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여름철 불량식품
24-09-13 10:16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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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불량식품
필자가 어렸을 때엔 '불량식품'이 참 많았다. 특히 여름철에 많았다.
위생적으로 생산되지 않은 식품은 죄다 불량식품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위생적'이란 단어가 참 모호했다. 당시엔 '위생적'이란 말은 '대규모 공장에서 만든, 즉 메이커 있는 제품'이란 것과 동일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은 떡볶이까지도 불량식품이라며 사 먹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지금 생각하면 좀 과한 얘기다.
하지만 '위생적'인 식품은 비싸서 쉽게 사 먹을 수 없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 기억으론 '우량식품'인 삼강하드가 5원이었고 '불량식품'인 아이스께끼가 1원이었으니, 그 차이가 엄청 컸다.
여름이면 어디 가나 빙수를 팔았다. 커다란 얼음을 넣고 기계를 손으로 돌리면 얼음이 눈처럼 쏟아졌다. 그릇을 받쳐 놓고 얼음을 갈고 나선, 눈 같은 얼음에 빨간색 시럽을 뿌려주는 게 다였다. (나중에는 미숫가루를 넣어 줬다)
하지만 차갑고 시원달콤한 빙수 한 숟가락을 입에 담으면,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런데 그 얼음이 문제였다. 정부에선 수돗물을 사용하라며 단속했으니, 그 얼음은 무슨 물로 만든 거란 말인가? 수돗물보다 더 싼 물? 지금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엔 지하수나 한강물을 그냥 썼단 말인가 보다. 어쨌든 빙수도 당연히 불량식품이었다.
빙수와 함께 여름이면 등장하는 식품이 '냉차'다. 냉차는 대개 미숫가루로 만들었는데, 가끔은 식혜(단술, 감주)를 팔기도 했다.
필자가 중학교 때 높은 고개를 넘어 등하교를 했다. 7월 언젠가 너무 더워 냉차를 한번 사 마셨는데, 얼마나 차갑고 시원했는지 그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냉차 역시 불량식품이었다.
냉장고도 없이 ‘불량식품’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았다. 어느 여름 날 아침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걸 목격했다. 드럼통 같이 큰 통 안에 얼음을 채우고, 아이스크림 재료가 들은 것으로 보이는 통을 얼음안에서 돌리면서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러면 그 안에 내용물이 아이스크림으로 변하나 보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얼음이라야 0도인데, 그걸로 아이스크림으로 얼릴 수 있나’ 하는 점이었다. 어머니께서 “얼음에 소금을 섞으면 온도가 더 내려간다”고 설명해 주셨다.
어릴 적엔 '불량식품'을 자주 먹고 살았지만, 실제 탈이 난 적은 없었다.
이런 불량식품은 대기업들의 진출 즉 '우량식품'이 등장하며 사라졌다.
1970년 해태가 부라보콘을 출시했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연이어 누가바와 훼미리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 훼미리아이스크림은 작은 용기에 들었고 작은 일회용 나무 숫가락으로 떠 먹는 형태다. 그런 것도 신기했지만, 훼미리아이스크림 광고에 "꿈에도 못 잊을 맛"이라고 했는데, 처음 딱 입에 넣는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런 맛이 있었나 싶으면서, 정말 꿈에도 못 잊겠다 싶었다.
나이가 들고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니, 요즘 필자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깔끔한', 사실은 어릴 때 먹던 불량식품인 '아이스께끼'나 '빙수'와 비슷한 제품이다.
'불량식품' 즉 나쁜 맛에 근이 박혔는지, 아직도 향수가 있나 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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