안으로 들어오면서 버스문을 닫았다. 묘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끔 안내양이 버스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 와중에 안내양은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귀신같이 차비도 계산해야 했다. 


승객이 오죽 많으면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는 중학생 시절, 가방이 사람들 속에 박혀 안 빠지는 것을 억지로 잡아 빼려다 가방의 손잡이가 빠져버린 경우도 있었다.


질서라는 걸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버스가 도착하면 서로 먼저 타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또한 당시의 버스 기사들에게 친절이란 단어는 없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가는데, 버스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운전기사 옆까지 뛰어간 적도 있었다. 그만큼 난폭운전이 심했다.

버스에는 엄연히 금연이라고 쓰여 있지만, 버스 기사부터 담배를 피웠다. 시외버스에는 아예 재떨이도 달려 있었다.


결정적으로 버스 타기가 좋아진 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시행하면서부터다.

일반 도로는 꽉 막혀 있는 가운데 버스가 전용차로로 쭉쭉 빠져나갈 때엔 묘한 쾌감도 든다. MB가 서울시장 시절,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다. 서울시장을 잘해서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을 시켜줬는데, 최악의 대통령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어쨌든 현재 시내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버스들이 한 줄로 줄줄이 운행하는 형태라 과속이나 추월 또는 무정차 등 난폭운전을 할 수 없다. 요즘은 버스기사들도 친절하고 운전도 조심스럽게 한다. 특히 노인들이 타면 의자에 앉거나 손잡이를 꼭 잡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다.


정류장의 시설도 좋아졌다. 정류장과 버스 안에선 와이파이도 되고, 저상버스가 늘면서 승하차가 더욱 편리해졌다.

그런데도 버스 요금은 런던의 반밖에 안 된다. 게다가 갈아타면 환승 할인도 된다. 전세계 대도시 중 가성비 최고다.


언젠가 버스를 타는데 버스 기사가 “안녕하세요” 또는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필자는 난생 처음이라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요즘엔 아예 버스를 탈 때 필자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필자처럼 인사하는 승객도 많이 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버스를 이용하는 데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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