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국민 간식(?) ‘호빵’
22-03-11 09:0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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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간식(?) ‘호빵’
필자가 자주 찾는 송파구 석촌호수엔 송파구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있다. 이름하여 ‘송송’과 ‘파파’다. 얼마 전 겨울에 맞게 디자인을 약간 바꿨다. 그런데 ‘송송’이 들고 있는 게 뭔가 자세히 보니 바로 호빵이었다. (또 ‘라떼’얘기다)
호빵은 크림빵으로 유명한 삼립식품이 1971년 10월에 출시했다. 출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까지 60억 개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년 이상의 성인 중 호빵을 안 먹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가히 ‘국민 간식’이라 할 만하다.
출시 당시 1개당 20원이었는데 다른 빵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추운 겨울에 ‘호호 불며’ 먹어서 호빵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어쨌든 당시 어린 마음에 호빵은 참 맛있었다. 호빵은 밑에 붙어 있는 종이를 떼어 내고 먹는데, 그 종이 붙은 호빵이 아까워 이빨로 긁어 먹던 기억이 난다.
호빵을 크게 유행시킨 데에는 호빵 찌는 기계도 한몫했다. 가게마다 투명한 원통형 찐빵기계가 들어섰고, 그 안에선 3~4층으로 된 선반 위에 찐빵이 쪄지고 있었다. 수증기가 모락모락 나는 게 참 신기했다. 그 아래 쪽엔 보이진 않지만 연탄이 있었다. 지금은 찜통을 보기 힘들고, 전기로 가동하면서 크기도 작아졌다.
당시엔 동네 어귀마다 찐빵과 만두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추운 겨울에 찐빵이나 만두를 찌고 나서, 가마솥 뚜껑을 열 때 나오는 수증기와 냄새는 어린 마음에 참 좋았다.
그런데 공업화 기계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동네 가게에서 수제로 만든 것보다 대기업에서 기계로 만든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거기엔 신기함도 있었지만 위생도 한몫 했을리라 생각한다. 당시 식당이나 찐빵 가게의 위생은 그리 믿음이 가지 않았다.
호빵은 국어사전엔 없지만, 사실상 보통명사가 되었다. 삼립식품이 초기에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브랜드의 호빵이 나오고 있고 호빵맨까지 출연한 것 보면 이젠 일반 명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겨울이면 으레 호빵이 생각나는 계절이 되었다. 오죽하면 송파구의 캐릭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먹고 있겠는가?
먹을 게 많아진 지금 호빵은 예전처럼 인기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필자의 아내는 호빵을 아침식사 대용으로 자주 먹는다. 그리고 경쟁력이 있는 찐빵가게는 아직도 존재한다.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이젠 호빵과 찐빵이 공존하는 시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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