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명소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22-01-03 09:26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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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은 호랑이해 그 중에서도 ’검은 호랑이해‘라고 한다. 호랑이해를 맞을 때마다 흔히 ‘호랑이의 용맹함으로 액을 물리쳐 좋은 해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한다.
그런데 옛날엔 호랑이 때문에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많았나 보다. 그래서 호환(虎患)이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하긴 서울 인왕산에도 호랑이가 살았다니, 사람들이 호랑이를 마주치는 일이 많았고 사고도 자주 일어났을 테니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할머니들이 아기를 달랠 때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협박(?)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간혹 일본 순사가 잡아간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게다가 동화책을 보면 호랑이가 무섭고 나쁜 존재로 등장하기도 해서, 본 적이 없어도, 호랑이는 마냥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호환‘ 또는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말은 이미 백년전에 사라졌어야 하는 말이다. 1920년대 초에 사실상 남한에선 호랑이가 멸종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일본에는 없는 호랑이 사냥을 재미로 즐긴 결과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사라진 호환이란 말이 중국에서 다시 등장했다. 백두산 근처 중국 지린성 훈춘에선 세계적인 멸종위기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보호해 온 결과 개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어떤 할머니는 호랑이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호환‘이다. 호랑이 개체수가 늘어 반갑기도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호환이란 말을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된 건 의외의 곳에서다. 바로 비디오 맨 앞부분에 불법 비디오 근절과 건전비디오 캠페인에 등장하면서 부터다. ’호환 마마(천연두)보다 무서운 불법 비디오‘라는 내용의 말과, 어린 아기를 물고 가는 호랑이 동영상이 나왔다. 지금은 비디오가 사라졌지만. 이전까지 비디오를 수 십년 간 보아 온 국민들은 그 장면을 외우다시피 했다.
이렇듯 정부가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고 공인한(?) 것은 바로 ’불법비디오‘다.
불법비디오는 심의를 받지 않은 비디오로, 지금으로 치면 ’n번방 동영상‘ 정도 될 것이다. (당시의 심의엔 사상적 내용도 포함되어 지금의 심의 개념과 좀 다르지만, 이 정도로 넘어가자)
하지만 불법 비디오 캠페인에 사실상 있지도 않은 호환 즉 호랑이를 나쁜 존재로 부각시킨 캠페인이 영 마뜩치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랑이를 무섭지만, 영물로 친근하게 여기는 생각도 있다. 오죽하면 올림픽을 개최할 때마다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정했을까?
그런데 호랑이를 멸종시킨 것도 사람이고, 마마(천연두)를 사라지게 한 것도 사람이다.
불법 비디오(동영상)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므로, 결국은 세상에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호환은 이제 ’비디오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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