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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연탄’하면 떠오르는 - ① 연탄재

22-04-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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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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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하면 떠오르는 - ① 연탄재


필자가 오후에 자주 찾는 곳이 인현시장이다. 사무실에서도 가깝고 비교적 식사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연탄 기부 배너를 보게 되었다. (사진 참조) 요즘 연탄 한 장에 800원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불현듯 어렸을 때 연탄 생각이 났다. (또 ‘라떼’ 얘기임)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가정이 연탄을 땠다. 연탄으로 요리도 하고, 겨울에 방도 덥혔다. 보통 연탄을 사용하는 온돌식이었다. 당시엔 기름값이 워낙 비쌌고, 도시가스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일러가 있어도 대개 연탄 보일러였다.

그런데 연탄을 사용하는 게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연탄은 부피가 커서 광(창고) 같은 공간이 있어야 했다. 물에 약해서 비를 맞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12월 초 쯤 김장과 함께, 연탄을 100장 이상 광에 채워 넣어야 월동 준비가 끝났다. 게다가 아궁이마다 하루에 한두번씩 연탄을 갈아 줘야 해서, 겨울에 어머니들은 꼭 잠자다 한번 깨서 연탄을 갈아줘야 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그런데 연탄재도 큰 문제였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으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유명한 시를 남겼지만, 사실 연탄재는 정말 쓸모가 없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연탄재였다. 간혹 쓸데가 있었는데, 겨울에 눈이 왔을 때 모래 대용으로 빙판이나 계단에 부숴서 뿌리는 정도였다. 그 많은 연탄재는 정부 입장에서도 골칫거리였다. 언젠가 연탄재를 이용해 벽돌을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으나,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생산성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


70년대 중반 이후 중앙난방을 하는 아파트가 많아지고 가스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연탄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도 수만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로 차도 못 들어가는 비좁은 길에 집에 산다. 그래서 연탄 배달 자원봉사자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어쨌든 새까만 연탄이 불을 때고 나면 허옇게 변해서 버려지는 것이, 사람도 검은 머리가 허옇게 변하면서 쓸모없이 되어 가는 게 닮은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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