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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위문편지 이야기 - ① 허구헌날 쓰던...

22-03-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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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편지 이야기 - ① 허구헌날 쓰던...


요즘 언론에는 지난해 12월 30일 모 여고에서 작성한 국군위문편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어떤 여고 2학년생은 "군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며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어쩌구"라고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그리고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문 편지에는 "아름다운 계절이니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이 편지를 받는 분께 죄송하지만 집 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고 쓰여있다. '비누는 줍지 마시고'라는 대목은 ‘자위행위’의 은어가 아닌가 싶다.


이런 편지들이 군인을 조롱한다는 내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일자, 청와대 국민청원엔 ’여고생이 다른 남성을 위문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위문편지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름 알아보니, 요즘은 강제로 쓰는 경우는 없고, 만약 위문편지를 쓰면 봉사활동 12시간을 준다고 한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음) 어쨌든 이런 편지를 쓰는 여학생들은 학교나 가정 교육 또는 본인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아직도 위문편지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 참 위문편지 많이 썼다. (또 ’라떼‘ 얘기임) 수시로 썼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썼는지 추산이 안된다.

당시엔 군인이면 20살 짜리도 무조건 군인아저씨였다. 그래서 항상 모든 위문편지 시작은 ’국군장병아저씨께’로 시작했다. (필자의 아내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국군장병 아저씨께”라고 썼다고 한다) 내용도 똑같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국군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다‘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식으로 맺었다.

아무리 길게 써 봤자 10줄을 못 넘겼다. 하지만 편지지와 봉투를 선생님이 나눠주시면, 어린 마음에 ’애국‘한다는 마음으로 연필로 꼭꼭 편지를 눌러 썼다.


하지만 갈수록 성의가 없어졌다. 빨리 끝내려다 보니 글씨도 엉망이고 내용도 똑같았다. 누가 언제 써도 판박이다. 언제나 내용이 똑같은 편지를 보고 국군아저씨들이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커서 고등학교 때 쓰려니, 아저씨도 아니고 적으면 두어 살 많은 형하테 이런 걸 써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엔 ’저도 곧 군대에 가서 형님의 뒤를 이어 나라를 열심히 지키겠습니다‘라고 쓴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나이 들어 알고 보니 어린 생각이 맞았다. 편지를 받는 국군아저씨들도 특히 남학생들이 쓴 편지는 휙휙 눈으로 대충 훑어보거나, 아예 뜯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학생들이 보낸 편지만 인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쓸데 없는 일을 왜 시켰을까?

내일 위문편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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